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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이 간다] 비트코인 파이프 삼아 '뉴 차이나머니' 몰려온다

논설위원이 간다 - 남정호의 '세계화 2.0'  
국내 최대의 차이나타운인 서울 대림동 내 환전소. 일부 환전소는 환치기를 통해 뉴 차이나머니의 송금 통로로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현동 기자

국내 최대의 차이나타운인 서울 대림동 내 환전소. 일부 환전소는 환치기를 통해 뉴 차이나머니의 송금 통로로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해 최악까지 갔던 중국과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갈등 이후 겉으로는 차이나머니가 썰물처럼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우선 극성을 부리던 중국인의 제주도 부동산 투기가 잠잠해졌다. 중국 자본이 기술력 있는 한국 업체를 사들인다는 소식도 뜸해졌다. 
그렇다면 차이나머니의 공습이 멈춘 것인가. 우리 경제의 은밀한 속살을 들춰버면 중국 자본의 영향력이 여전히 막대함을 단박 알 수 있다.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개칠 뿐이다. 특히 한·중 양국에서 각광을 받는 암호화폐의 등장으로 부정적인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과거엔 없었던 '뉴 차이나머니(new China money)'의 실태와 영향을 짚어봤다. 
중국어 간판이 즐비한 서울 대림동 차이나타운. 남정호 기자

중국어 간판이 즐비한 서울 대림동 차이나타운. 남정호 기자

 
국내 최대라는 서울 대림동 차이나타운. 울긋불긋한 중국어 간판 일색인 골목길을 걷다보면 중국 동북부의 옌벤 조선족 자치주에 온 느낌이다. 중국동포를 상대로 한 여행사의 창문에는 "국적취득, H-2(방문취업) 비자 연장"이란 글귀가 써있다. 거리 한 귀퉁이에는 일자리를 소개하는 나무 게시판도 눈에 띈다. 
음식점·여행사·직업소개소 등 뒤섞여인 거리 곳곳에서 의외로 쉽게 발견되는 게 있다. '환전소'라고 쓴 중국어 입간판이다. 얼추 세어보니 10여개 이상이다. 지난해 말부터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모습으로 국내에 쏟아져 들어온 '뉴 차이나머니'의 통로가 바로 이들 환전소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고객상담센터. 지난 9일 정부가 암호화폐 규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행인들이 시세가 적힌 전광판을 들여다 보고 있다.  뉴시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고객상담센터. 지난 9일 정부가 암호화폐 규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행인들이 시세가 적힌 전광판을 들여다 보고 있다. 뉴시스

중국에서 온 비트코인이 넘쳐나게 된 건 시진핑 정부의 정책 때문이었다. 중국은 지난해 9월 암호화폐의 거래를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암호화폐가 금융시장의 불안요소로 작용하는데다 자금 해외유출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되자 비트코인을 가진 중국인들이 이를 빗썸·코인원·코빗 등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로 송금한 뒤 한국으로 들어와 현금화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온라인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탓에 중국 정부가 이를 단속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해 9월 중국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를 막으면서 이 직후 비트코인 등을 통해 중국 자본이 국내로 쏟아져 들어왔다.

지난해 9월 중국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를 막으면서 이 직후 비트코인 등을 통해 중국 자본이 국내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 때문에 "중국의 거래 중단 조치 직후에는 일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매매 물량 중 80~90%가 중국에서 보낸 온 것일 정도였다"고 한 관계자가 귀뜸했다. 이렇게 들어온 암호화폐는 국내 거래소에서 원화로 현금화된다. 이 돈을 정식으로 환전해 가져가거나 대림동 환전소에에서 환치기 등의 수법으로 중국에 송금된다는 것이다. 결국 국내 일부 환전소가 중국 암호화폐 판매 자금의 비밀 송금 통로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 덕에 대림동 환치기상들이 수억원을 쉽게 벌었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감시와 규제가 어려운 탓에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불법 외환거래 수단으로도 쓰인다. 수법은 이렇다. 중국 내 환치기상이 한국으로 송금해 달라는 위안화를 받은 뒤 이를 이용해 암호화폐를 사들인다. 이 암호화폐를 국내로 보내 원화로 현금화한 뒤 이 돈을 의로인에게 전달하면 끝이다. 이렇게 이뤄지는 불법 외환거래가 한해 수백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11일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서울 시내 고객상담센터에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연합

11일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서울 시내 고객상담센터에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연합

실제로 지난해 11월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비트코인으로 환치기를 한 일당 6명을 적발해 그중 2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비트코인을 이용해 120억 원 어치의 위안화를 환치기하고 수수료를 받았다. 이들이 상대한 중국인 고객 중에는 한번에 10억 원 어치를 불법송금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암호화폐를 탄생시킨 IT 기술의 눈부신 발달에다 중국 경제과 깊숙히 얽힌 탓에 빚어지고 있는 새로운 현상이다. 
그간 우리에겐는 '차이나머니'란 제주도와 평창 등지의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국내 엔터테인먼트회사 등에 투자하는 중국 자본을 의미했다. 하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우선 한국을 포함해 해외의 부동산을 마구잡이로 사들이는 중국인의 행태가 확 줄었다. 2014년 99.1%에 달했던 중국인의 국내 부동산 보유 증가율은 이 때를 고비로 급격히 줄었다. 
중국 정부의 해외 자금 유출 규제로 지난해 제주도 부동산 경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사진=최충일 기자

중국 정부의 해외 자금 유출 규제로 지난해 제주도 부동산 경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사진=최충일 기자

특히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제주도의 경우 지난해 초 이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런 현상을 두고 국내에서는 사드 갈등 때문으로 아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실은 외환보유고의 갑작스런 감소에 놀란 중국 정부가 외국으로 나가는 돈을 죄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1인당 외환거래액 은 연간 5만 달러 이내로 제한됐으며 일정 수준 이상이면 자금 출처와 지출 내역까지 신고하도록 했다. 이러니 해외에서 마음대로 부동산을 살 중국인이 있을 턱이 없었다. 
생각치 못한 중국 정부의 정책으로 타격을 입은 국내업체가 한둘이 아니다. "짓기만 하면 팔린다"던 제주도 건설경기가 특히 된서리를 맞았다. 12월 현재 미분양 주택은 1000채를 넘었다. 지난해 초부터 10월 말까지의 건설 계약 실적은 6221억에 불과해 전년도 같은 기간의 1조949억 원에 비해 43%나 줄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국내로 들어오는 차이나머니가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한때 주춤했던 차이나머니의 인수합병(M&A)이 최근 들어 본격화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에는 (주) STX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중국계 사모펀드 AFC가 선정됐다. 또 대형 M&A로 꼽히는 대우건설 매각전에도 중국계인 투자회사 엘리언홀딩스가 뛰어든 상태다. 최근 들어 한·중 관계가 나아지면서 기술력이 있는 한국업체를 사들이는 게 이익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중국 자본이 투자한 아이웨어 전문점 젠틀 몬스터 매장.  사진=젠틀 몬스터 제공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중국 자본이 투자한 아이웨어 전문점 젠틀 몬스터 매장. 사진=젠틀 몬스터 제공

특히 잘 나갈 한국의 스타트업 업체에 대해서는 더욱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여주인공 전지현이 끼고 나와 유명해진 선글라스 회사 젠틀몬스터가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는 중국의 벤처캐피탈(VC)인 IDG 캐피탈 차이나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젠틀 몬스터 매장이 중국 유명 백화점 1층에 입점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이 컸다. 
또하나 주목할 점은 차이나머니의 성격이 확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중국 자본은 이미 상당수의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체에 진출했다. 영화 '연평해전','변호인' 등의 투자배급사 NEW, 드라마 '프로듀사'와 애니메이션 '넛잡'의 제작사인 초록뱀미디어, 레드로버에는 대규모 중국 자본이 들어와 있다.

중국 자본은 이미 상당수의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체에 진출했다. 영화 '연평해전','변호인' 등의 투자배급사 NEW, 드라마 '프로듀사'와 애니메이션 '넛잡'의 제작사인 초록뱀미디어, 레드로버에는 대규모 중국 자본이 들어와 있다.

처음에는 기술력을 갖춘 제조업체를 사들였던 차이나머니는 한류 덕에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눈독을 들였다. 이 결과 2014년 이후 초록뱀 미디어 등 국내의 유명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대거 진출했다. 워낙 과감한 투자로 이 업계에서는 중국 자본이라고 하면 '눈먼 돈'이라고까지 부를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 차이나머니의 민낯이 드러난 상징적인 일이 일어났다. 중국 자본이 대거 투입된 국내 굴지의 엔터테인먼트 회사 판타지오의 경영진이 중국 투자자에 의해 전격적으로 교체된 것이다. 2016년 이후 중국계 자본인 골드파이낸스 코리아는 판타지오의 주식을 계속 사모아 지분율 50.07%의 최대 주주로 올라설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엔터테인먼트 업체에 돈을 댄 중국 투자자들처럼 골드파이낸스 역시 경영에는 전혀 간섭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올 들어 경영이 악화되자 돌연 회사 설립자이자 대표를 바꿔버린 것이다. 방심하다간 어떤 국내업체라도 언제든 중국 자본에 먹힐 수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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