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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sible 한반도] “미국이 한국을 버릴 수 없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평창 허니문’이 언제까지 갈까?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대화만으로 끝난다면 그 후에 우리가 겪게 될 외교 안보상의 어려움은 가늠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면 오히려 위기가 될 수 있다. 지금은 ‘평창 허니문’의 흥분과 그 이후의 걱정을 냉정하게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때다. 전현준 우석대 초빙교수를 만나 ‘평창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들어봤다.    
전현준 우석대 초빙교수

전현준 우석대 초빙교수

 
-남북관계가 조금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 우선 김정은이 평화공세를 나온 이유를 따져보죠.
“김정은은 지난해 11월 29일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면서 안보문제를 일단락 짓고 경제 활성화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제재 국면에서 인민생활 향상이 그의 최우선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북·미 개선까지 내다보고 있다.”
 
-제재를 해결하려면 미국에 먼저 손을 내밀어야 왜 한국이 먼저였을까요.
“상대적으로 미국과 일본보다는 한국을 상대하기가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 김정은은 6·15와 10·4 선언을 계승하려는 문재인 정부가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는 문재인 정부를 거쳐 미국으로 가려고 계산한 것 같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자기들의 입장을 이해해 주지 않으면 실망해서 ‘평창’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한국은 이미 대화를 시작했고 미국도 대화에 나설까요.
“미국은 대화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군사적 공격이 쉽지 않고 북한의 핵 보유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현상유지를 선호한다. 현상타파는 한반도에서 누리는 미국의 많은 이득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 이득은 한·일에 무기 판매, 한반도에서 중국 묶기,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저지 등이다. 공격하다가 상대방이 쓰러지지 않으면 공격자가 쓰러질 수 있다. 4월 한미합동군사훈련으로 다시 위기가 고조되겠지만, 그 이후 대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없이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실적으로 당장 북한의 비핵화는 어렵다. 단계별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우선은 핵동결로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핵동결이 입구이고 비핵화가 출구가 되는 셈이다.”  
 
-냉각된 북·중 관계도 김정은의 평화공세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북한은 중국과 교역량이 전체의 90%를 넘을 정도로 지나칠 정도로 의존했다. 그들이 주장하는 주체사상에 어긋난다. 따라서 중국 의존도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었고 김정은은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한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이 동북 4성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살 수밖에 없다. 이번 기회에 한국뿐 아니라 러시아 등으로 시장 다변화를 시도할 기회로 생각할 수 있다.”
 
-북한이 평창 겨울올림픽 이후 ‘청구서’를 한국에 내밀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동감하지 않는다. 북한은 대북제재와 관련해 한국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5·24대북제재 조치 해제,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북한의 청구서’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북한이 제재 국면에서 이런 것들을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청구서’를 내민다고 가정하면 6·15, 8·15, 10·4 공동행사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평창 겨울올림픽 이후 흐름을 이어가는 차원에서 민간교류를 재개한다면.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민간교류의 길을 열어놓겠다고 언급했다. 북한이 필요한 것 가운데 산림녹화와 관련한 묘목과 병충해 방제 지원이 어떨까 한다. 그리고 영유아 의약품도 함께 고려해 볼 만하다. 북한이 인도적 지원을 꺼리기 때문에 개발협력으로 한 차원 높은 지원 형태가 바람직하다.”
 
-북·미 관계 개선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은 지정학·지경학적으로 한국을 버릴 수 없다. 한국은 이 부분을 최대한으로 활용해야 한다. 미국에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이승만식 대미 외교를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그는 1953년 6월 반공포로를 석방하고 10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었다. 불과 4개월 만이었다. 반공포로의 기습적인 석방은 미국을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UN사령관이었던 마크 클라크는 자신의 회고록 『다뉴브강에서 압록강까지』에서 반공포로 석방에 대해 ‘우리가 지금껏 두려워하고 있는 사실이 정말 일어났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대미 외교는 이렇게 해야 한다.”
 
-그렇다면 북한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추가 도발을 자제할 것을 딱 부러지게 얘기해야 한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북과 남은 정세를 격화시키는 일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하며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을 걸고 북한을 설득하면 된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김정은에게 골칫거리일 텐데.
“현재까지 북한식 표현대로 ‘자강력’으로 버티고 있다. 그동안 축적된 자본도 있는 것 같다. 최소한의 원유가 공급되고 있어 그럭저럭 버티고 있다. 그보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주민들이 생존의 방식을 터득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일단 참고 견딜 것이다. 하지만 장기화되면 도발할 가능성이 커진다. 북한은 그런 상황을 만들지 말자고 미국에 신호를 보내고 있다.”    
 
-2월 8일 조선인민군 창건일 열병식으로 앞두고 국내 여론이 좋지 않다.
“북한이 조선인민군 창건일을 4월 25일에서 2월 8일로 바꾼 것은 탈(脫) 빨치산을 의미한다. 원래 창건일은 2월 8일이었다. 1978년에 4월 25일로 옮겼다. 김정일이 ‘김일성주의’를 군대에 심기 위해 조선인민군이 김일성의 항일혁명전통을 계승한 군대라는 것을 명백히 밝히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핵무력 완성으로 항일의 의미가 퇴색됐다.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하려는 것이다. 이번 열병식은 ‘김정은의 군대’로 만드는 첫 작업으로 볼 수 있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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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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