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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임승차국이 강제승차국보다 돈 더 내는 게 정의

[기후변화 리포트] 온실가스 비용 부담의 원칙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태평양과 인도양의 가난한 섬나라들이 지도상에서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사진은 중부 태평양 미크로네시아 동부에 있는 마셜제도공화국.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이곳은 80% 이상이 물에 잠길 거라고 한다. [중앙포토]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태평양과 인도양의 가난한 섬나라들이 지도상에서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사진은 중부 태평양 미크로네시아 동부에 있는 마셜제도공화국.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이곳은 80% 이상이 물에 잠길 거라고 한다. [중앙포토]

올해 초 기록적인 한파가 미국 동부를 덮쳤고 이를 대부분 언론이 중요하게 다뤘다. 그러나 이 한파가 전 지구를 대표하는 현실은 아니다. 우리가 언론을 통해 인식하는 현실은 객관적인 세상이 아니라 이 세상을 이끌어 가는 힘에 의해 걸러지고 재구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동부가 세계 정치·경제의 중심이기에 언론은 이곳 한파로 인한 석유 가격 상승을 걱정하고 심지어 이곳에 사는 동물이 처한 어려움까지도 알려 주었다. 그런데 미국 한파는 전 지구적인 온난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이고 지역적인 현상일 뿐이다.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피해는 이른바 세상 주변부에서 대부분 일어나고 거기에 사는 사람이 그 고통을 감당한다.
 
온실가스의 약 70%는 세계 인구의 20% 이하가 거주하는 선진공업국에서 배출됐다. 이 지역에서 배출된 온실가스가 일으킨 기후변화는 국경을 넘어 전 세계적 문제가 됐다. 이는 인간을 넘어 전 지구적 생태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온실가스를 언제, 어디서, 누가 배출했는지는 그 피해 영향을 받는 시기, 장소, 사람과 상관이 거의 없다.
 
2016년 과학저널 네이처에 호주 과학자들이 ‘온실가스 배출량과 기후변화 피해 간의 전 세계적 불일치’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해 기후변화 원인을 제공했지만, 그 피해를 적게 받는 기후변화 ‘무임승차(free riders)국가’는 일반적으로 온대와 아열대 지역에 있다. 반면 적은 온실가스를 배출했으면서도 정작 큰 피해를 보는 ‘강제승차(forced riders)국가’는 주로 열대 지역에 위치한다. 우리나라는 기후변화 무임승차 국가에 속한다. 즉 기후변화에 책임이 큰 나라이다.
 
 
저위도 지역서 기후변화 더 빨리 찾아와
기후변화 피해는 전 세계 온실가스 3%만을 배출한 저위도에 사는 가난한 10억 명에게 집중된다. 태평양과 인도양 가난한 섬나라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농업에 의존하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치명적인 피해를 받기 쉽다. 즉 기후변화의 비대칭적 피해 영향은 가난한 나라를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
 
저위도 국가가 기후변화에 취약한 이유는 단지 가난 때문만은 아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5차 보고서는 저위도 지역에서 기후변화가 빨리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위도 지역은 계절과 날씨의 변동이 작아서 다른 지역보다 기후변화가 빨리 드러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위험은 같은 국가 안에서도 소득 수준이 낮거나 건강 상태가 좋지 않거나 거주 환경이 불량한 사람에게 더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극한 날씨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을 더 가혹하게 공격한다. 홍수가 발생하면 반지하에 사는 사람이 더욱 어려움을 겪고, 폭염에는 쪽방촌 작은 방에 사는 노인이 더욱 고통을 받는다.
 
세계은행의 스테판과 줄리는 기후변화로 인해 2030년 극빈층이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증가하는지를 산출해 2017년 네이처에 논문을 발표했다. 성장이 빠르고 형평성(equity)이 높은 상태에서는 기후변화 영향에 따라 극빈층 인구가 300만 명에서 1600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성장이 느리고 형평성이 낮은 상태에서는 극빈층 인구가 3500만 명에서 1억22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성장이 빈곤을 줄이는 데 가장 중요하지만 경제성장만이 빈곤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님을 강조했다. 따라서 빈곤층을 줄이려면 경제성장과 더불어 기후변화와 불평등도 해결해야 한다.
 
기후변화가 자연에서 사회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우리는 ‘정의(justice)’를 고려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원인 제공자와는 다른 세대와 다른 지역의 사람에게 영향을 크게 미치기 때문이다. 생태학자인 카머너는 그의 책 『원은 닫혀야 한다』에서 환경 위기는 환경 그 자체만이 아니라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알아야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보았다. 그러므로 모성애 회복과 같은 추상적 차원이 아니라 사회정의 추구라는 근본적 차원에서 환경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변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적응과 저감 통한 기후변화 대응으로
기후변화 대응은 ‘적응’과 ‘저감’을 통해 수행된다. 적응은 이미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기후변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한 대응 정책이다. 저감은 기후변화의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정책이다. 두 대응 정책에서 기후변화의 원인과 결과 사이의 지리적·세대적 불균형을 줄이기 위한 정의를 고려해야 한다.
 
기후변화 적응은 같은 시대에 사는 사람 간의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정책이다. 부유한 국가는 잘 살기 위해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반면 가난한 국가는 배출책임과 무관하지만, 기후위험 노출과 피해 가능성이 더 크다. 이처럼 정의롭지 못한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빈곤 국가와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 사회 기반시설 구축과 예방적 조치 등이 수행돼야 한다.
 
온실가스의 80% 가까이 차지하는 이산화탄소는 100~200년에 걸쳐 대기 중에 머무르며, 그 일부는 1000년 이상 남아 있기도 한다. 지금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우리 후손이 감당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결과를 일으킨 원인 유발자와 그 결과를 극복해야만 하는 처리자가 동시대인이 아니라는 말이다.
 
기후변화 저감은 세대 간의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정책이다. 우리 세대가 잘살기 위해 배출한 온실가스는 다음 세대에도 계속 남아 기후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다음 세대는 우리 세대가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한 이익은 없이 피해만을 감당해야 한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이 기후변화 저감 대책의 핵심이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 기술 개발과 배출 감축을 위한 국제공조 등으로 이루어진다.
 
 
못사는 나라에 비용 나눠 내자고 해서야 …
전 지구적인 지속 가능한 삶을 유지하려면 모든 인류의 참여를 통한 기후변화 해결이 요청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탄소 배출을 통해 부를 이룬 국가는 앞으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가난한 나라도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압박한다. 빈곤이라는 긴박한 문제를 안고 있는 후진국은 가난 퇴치와 기후변화 대응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 부자국가들이 비싼 음식을 먹고는 가난한 이웃을 초대해 차를 같이 마시고는 음식값을 나누어 내자는 격이다. 그러므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정당한 원칙을 정했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수반된다. 이 비용 부담에 대한 의지와 능력이 있다 해도, 온실가스 감축량 분배와 저감을 위한 비용을 누가 얼마나 어떻게 부담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어렵다. 여기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에 비용을 어떻게 공정하게 분배하느냐는 형평성이 중요하다.
 
‘공동이지만 차별화된 책임’ 원칙은 모든 국가가 공동으로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지만, 배출량이 많은 국가가 배출량이 적은 국가보다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책임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기여 정도인 산업혁명 이후 누적 배출량으로 정해진다. 저감 비용은 각 나라의 책임 정도에 비례하여 배분한다.
 
‘개별국가의 역량’ 원칙은 기후변화 대응에 드는 비용을 각 나라 지급 능력에 비례하여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수준 또는 1인당 소득이 높은 국가가 감축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 
 
조천호 국립기상과학원 원장. 
연세대 대기과학 박사. 국립기상연구소 지구 대기감시센터장, 지구환경시스템연구과장, 기후연구과장 역임. 미국 지구시스템과학원 지구대기감시연구소 탄소순환연구실 연구원.
 
기온 2도 오르면 빈부 상관없이 파국
기후변화는 가난한 사람만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다. 부유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지만, 가난한 사람은 대응 능력이 없어 어려움에 부닥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조차 인류가 기후변화를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파리 기후변화협약의 목표인 ‘산업화 이전 시기보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도 낮게 유지’하는 경우에만 전 지구적인 고통을 막을 수 있다. 2도를 넘으면 가난한 사람이든 부유한 사람이든 상관없는 파국에 도달한다. 0.85도 상승한 지금 미국이 허리케인·가뭄·산불과 한파에 이미 절절매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정의롭게 변하지 않는다면, 기후변화로 인한 가난한 사람의 고통은 곧 부자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고통이 될 것이다. 여기서 존던의 시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나’를 떠올리게 된다.
 
‘누구든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은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대양의 일부이다.
만일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가면 우리 땅은 그만큼  
작아지며…
그러므로 누구를 위하여 조종(弔鐘)이 울리는지를  
알려 하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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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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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