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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인 위로 철근이 날아다닌다

비상구 없는 위험사회 <상>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의 대로변에 있는 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철근을 나르고 있다. 인도에 세워진 공사 차량을 피해 차도로 내려간 한 여성이 위험천만한 크레인 아래로 걸어가고 있다. [송우영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의 대로변에 있는 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철근을 나르고 있다. 인도에 세워진 공사 차량을 피해 차도로 내려간 한 여성이 위험천만한 크레인 아래로 걸어가고 있다. [송우영 기자]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근처 대로변. 공사용 철근들이 행인들 머리 위로 아찔하게 오갔다. 대형 공사 현장의 타워크레인이 철근 더미를 꼭대기 층으로 쉴 새 없이 올리는 중이었다. 시민들은 자신의 머리 위에 철근 더미가 있는 줄도 모르는 듯 무심히 지나다녔다. 인근 골목의 5층짜리 상가 건물 앞 인도는 ‘스카이차(고공 작업 차량)’에 점령당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차도로 내몰린 사람들이 위태해 보였다. 통행을 안내하는 작업자나 표지는 전혀 없었다. 목숨을 담보로 위험한 도박을 하는 현장이었다.
 
포항 지진(지난해 11월), 영흥도 낚싯배 사고(12월), 제천 스포츠센터(12월)·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올해 1월)까지 불과 석 달 새 대형 재난과 사고를 잇따라 겪었지만 우리 사회의 일상 속 위험 요소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재난전문가와 함께 서울 곳곳을 점검해 본 결과 공사장은 물론 대로변·다중이용시설 등에 이르기까지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모습은 도처에 널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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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박종국 시민안전감시센터 대표와 함께 찾은 서울 서초구의 공사 현장들은 위험 요인을 안고 있었다. 현장에는 작업 도중 자재나 벽돌이 떨어져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낙하물 방지망이 설치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A공사장은 애써 설치해 놓은 방지망이 접혀 있었다. 근처 3층짜리 건물에서 작업 중인 스카이차는 좌우 양쪽에 있는 ‘아웃트리거(지지대)’를 건물 쪽으로만 내린 상태였다.
 
박 대표는 “낙하물 방지망을 펼쳐 놓으면 작업 도중 불편해 접어 놓는 경우가 많고, ‘도로 점용 허가’를 받지 않고 빨리 공사를 진행하려다 보니 아웃트리거를 한쪽만 펴고 작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전을 위해 감수해야 하는 작은 불편을 피하려다 큰 사고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중이용시설도 안전을 소홀히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서울 종로구의 한 숙박업소 6층 옥상에는 불법 증축된 펍(PUB)이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스티로폼으로 지어져 화재에 취약한 구조였다. 인근의 한 카페 역시 불법 증축된 구조로 소화전 앞에 비품들을 잔뜩 쌓아 둔 상태였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불법 증축이라 ‘철거하라’고 했지만 이행강제금을 내고 버티는 중이라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를 겪었지만 서울시내 목욕탕 사정도 마찬가지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내 319곳의 사우나·찜질방을 불시 점검한 결과 37.6%인 120곳에서 330건의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비상구로 나가는 피난통로에 장애물을 방치해 대피가 어려운 경우가 가장 많았다.
 
함인선 한양대 건축학부 특임교수는 “과거 경부고속도로 1㎞ 건설하는 데 9.3명이 숨졌는데 요즘 고속도로 건설 때 1명 정도가 사망한다”면서 “목숨값이 10배 오른 셈이라 좋아진 것 같지만 그 사이 소득은 150배 이상 늘었다. 우리는 여전히 목숨값이 싼 사회에 살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한영익·송우영·이태윤·위성욱·임명수·김정석·홍지유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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