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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도그마

김종윤 경제부장

김종윤 경제부장

최저임금제는 뉴질랜드에서 처음 생겼다. 1894년이다. 빅토리아 여왕 시대 영국의 식민지였던 뉴질랜드에서는 직물산업이 발달했다. 임금이 싼 여성과 어린이를 주로 고용했다. 임금 착취가 심했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다. 최저임금제가 탄생한 배경이다.
 
1938년 미국 의회에서 최저임금법이 통과됐다. 대공황 시기였다. 이전까지 소득 불평등은 심각했다. 저소득층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다. 철강·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소득이 올라갔다. 소득 불평등은 이후 점차 완화했다.
 
최저임금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다. 사회 구성원의 합의된 복지 체제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임금을 올리면 고용이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임금 인상분 이상의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지면 문제가 없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비용 부담이 늘면 사용자는 우선 고용을 줄이는 걸 검토할 수밖에 없다. ‘최저 임금 인상의 딜레마’다.
 
학계에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시애틀은 2015년부터 최저 임금을 올렸다. 그해 시급이 9달러 47센트였다. 지난해 1월에는 15달러가 됐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마이클 리치 교수팀은 외식업계 근로자를 상대로 연구에 들어갔다. 최저 임금이 10% 오르면 소득이 1% 오르고, 고용에는 변화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정반대 연구 결과도 있다. 워싱턴대 제이컵 비그도르 교수팀은 모든 산업군 근로자를 상대로 연구했다. 결과는 최저임금 인상 이후 근로시간 9.4% 감소, 일자리 6.8% 축소였다.
 
임금이 오른다고 고용이 반드시 줄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고용에 변화가 없는 것도 아니다. 임금과 고용 또는 근로 시간과의 관계는 딱 떨어지는 정답이 없다.
 
올해 한국의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16.4% 오른 7530원(시간당)이다. 2015~2017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7%대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2020년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다. 매년 16% 이상 최저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첫걸음은 내디뎠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첫해에 벌써 혼란이 심하다. 인플레 심리가 퍼진다. 식당 등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줄줄이 이어진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불어난 비용을 업주가 가격에 전가하는 걸 비난할 수는 없다. 이번 달 통계가 나와 봐야겠지만 고용 상황도 어두울 전망이다. 최저임금을 감당 못 하는 영세 자영업자가 종업원을 줄이는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정부가 다급해졌다. 불법 요금 인상을 단속하겠단다. 종업원 임금이 올라 사용주의 비용 부담이 커졌다. 이게 요금을 올리는 이유인데 뭐가 불법 인상인지 잘 모르겠다. 우격다짐만 있을 뿐이다.
 
정부는 올해 편성된 3조원의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효과를 자신한다. 이 자금, 한시적이다. 언젠가는 끝난다. 매년 납세자의 세금으로 최저 임금을 지원해 줄 수 없다. ‘지원 절벽’이 일어나면 ‘고용 절벽’ ‘물가 절벽’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
 
한국의 최저임금법 1조는 최저 임금을 보장하는 목적을 이렇게 밝혔다.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생각하는 근로자 생활 안정을 위한 임금(시간당)은 최소 1만원이다. 하지만 왜 1만원이 돼야 하는지 근거를 알 수 없다.
 
최저임금법(4조)은 최저임금 결정기준을 분명하게 적시했다.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해야 한다. 1만원이 어떻게 나왔는지 누구도 설명하지 못한다. 그저 “1만원은 받아야 한다”는 말만 돌았을 뿐이다. ‘선거용 구호 1만원’과 현실의 최저임금 1만원은 엄연히 다르다. 1만원은 도그마(dogma)가 아니다.
 
최저임금 액수, 산입 범위 등 청사진을 다시 짜야 한다. 준비 안 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상당수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해치는 게 보이지 않는가.
 
김종윤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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