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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태산이시다

태산이시다             
-김주대(1965~  )
 
시아침 1/15

시아침 1/15

경비 아저씨가 먼저 인사를 건네셔서 죄송한 마음에 나중에는 내가 화장실에서든 어디서든 마주치기만 하면 얼른 고개를 숙인 거라. 그래 그랬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저씨가 우편함 배달물들을 2층 사무실까지 갖다 주기 시작하시데. 나대로는 또 그게 고맙고 해서 비 오는 날 뜨거운 물 부어 컵라면을 하나 갖다 드렸지 뭐. 그랬더니 글쎄 시골서 올라온 거라며 이튿날 자두를 한 보따리 갖다 주시는 게 아닌가. 하이고, 참말로 갈수록 태산이시라.  
 
 
이 사람은 얼결에 벌어지는 사태가 당황스럽다. 호의를 호의로 갚자 사태는 커져간다. 감당이 안 된다. 그런데 싫지가 않다. 짐짓 난처해 하지만 그는 즐기고 있다. 속담을 빌려와 대책 없는 물량공세에 깃든 오래된 마음을 ‘태산’에 견주기까지 한다…. 태산을 업신여기고 야박하게 내쫓는다는 흉흉한 말들이 요즘 심심찮게 들린다. 갈수록 태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영광 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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