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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남북 고위급 회담

중앙일보 <2018년 1월 9일 30면>
남북 고위급 회담은 ‘비핵화’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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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 첫 남북 고위급 회담이 오늘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남북 관계 개선이 주제다. 우리의 관심은 이번 회담에서 과연 남북 관계를 개선시킬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느냐 여부다. 북핵 시계를 멈추게 할 거의 마지막 기회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런 물꼬를 트기 위해 어제 우리 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밝혔듯이 우선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과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군사당국회담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북한의 셈법은 달라 보인다. 어제 북한의 선전 매체들은 일제히 한반도에서 ‘평화적 환경부터 마련해야 한다’며 이런 환경을 깨는 것으로 ‘대규모 전쟁 연습’을 들고나왔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겨냥한 것이다. 또 ‘동족끼리 힘을 합치면’을 유달리 강조하며 ‘외세에 의존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한국과 미국의 틈을 벌리려는 속셈이다.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 카드를 왜 꺼냈는지 알아야 한다. 한국에 유화적 손길을 내밀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를 깨는 한편 북한 핵 무력 완성의 시간을 벌기 위한 게 아니었는가.
 
우리 대표단은 북한의 이런 의도를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중국이 얼마 전 철강과 기계의 대북 수출 전면 금지 조치를 취했듯이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은 날로 위력을 더하는 모양새다. 우리 대표단은 남북 관계를 개선시켜야 한다는 ‘바람’에 매몰돼 자칫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에 빈틈을 허용하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위한 기술적 필요에 의해 잠시 제재를 완화해야 할 경우가 있다면 미국 등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의하되 꼭 그 분야에만 국한하는 ‘핀셋’ 조치에 머물러야 할 것이다. 남북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는 각오로 이번 고위급 회담에 임해 줄 것을 바란다.
 
한겨레 <2018년 1월 8일 27면>  
남북 고위급회담, 한반도 평화의 큰 전기로 삼아야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남북 고위급 당국회담이 9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다. 2015년 12월 이후 2년여 만에 열리는 이번 회담은 10년 가까운 남북관계의 공백을 뛰어넘어 새로운 장을 여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회담을 제안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 제안을 즉각 수용한 뒤 회담 준비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북쪽은 남쪽의 요구를 회담 대표단 구성 문제까지 그대로 수용해 작은 일을 놓고 꼬투리 잡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남과 북이 모두 이 회담에 그만큼 의미를 두고 있음을 방증한다.
 
국제사회 분위기도 회담 분위기를 밝게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대화 100% 지지’를 천명한 것은 그동안 북-미 대결로 출구를 찾지 못하던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에 큰 변화가 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남과 북이 지혜를 모으면 이번 회담이 대결의 악순환을 넘어 한반도 평화에 전기가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높여주는 우호적인 분위기다.
 
그러나 지나친 욕심은 역효과를 낼 수 있는 만큼 이번 회담에서는 실제적인 문제를 먼저 타결한다는 생각으로 회담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은 북쪽의 평창올림픽 참가 방식에 의제를 집중해야 한다. 북한 선수단이 군사분계선을 통해 남으로 오면 그것만으로도 한반도 평화 의지를 전 세계에 알리는 일이 될 것이다. 남과 북이 개·폐회식에서 공동 입장을 하는 것도 상징성이 크다. 북한이 응원단이나 예술단을 보낸다면 국민적 관심과 호응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안들이 좋은 방향으로 타결돼 평창올림픽이 남북 공동의 ‘평화 올림픽’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는 올림픽이지만 의제가 여기에만 한정되지는 않을 것이 확실하다. 남쪽은 이미 지난해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기간은 민족 명절인 설연휴와 겹친다. 이 시기에 이산가족이 만난다면 평화 올림픽의 의미가 한층 커질 것이다. 북쪽도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한 만큼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과욕을 부리다가 일을 그르칠 수도 있으므로, 남과 북은 서로 절제하며 합의 가능한 것부터 풀어가는 자세로 회담에 임해야 한다. 어려운 문제에 집착하기보다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삼아 후속 회담이 계속될 수 있도록 큰 틀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논리 vs 논리 
“비핵화의 마중물 돼야” vs “평화올림픽을 위한 발판이 돼야”
<단계1> 공통주제의 의미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15일 평창동계올림픽 예술단 파견 실무접촉이 열렸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 예술정책실장(오른쪽)과 북측 수석대표인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장이 회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15일 평창동계올림픽 예술단 파견 실무접촉이 열렸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 예술정책실장(오른쪽)과 북측 수석대표인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장이 회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고위급 회담이 열리기까지 숨 가쁘게 진행된 그간의 일정을 요약해보자. 지난 1월 1일 김정은 북한노동당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며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내비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대표단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실현시킬 수 있도록 후속 방안을 마련할 것을 국무회의에서 지시하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고위급 남북당국간 회담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이에 화답해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도 판문점 연락 채널 개통 의사를 밝혔다. 한편 1월4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화 통화로 평창 올림픽 기간에 한미 연합훈련을 하지 않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상이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남북회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는 청신호라고 반겼고, 야당 측은 북핵 해결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한미군사훈련 중단은 “남북대화가 튼튼한 한미 공조 속에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자유한국당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빠진 채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만을 위한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비판하며, “남북 간 대화 의제가 아직 제대로 정해지지 않았다. 대화의 핵심은 북핵폐기가 돼야 한다”라고 못 박았다.
 
<단계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의견 차이를 좁히고 소통을 원활히 하여 분쟁을 막고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대화의 목적이다. 그런 점에서 중앙과 한겨레 모두 남북대화는 환영한다. 하지만 입장 차이는 현격하다. 중앙일보 사설의 제목은 “남북 고위급 회담은 ‘비핵화’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이다. 남북대화의 핵심은 북핵폐기가 돼야 한다는 야당의 입장과도 상통한다. 한반도 불안의 원인이 북핵문제에 있다면 이에 대한 해결 없이 평화올림픽 성사를 위한 남북고위급 회담은 의미가 없다는 논리다. 중앙은 이번 고위급회담이 “북핵 시계를 멈추게 할 거의 마지막 기회로 여겨지기 때문”이라는 말로 남북대화의 핵심이 북핵문제 해결에 모아져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는 비핵화고 비핵화로 가는 노력의 하나가 남북대화가 돼야 한다는 것이 중앙의 견해다.
 
한겨레의 입장은 다르다. 중앙이 남북대화의 효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 ‘비핵화’라면 한겨레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북쪽의 평창올림픽 참가 방식과 같은 ‘실제적인 문제’다. 자칫 비핵화 같은 정치적인 문제에 집중하다보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한겨레의 견해다. 남북고위급회담으로 평창올림픽을 남북 공동의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 “한반도 평화 의지를 전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한겨레는 평가하고 있다. 비핵화와 같은 정치적인 문제를 지나치게 개입시켰다가는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가 될 남북고위급회담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것이 한겨레의 조심스런 입장이다.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중앙은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 카드를 왜 꺼냈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에 유화적 손길을 내밀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를 깨는 한편 북한 핵 무력 완성의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 북한의 의도라고 중앙은 진단한다. 현재 국제사회는 일치단결해 대북 제재에 힘을 쏟고 있다. 제재는 북측의 협상력을 좁히기 위한 수단, 그들이 쓸 수 있는 카드를 줄이기 위한 수단이다.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명분을 얻기 위해 대북 제재라는 국제공조를 깨는 것은 북한 핵 무력 완성의 시간을 벌어주는, 이적(利敵) 행위가 될 수도 있음을 중앙은 경고하고 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위한 필요에 의해 잠시 제재를 완화한다면 범위를 넓히지 말고 특정 분야에 국한하는 ‘핀셋’ 조치에 머물러야 한다는 대목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결국 평창동계올림픽이 북한의 전략적 의도대로 이용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 중앙의 충고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한겨레는 “남쪽은 이미 지난해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며 “남북고위급회담의 의제가 올림픽에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덧붙이고 있다. 지난해 7월 6일 우리 정부가 한반도 평화 보장을 위해 천명한 독일 신베를린 선언을 염두에 둔 표현이다. 한겨레가 방점을 찍고 있는 쪽은 군사회담과 같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이산가족상봉과 올림픽이라는 비정치적인 쪽이다. 비핵화와 같은 ‘껄끄러운’ 정치적인 문제를 회담의 의제로 다루다 보면 회담결렬과 같은 사태와 봉착할 수 있으므로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합의 가능한 것부터 풀어가는 자세로” 회담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 한겨레의 권고다. 남북고위급회담을 어렵게 가져가지 말고, 쉽고 합의 가능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어, 큰틀을 짤 수 있는 기반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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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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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