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더,오래] ‘육지판 모세의 기적’ 수에즈 운하

박경덕의 아프리카 아프리카(1)
이집트군의 수에즈 운하 도하. 물대포로 이스라엘군 모래 장벽을 허물고 있다(애니메이션). [중앙포토]

이집트군의 수에즈 운하 도하. 물대포로 이스라엘군 모래 장벽을 허물고 있다(애니메이션). [중앙포토]

 
이집트 수에즈 운하가 내년이면 개통 150주년이 된다. 세계 물동량의 90%가량을 담당하는 해상 운송 역사상, 수에즈 운하 개통만큼 혁명적인 사건을 인류는 지금껏 보지 못했다. 유럽에서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 희망봉을 돌아 아시아로 가야 했던 상선들은 1869년 수에즈운하가 열리면서 ‘육지판 모세의 기적’을 경험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싱가포르로 가는 항로는 대략 1만9000㎞에서 1만3000㎞로 6000㎞나 짧아졌다. 이동 시간도 32일에서 22일로 10일가량 단축됐다. 시간과 비용, 사고 위험까지 모두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거대한 변화(Deep Shift)'가 시작된 것이다. 그로부터 15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전 세계 해운 물동량의 약 7%가 이 운하를 통해 이동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수에즈운하는 아프리카 대륙의 선물이다. 만약 아프리카 대륙이 한반도 크기 정도라면, 굳이 대륙을 관통하는 물길을 낼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프리카가 지구촌에서 두 번째로 큰 대륙이다 보니 이를 우회하기는 쉽지 않았다. 희망봉을 돌아가는 일은 매번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었다.
 
그래서 수에즈 운하는 세계 해양 물류의 패러다임을 바꾼 대역사라 할 수 있다. 개통 이후 처음 10년간 통과한 선박 수가 연간 총톤수 기준으로 대략 10배나 늘었다. 그런데 개통 150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요즘 수에즈 운하의 현주소는 그리 밝지 않다. 1977년 이후 2016년까지 40년간 통과 선박 숫자는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통과 선박의 대형화로 운하통과료의 기준이 되는 순톤수(NT)가 늘어난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수에즈운하 통과 선박 변화. [제작 김영옥]

수에즈운하 통과 선박 변화. [제작 김영옥]

 
 
개통 150년 된 운하, 40년간 통과 선박 수 줄어
수에즈 운하가 이렇게 된 데는 안팎으로 이유가 있었다. 우선 기존 운하로는 늘어나는 물동량을 효과적으로 감당하기 힘들었다. 선박의 평균적인 운하 통과시간은 18시간, 대기시간은 8~11시간으로 193㎞ 물길을 통과하는데 꼬박 하루 이상이 걸렸다. 
 
또한 태평양시대를 맞아 해상 물류의 중심축이 인도양에서 태평양으로 이동하면서, 아시아에서 미주로 가는 해상물동량의 경우,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비율이 점점 더 높아졌다. 이에 따라 파나마 운하는 2007년부터 대대적인 확장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수에즈 운하도 뭔가 조치가 필요했다.
 
2014년 이집트 정부는 수에즈 운하의 도약을 위해 제2 수에즈 운하 건설 계획을 내놓았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그해 8월 제2 운하 공사 계획을 발표하고, 1년 만인 2015년 8월 6일 개통식을 열었다. 제2 수에즈 운하는 기존 193㎞ 구간에서 중간 72㎞ 구간을 새로 건설한 것이다. 이 중 35㎞는 새 물길을 만들었고, 나머지 37㎞는 기존 물길을 깊고 넓게 확장했다. 
 
 
제2 수에즈운하 건설 계획. [제작 김영옥]

제2 수에즈운하 건설 계획. [제작 김영옥]

 
이로 인해 쌍방향 통행이 가능해지면서 선박의 운하 통과 시간은 18시간에서 11시간, 대기시간은 8~11시간에서 3시간으로 단축됐다. 덕분에 제2 수에즈 운하가 개통된 2015년 운항 선박의 순톤수는 역대 최고치인 9억9865만 톤을 기록했다. 이듬해인 2016년에는 9억7418만 톤으로 2.5% 줄었으나, 2017년에는 11월 말 현재 전년 동기 대비 6.6% 늘어난 9억4931만 톤을 기록하면서 최초로 연간 기준 10억 톤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때맞춰 파나마 운하도 2016년, 기존 운하보다 2배가량 수용 능력이 향상된 새 운하를 기존 운하 옆에 개통했다. 이로 인해 파나마 운하는 그간 수에즈 운하보다 약점으로 꼽혔던 통항 선박 규모 열세를 만회하고 선박 수송능력도 높이면서 선박의 대기 및 통과시간도 대폭 단축했다.
 
양대 라이벌 운하가 모두 확장을 마친 지금, 세계 해운업계의 시선은 수에즈 운하보다 파나마 운하를 더 주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통항 선박 규모와 통과시간이 비슷해지면서 안전성과 운항 거리가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부상했는데, 이 분야에서 파나마 운하의 경쟁력이 조금 더 나아 보이기 때문이다.
 
 
파나마 운하에 밀리는 이유는 안전 문제
수에즈 운하는 특히 파나마 운하보다 안전사고에 취약한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수에즈 운하가 시작되는 홍해 인근 국가들의 정정이 불안하고 아덴만에는 해적도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리안츠 그룹의 기업 및 특수 보험 전문 회사인 알리안츠 글로벌 코퍼레이트 앤 스페셜티(Allianz Global Corporate & Specialty)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15년 사이 20년간 수에즈 운하에서 395건의 해운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기간 파나마 운하 해운사고는 121건이었다. 
 
또 하나 운항 거리 면에서 수에즈 운하는 파나마 운하보다 열세다. 홍콩에서 미 동부 뉴욕 항으로 가는 경우, 태평양과 파나마운하를 이용하면 2만751㎞로 26일이, 인도양과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면 2만1462㎞로 27일이 소요된다. 부산항에서 출발해 미국 걸프만으로 간다고 하면,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면 대략 1만6000㎞로 27일가량, 서쪽 항로를 이용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면 2만3040㎞로 40일 정도 소요돼 차이는 훨씬 더 벌어진다.
 
이제 이집트는 이 같은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수에즈 운하의 두 번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엄청난 물동량이 통과하는 수에즈 운하의 장점을 살려 인근에 국제 물류센터와 산업단지를 만드는 것이다. 대규모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 ‘수에즈 운하 경제지구’를 조성하는 것으로, 이집트 정부가 2030년까지 세계 경제 30위권 진입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이집트 비전 2030'의 핵심 사업이기도 하다.
 
국내기업도 수에즈 운하 경제지구 건설 프로젝트를 눈여겨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 12월 카이로에서 이집트경제인협회와 '제10차 한·이집트 경제협력위원회'를 열고, 태양광발전소, 해수 담수화 설비 확충 등의 사업에 협력 확대를 제안했다. 이집트 측에서는 외자 유치·인프라 개발 관련 정부부처 인사들이 참석해 수에즈운하 경제지구와 신행정수도 건설에 한국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집트 중앙은행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기준 수에즈 운하가 이집트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7%에 달한다. 전력산업(1.11%)과 통신업(0.95%)보다 크다. 바로 그 수에즈 운하가 지금 한국 기업에 아프리카와 중동, 유럽에 진출하는 교두보로 자신을 활용하라고 손짓하고 있다.  
 
박경덕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국제관계학 박사 poleeye@posri.re.kr
 

우리 집 주변 요양병원, 어디가 더 좋은지 비교해보고 싶다면? (http://news.joins.com/Digitalspecial/210)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오영환 부소장 : oh.younghwan@joongang.co.kr (02-751-5515)
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