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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석의 앵그리 2030] ①아빠 육아휴직 연 1만명 쓴다는데…왜 내 주변에선 안 보일까?

 
한국이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를 넘는 고령사회(Aged Society)에 진입했습니다.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 7% 이상) 진입한 지 불과 17년 만인데 일본(24년)·미국(73년)·프랑스(115년) 등과 비교할 때 훨씬 빠릅니다. 끝이 아닙니다. 속도는 더욱 가팔라져서 7년 뒤인 2025년엔 초고령사회(20%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2017년은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하기 시작한 해이기도 합니다.
 
인구 조로(早老) 사회의 중심축은 고령화와 저출산입니다. 사실 둘은 좀 구분해 살펴봐야 합니다. 고령화는 그에 따르는 사회 문제들에 대처할 수 있을지언정 그 자체를 해결할 순 없습니다. 의학의 발달로 기대 수명이 길어지는 걸 인위적, 정책적으로 막을 순 없으니까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저출산은 좀 다릅니다. 아이를 낳지 않는 혹은 낳을 수 없는 이유가 있을 텐데 만약 이런 이유가 사라진다면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정책을 통해 독려하거나 부모가 처한 사회적, 경제적 여건이 바뀌면 더 낳을 수도 있다는 얘기죠. 
 
사실 출산율이 어느 정도여야 정상인지 정해진 건 없습니다. 다만 국제연합(UN)은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이 1.3 이하면 초(超)저출산국으로 분류합니다. 한국은 2001년 이후 16년째 초저출산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상적이지 않은 건 분명하죠.  
 
2001년부터 초저출산국이 됐는데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한 건 2002년입니다. 관련법(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한 건 2005년이었죠. 합계출산율이 최저 기록(1.08명)을 세운 바로 그 해였습니다. 학계에서 저출산의 위험을 경고하기 시작한 게 대략 1990년대 중반입니다. 
 
10년을 허비했지만 이후엔 꽤나 신경을 썼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이후 10년 동안 100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부었거든요. 없던 제도를 만들고, 대상자를 늘리고, 각종 지원책도 세웠습니다. 결과는 어떨까요? 출생아 수는 2006년 44만8000명에서 지난해 35만6000명(추정치)으로 오히려 줄었습니다. 2017년 합계출산율도 역대 최악이라던 2005년을 넘어 1.06~1.07명이 될 전망입니다. 한 마디로 헛수고를 한 거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답답한 게 한둘이 아니지만, 오늘은 가장 대표적인 저출산 대책인 육아휴직 하나만 살펴보겠습니다. 육아휴직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사용하는 휴직입니다. ‘근로자의 육아 부담을 해소하고 계속 근로를 지원해 고용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목적이죠. 휴직 기간은 자녀 1명당 1년입니다. 근로자의 권리 중 하나기 때문에 부모가 모두 근로자면 아빠도 1년, 엄마도 1년씩 각각 사용할 수 있습니다.  
 
휴직 기간 자체는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작 부모들은 ‘마음 놓고 아이 낳을 환경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합니다. 왜 그럴까요? 일단 대부분 엄마만 씁니다. ‘양육은 엄마의 몫’, ‘아빠가 애를 어떻게 키우나’와 같은 잘못된 인식이 가장 큰 배경일 겁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죠. 육아휴직을 쓰면 시작일부터 첫 3개월 동안 통상임금의 80%를, 나머지 9개월 동안은 40%를 휴직급여로 줍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소득이 많은 쪽이 휴직하는 게 이득일 것 같지만,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다릅니다. 첫 3개월은 150만원, 이후 9개월은 100만원, 이런 식으로 월 상한액이 정해져 있거든요. 소득 수준이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많이 버는 사람이 계속 일하는 게 경제적으로 낫습니다. 나이와 정규직 비율 등을 고려하면 보통은 남성의 소득이 더 높습니다.  
 
실제로 2017년 상반기 민간부문 전체 육아 휴직자 4만4860명 중 88.6%가 여성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또 아이디어를 내죠.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 제라는 겁니다. 같은 자녀를 두고 부모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두 번째 사용자(보통 아빠)의 첫 3개월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상한액 200만원)까지 주는 제도입니다.  
 
효과가 좀 있었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설명입니다. 어느 정도 맞습니다. 2017년 상반기 민간부문의 남성 육아 휴직자는 전년 동기(3353명)보다 52% 증가한 5101명이었습니다. 전체 육아 휴직자 중 남성의 비율도 2013년 3.3%에서 11.3%로 상승했다는 설명입니다. 연간 기준으로 처음 1만명을 돌파할 것이란 예상입니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큰 폭으로 증가한 건 맞는데 여전히 주변에선 육아휴직을 쓰는 아빠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왜 그럴까요? 사실 5000명이고, 1만명이고 절대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육아휴직이 얼마나 현장에 뿌리를 내렸는지 알려면 전체 근로자 중 육아휴직자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봐야죠. 이건 고용부도 모릅니다. 그럴 수밖에요. 
 
고용부의 육아휴직자 통계는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급여를 받은 사람을 단순 합산한 겁니다. 고용부 관계자도 “전체 근로자 대비 비중이 훨씬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현실적으로 계산하기 어렵다. 근로자 등 대상자가 몇 명인지, 자녀가 있는지, 자녀 연령이 육아휴직 대상인지 확인해야 하는데 사업장을 전수조사하지 않는 한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대략 추정은 해볼 수 있습니다. 경제활동인구 중 20~30대 남성 취업자는 525만3000명입니다. 그중 1만 명이라고 해도 비중이 0.19%밖에 안 됩니다. 1000명 중 2명꼴이니 찾아보기 힘든 게 당연합니다. 물론 20~30대 취업자 전부 임금근로자인 건 아니고, 모두 자녀가 있는 건 아니니 실제 비중은 좀 더 높을 겁니다. 그러나 만혼(晩婚) 추세 등을 고려하면 40대 중에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 숫자를 제외한 것이니 영 터무니없는 추정은 아닐 겁니다.  
 
둘째, 휴직을 끝내고 돌아가도 이전과 똑같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했음에도 돌아간 회사엔 유무형의 불이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지난 10일 ‘육아휴직 사용실태 및 욕구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육아휴직을 경험한 남녀 400명을 상대로 한 조사입니다. 이에 따르면 육아휴직의 최대 걸림돌은 재정적 어려움(31.0%)과 직장 동료 및 상사들의 눈치(19.5%)였습니다. 특히 남성은 인사고과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33.0%)을, 여성은 경력단절로 인한 경쟁력 저하(33.5%)를 가장 걱정했습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인인 김정식(37·가명)씨는 대형 건설업체에 다닙니다. 2015년 3번의 시험관 시술로 힘들게 딸 아이를 낳았습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포함해 9개월을 쉰 아내는 직장 복귀를 원했습니다. 아내의 뜻은 존중하지만 돌도 안 된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한 김씨는 본인이 육아휴직을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사내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김씨는 “평소 속마음을 털어놓을 정도로 친했던 직속 상사마저 노골적으로 승진 등을 들먹이며 압박했다”며 “납득하긴 어려웠지만 이제껏 쌓아온 경력이 모두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두려웠다”고 말했다. 결국 김씨는 계획을 접고 부모님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휴직기간 1년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의 같은 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자 5명 중 1명(22.3%)은 계획했던 것보다 휴직을 적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성은 평균 6.7개월, 여성은 평균 8.7개월을 사용하는 데 그쳤죠. 
 
자료:OECD

자료:OECD

위 그래프를 한 번 보시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각국의 여성 고용률과 출산율을 비교한 그래프입니다. 1980년 40% 중반이었던 한국의 여성 고용률은 2012년 60% 선에 올라섰습니다. 같은 기간 출산율은 2.7명 정도에서 1.3명 정도로 급감했죠. 단순히 보면 여성 고용률이 높아져 출산율이 떨어진 거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오른쪽 그래프의 상단에 위치한 나라들입니다. 소위 유럽 선진국이 몰려 있습니다. 여성 고용률이 70~80%에 달하면서도 출산율 1.8~2명 수준을 유지합니다. 그런데 이들도 한국처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지면서 출산율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을 겪었습니다. 그러다 점점 고용률과 출산율이 함께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결국 여성이 출산과 육아 부담을 덜고, 안정적으로 직장에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첫걸음이라는 의미입니다.  
 
한국이 이들을 따르려면 육아휴직제도부터 크게 손 봐야 합니다. 시작은 육아휴직 기간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것입니다. 스웨덴의 육아휴직 급여 소득대체율은 약 80%입니다. 애초에 보상이 아닌 생계비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우리와 다른 점이죠. 한국의 2016년 1인당 월평균 육아휴직 급여액은 69만6000원입니다.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239만8000원)과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못 미칩니다.  
 
급여 상한액이 100만원으로 정해져 있지만 이를 꽉 채워 받은 사람 역시 33%에 그쳤습니다. 그나마 대기업 근로자는 41.7%가 상한액을 받았지만 중소기업은 23.1%에 머물렀습니다. 육아휴직 기간 살림살이가 쪼들리는 게 당연하죠. 직장인 A 씨는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도 첫 3개월만 주는 거고, 이마저도 통상임금이 월 200만원 이상이면 소득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부는 2019년부터 현재 통상임금의 40%인 육아휴직 급여를 50%로 올릴 계획입니다. 상한액은 월 100만원에서 120만원, 하한액은 50만원에서 70만원으로 올린다네요. 반가운 소식이지만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실 육아휴직 급여는 정부가 지원하는 게 아닙니다. 고용보험 기금에서 지출합니다. 고용보험 기금은 근로자와 사업주가 십시일반 모은 돈입니다. 철저한 ‘수익자 부담 원칙’이 적용된 사례죠. 직장인 이성은(37) 씨는 “따지고 보면 내가 낸 돈을 돌려받는 건데 혜택을 받았다고 고마워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여전히 육아를 개인의 문제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고용보험 기금은 한계가 있습니다. 가뜩이나 모자라서 2020년엔 적자로 전환하고, 2025년이면 적자 폭이 2조6000억원으로 늘어납니다. 게다가 기금이 흔들리면 고용보험의 또 다른 역할인 실업부조와 직업훈련 기능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육아휴직 급여를 확 끌어올리려면 결국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지금도 예산을 통해 고용보험을 지원하지만 900억원으로 전체 육아휴직 급여 지출액 7826억원(2017년)에 비하면 너무 적습니다. 가뜩이나 복지 부담이 커지는데 육아휴직 급여까지 나랏돈으로 줘야 하느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약간의 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닙니다. 정부가 육아휴직을 최악의 출산대란을 막는 용도가 아니라 ‘더 낳을 유인’으로 생각한다면 훨씬 공격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게다가 저출산 해결은 생산가능인구를 유지하고, 미래의 납세자를 키우는 투자의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직장인 박종열(36)씨는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민간기업 근로자 임금까지 지원하는 정부가 이 돈은 아깝냐”며 “‘뭣이 중허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일반회계 예산 약 3조원을 투입해 3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씩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인데 애초에 ‘급격히’ 올리지 않았다면 쓰지 않아도 될 돈입니다. 3조원이면 적어도 ‘경제적 부담 때문에 육아휴직을 못 쓰겠다’는 소리는 안 나오게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육아휴직 의무화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법으로 못 박긴 어렵습니다. 부모가 처한 여건이 저마다 다른데 덮어놓고 강제할 수 없죠. 재정부담도 큽니다. 다만 기업이 자체적으로 할 순 있습니다. ‘남성 직원도 반드시 육아휴직을 써야 한다’는 식으로 정하는 거죠. 이런 회사가 어디 있느냐고요? 있습니다. 
 
롯데그룹은 2017년부터 남자도 최소 한 달 이상 육아휴직을 의무적으로 쓰도록 했습니다. 첫 달은 임금도 기존과 똑같이 줍니다. 1년 새 1000명이 넘는 직원이 육아휴직을 사용했습니다.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의 비중도 45%에 달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이 회사 직원 D씨는 “다 같이 쓰니 눈치 볼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롯데그룹 남성육아 휴직자 교육프로그램 대디스쿨 수강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롯데그룹 남성육아 휴직자 교육프로그램 대디스쿨 수강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무엇보다 필요한 건 상식의 전환입니다. 직장인 이다운 씨는 얼마 전 부서 채팅방에서 ‘겨울휴가 갑시다. 000 2월 19~23일.’이란 글을 보고 박수를 쳤다고 합니다. 눈치보지 말고 휴가 날짜 정하라는 의미인데 조직장(長)이 먼저 자신의 스케줄을 밝힌 거죠. 
 
사실 이건 손뼉 칠 일이 아닙니다. 휴가는 근로자 개인의 권리고, 이걸 쓰는데 제약이 있어선 안 되죠. 그런데도 상당수 직장인은 이 당연한 걸 누리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먹고 싶은 거 시켜요. 난 짜장면”, “시간 되면 퇴근하세요. 나는 일이 좀 남아서”란 말을 이상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 게 사실 얼마 안 됐습니다.  
 
육아휴직도 수많은 상무님, 부장님, 과장님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됩니다. 육아휴직, 특히 남성의 육아휴직이 선택이지 ‘용기 있는 선택’이 돼선 안 된다는 뜻입니다. ‘우리 때는 서넛도 키웠는데 뭘 하나 가지고 저 난리’ 혹은 ‘애는 여자가 키우면 되지 뭘 아빠까지 저러나’라는 생각부터 바꾸세요. 머릿속에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만, 행동만 바꾼다고 ‘좋은 상사’가 되는 건 아닙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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