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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상계주공 1호 입주자 "복부인 몰려오자 집값 미쳐··· 누굴 위한 재건축인가"

1985년부터 5년간 연인원 1200만 명이 벽돌 3억장과 철근 11만t을 쏟아부어 지은 마을. 서울 노원구 상계 주공아파트(이하 상계주공) 단지다. 지하철 4호선 노원역과 7호선 마들역 일대에 걸쳐 있는 상계주공에는 전체 16단지에 3만여 세대가 산다. 올해로 지은 지 30년째, 현행법으론 아파트를 허물어 재건축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했다.  
 
재건축 호재에 오랫동안 잠잠했던 집값은 껑충 뛰었다. 지난해에만 30% 넘게 올랐다. 그래서 모두가 행복할까. 상계주공 1~16단지 중 87년 11월 30일 처음으로 입주를 시작한 2단지, 그중에서 1호로 입주한 국승택(60)씨를 29일 만났다. 그는 “재건축도 좋지만, 누구를 위한 재건축인지 생각해 볼 때”라고 말했다.  
 
30년 전 상계 주공아파트에 첫 입주한 국승택씨가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30년 전 상계 주공아파트에 첫 입주한 국승택씨가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어떻게 1호 입주자가 됐나?  
“83년에 한국주택은행(2001년 KB국민은행과 합병) 영업사원 소개로 국민주택 선매 청약을 들었다. 월 10만원씩 부으면 주택공사(현 LH)가 짓는 아파트를 우선순위로 분양받을 수 있다고 해서 붓기 시작했다. 85년 분양 때 당첨됐다. 87년 11월 30일에 2단지에서 첫 입주가 시작됐다. 난 경찰관이어서 행정 업무를 좀 빨리할 수 있었다. 1호로 입주 신고를 했다.”
 
분양가는 얼마였나?
“3100만원이었다. 당시엔 큰돈이었지만, 결혼할 때 부친께서 남의 돈 먹지 말라며 전세자금을 대주신 돈과 우리 부부가 모은 돈을 모아 분양 대금을 냈다.”
 
2006년에 촬영한 상계 주공아파트 단지 모습

2006년에 촬영한 상계 주공아파트 단지 모습

국승택씨는 경찰관이었다. 초봉 13만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서른 살에 새 아파트를 분양받았으니 큰 행운이었다. 그는 “하늘을 날 것 같았다”며 “의사인 친구도 집이 없었는데 공무원이 내가 아파트가 생겼으니 얼마나 좋았겠냐”고 했다. 그렇게 그 집에서 자녀 둘을 키우며 30년을 살았다.  
국승택씨

국승택씨

 
집값은 많이 올랐나?
“90년대 초에 전국적으로 투기 바람이 불지 않았나. 그때 내가 사는 28평형(분양면적 92㎡)이 4억5000만원까지 뛰었다. 그때 강남 복부인들이 우르르 몰려와 집을 사 갔다. 집값이 미치더라. 당시엔 상계주공이 전형적인 중산층 동네였다. 공직자나 은행원, 공기업 직원이 많았다. 이들 상당수가 그때 비싼 값에 아파트를 팔아 일산이나 분당으로 이사 갔다. 그 이후로는 집값이 잠잠했다. 2010년대 초반에는 우리 집이 3억 초반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지난해 초부터 갑자기 오르기 시작했다. 정말 무섭게 오르더라.”  
 
주민들이 좋아했겠다.  
“모르는 소리다. 2단지만 해도 2000여 세대 중 60% 이상이 세입자다. 집주인들은 외지인이 많다. 관리비 체납 문제가 심해 집주인들이 누군지 열람해 봤는데 서울 강남은 물론이고 경기도, 경상도, 전라도 등 전국에 퍼져 있더라.”
 
실거래가가 처음 공개된 2006년 상계주공 2단지 41㎡형은 1억원 정도였다. 지난해 중반에는 3억원을 넘겼다. 68㎡형은 10년 전 2억원을 밑돌았는데, 지난해 4억5000만원 안팎에 거래됐다. 11단지 인근에 있는 A공인중개사 대표는 “2014년 초부터 집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며 “40년이던 재건축 연한이 30년으로 단축된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때와 딱 떨어진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9·1 부동산 대책에서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당겼다. 집값이 서서히 오르면서 오히려 매물은 줄었다. “더 오를 수 있는 기대 때문이었다”고 국 씨는 말했다. 그러다 재건축 연한 30년을 한 해 앞둔 지난해 가격이 폭등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전국에서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른 상위 10개 단지 중 4곳이 상계주공이었다. 3단지는 40%, 2단지는 35% 올랐다.  
 
상계 주공아파트 단지(2003)

상계 주공아파트 단지(2003)

이번에도 복부인들이 다녀갔나?
-“강남 아줌마들이 매물이 나오기 무섭게 사간다고 공인중개소 하는 지인들이 그러더라. 이 동네 사람들 사이에선 복부인 다섯 명이 2~6단지 쪽에 나오는 매물을 싹쓸이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가격이 얼마여도 상관없으니 매물이 나오면 무조건 넘기라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
 
기분이 어땠나?
“난 보수 성향이지만 왜 노동운동, 사회운동 같은 게 필요한지 알겠더라. 이곳은 투기 지역으로 묶이는 바람에 대출받기도 어려워 불만들이 많은데 외지인들이 가격을 가리지 않고 사려고 하는 것을 보면서 왜 투기 지역으로 묶었는지 이해가 가기도 한다.”
 
국 씨의 얘기를 듣던 식당 주인은 건너편 상가 1~2층을 가리키며  “저기 상가 세 곳 모두 주인이 한 명인데 강남에 산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2~3년 전부터 상계주공 상가는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고 했다. 서울 노원구는 지난해 8·2 대책 때 투기 지역으로 묶였고, 강남 4구 등과 함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상계 주공아파트 대부분은 올해로 재건축 연한 30년을 채웠다.

상계 주공아파트 대부분은 올해로 재건축 연한 30년을 채웠다.

요즘은 어떤가?
“한순간에 잠잠해졌다. 거래가 아예 없다고 한다. 살 사람은 다 산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너무 조용하다. 투기지역으로 묶인 것도 있지만, 재건축 문제 때문 아니겠나. ”
 
재건축에 대한 주민들 생각은 어떤가?
“외지인들 외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상계주공에는 노부부나 독거노인, 신혼부부가 많이 산다. 이들은 재건축하면 갈 데가 없다. 차라리 낡은 배관이나 고쳐서 그냥 살자는 분들도 많다.”  
 
무슨 배관을 말하나?
“상계주공 건물은 못이 박히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다. 하지만 수도배관이 낡아 녹물이 나오는 곳이 천지다.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교체해야 하는데, 서민들이 많다 보니 장기수선충당금을 모으기도 쉽지 않다. 서울시에서 예산이 나오는데 주민들도 절반은 부담해야 한다.”
 
상계주공은 수도 배관을 교체하는 문제로 곳곳에서 주민들 간에 갈등이 깊었다. 한 단지는 주민당 100만원 가까운 배관 교체 부담금을 놓고 찬반으로 갈라져 있다. 한쪽에선 “재건축을 할 텐데 왜 돈을 들여 배관을 고치느냐”고 하고, 다른 쪽에선 “재건축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데 언제까지 녹물을 먹고 사느냐”고 한다. 재건축의 딜레마다.  
 
정부가 재건축 연한을 다시 연장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또 장난치는가 싶다. 이랬다저랬다, 하루 이틀도 아니다. 연한을 30년으로 그냥 뒀으면 이 사달도 안 났다. 그러다 다시 늘린다고 하니까 재건축 찬성과 반대로 갈라서 있는 주민들 싸움만 커진다.”
 
상계 주공아파트 3단지에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 간판이 서있다.

상계 주공아파트 3단지에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 간판이 서있다.

재건축을 반대하나?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에서 여기 아파트가 제일 싼 편이다. 재건축하면 세입자들은 물론 집 한 채 있는 노인들은 어디로 가란 말인가. 추가 부담금이 만만찮다. 소득이 없는 노인은 추가 부담금을 낼 수 없다. 가까운 남양주도 비싸서 못 간다. 서울 외곽 다세대 주택밖에 없다. 재건축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지만, 누구를 위한 재건축인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정부가 주도해서 만든 대단지이니, 정부가 나서 재건축 말고 다른 방식으로 재정비를 해줘야 한다고 말하는 주민들도 많다.”
 
재건축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많지 않나?
“물론 있다. 하지만 외지인들이 적극적이고 실제 거주하는 사람들은 그리 관심이 없다. 개발 부담금을 많이 내야 한다고 하니 반대가 더 늘어날 것 같다. 재건축 추진을 주장하는 사람 중에는 재건축 조합을 만들어 이익을 얻으려는 브로커들도 많다. 일부 세입자는 관리비나 월세를 내지 않고 버티고 산다. 외지에 있는 집주인 중에는 집 관리를 아예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아파트를 그냥 사고파는 물건으로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현재 전국에 재건축 대상 단지는 450곳이 넘는다. 절반은 서울·수도권에 몰려 있다. 재건축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이들 단지는 술렁인다. 재건축의 필요성도 강남이 다르고, 상계동이 다르고, 인천이 다르다.  “정부가 재건축 정책을 만들 때 부디 현장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국 씨의 바람이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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