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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은 왜 '아트 공항'으로 변신했나?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에 설치된 프랑스 작가 자비에 베이앙의 설치 작품 '그레이트 모빌'.인천공항 새 터미널의 랜드마크가 될지 주목된다. [사진제공 자비에 베이앙, 313아트프로젝트]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에 설치된 프랑스 작가 자비에 베이앙의 설치 작품 '그레이트 모빌'.인천공항 새 터미널의 랜드마크가 될지 주목된다. [사진제공 자비에 베이앙, 313아트프로젝트]

미술관이 되고 싶은 인천공항 
 
18일 개항을 앞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에 높이 18.5m의 거대한 설치작품이 등장했다. 프랑스 조각가 자비에 베이앙(Xavier Veilhan·55)의 '그레이트 모빌'. 제목 그대로 거대한 크기의 모빌이다. 공기의 흐름에 따라, 빛에 따라, 보는 위치에 따라 조금씩 움직이며 다른 모습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자비에 베이앙의 '그레이트 모빌'이 설치된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사진 뉴스1]

자비에 베이앙의 '그레이트 모빌'이 설치된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사진 뉴스1]

 
 
인천공항은 제2여객터미널 개항을 앞두고 청사 곳곳에 설치한 예술작품을 최근 공개했다. 베이앙의 '그레이트 모빌'을 비롯, 지니서(Jinnie Seo), 율리어스 포프(Julius Popp), 김병주 등 국내외 작가 작품 5점이 포함돼 있다. 총 46억원이 투입된 '아트포트'(ART+PORT) 프로젝트다. '예술 공항'을 표방한 공간답게 제2여객 터미널은 거대한 미술관을 방불케 한다.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인천공항은 최근 미술관 인증을 추진해왔다. 미술관 인증을 위한 요건이 까다로워 그 실현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아트포트' 프로젝트에 대한 인천공항의 포부가 남달랐음을 보여준다. 
 
인천파라다이스시티호텔 로비에 설치된 쿠사마 야요이의 대형 호박. 이 호텔은 총 2700점의 예술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작품을 보기 위해 일부러 찾는 방문객이 있을 정도다.[사진 파라다이스시티]

인천파라다이스시티호텔 로비에 설치된 쿠사마 야요이의 대형 호박. 이 호텔은 총 2700점의 예술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작품을 보기 위해 일부러 찾는 방문객이 있을 정도다.[사진 파라다이스시티]

 
공항이 바뀌고 있다. 출·입국 기능을 전담하던 공간을 넘어 여행객들이 머물고, 경험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문화예술 체험을 위한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공항 인근에 자리한 복합 리조트 인천파라다이스시티 호텔 역시 '아트테인먼트'(아트+엔터테인먼트) 리조트를 표방하며 세계의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을 대거 소장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개관한 파라다이스스시티는 정문에 최정화 작가가 만든 거대한 왕관 형태의 작품 '골든 크라운'을 시작으로 쿠사마 야요이, 데미안 허스트, 수보드 굽타, 로버트 인디애나 등 세계적 작가들의 대형 미술작품을 곳곳에 배치해 놓았다. 호텔 각 층과 객실에 걸린 작품까지 합치면 소장품이 총 2700여점에 달한다. 이 호텔은 예술품의 위치와 소개를 담은 '아트맵'을 안내 코너에 비치하고, 투숙객을 대상으로 한 아트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공항과 호텔의 새로운 풍경이다. 
 
알랭 드 보통이 영국 히드로공항에서 관찰한 내용을 담은 에세이집.

알랭 드 보통이 영국 히드로공항에서 관찰한 내용을 담은 에세이집.

 
영국의 대중 철학자이며 작가인 알랭 드 보통은 "만약 화성인을 데리고 우리 현대 문명을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장소를 하나 골라야 한다면 그 곳은 공항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공항이야말로 현대 문명의 상상력의 중심에 있다는 얘기다. 『여행의 기술』『행복의 건축 』등의 에세이를 펴낸 그는 영국 히드로 공항에 일주일간 머물며 그가 관찰하고 사색한 내용을 담아 에세이집 『공항에서 일주일을』(청미래)을 펴냈다. 여기에서 그가 본 공항은 현대 문명 기술이 집약된 장소, (만남과 헤어짐 등의 순간에 경험하는) 인간의 감정이 녹아 있는 공간, 우아한 아름다움을 지닌 곳이다.  
 
왜 아트포트, 아트 호텔인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설치된 지니 서 작가의 파사드 아트 '윙즈 오브 비전'. [사진제공 인천공항공사]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설치된 지니 서 작가의 파사드 아트 '윙즈 오브 비전'. [사진제공 인천공항공사]

 
공항과 호텔이 복합문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2010년 이후 세계적인 공항들이 미디어 아트, 설치 미술 등을 경쟁적으로 도입해온 결과다. 이는 공항에 첨단 테크놀로지가 투입되면서 생긴 변화이기도 하다. 김혜진 인천공항 여객서비스팀 과장은  "자동화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공항의 출입국 절차에 걸리는 시간이 매우 단축됐다. 하지만 항공 여행의 특수성 때문에 여행객들은 공항에서 3~5시간 정도 머물러야 한다"며 "여행객들에 제공하는 경험의 질을 업그레이드하는 측면에서 서비스 강화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수하물을 찾는 구역에 설치된 김병주의 작품 '앰비규어스 월'. 스테인리스를 소재로 한국의 주요 건축물을 표현했다. [사진 인천공항공사]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수하물을 찾는 구역에 설치된 김병주의 작품 '앰비규어스 월'. 스테인리스를 소재로 한국의 주요 건축물을 표현했다. [사진 인천공항공사]

 
'허브 공항'으로 선두 자리를 굳히기 위해 세계 공항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게 된 환경도 또 다른 요인이다. 각 공항이  '경유지'로서도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김혜진 과장은 "공항을 경유하는 여행객들은 평균 4~ 5시간을 공항에서 체류한다. 면세 쇼핑 이상의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휴식과 레저 기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호텔도 마찬가지다. 파라다이스 세가사미 미술담당 전동휘 부장은 "요즘 호텔은 단순한 숙박 기능을 넘어서 그 안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스테이테인먼트'의 기능이 중시되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예술작품은 방문객에게 휴식과 힐링을 선사하는 핵심 콘텐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미디어 아티스트 율리어스 포프의 작품 '비트.월'. 통계 알고리듬을 이용한 프로그램으로 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특정한 단어를 보여준다. 실시간으로 인터넷과 연결돼 뉴스피드에 게재된 단어의 논출 빈도수를 측정하고 노출하는 형식이다. [사진 인천공항공사]

독일 미디어 아티스트 율리어스 포프의 작품 '비트.월'. 통계 알고리듬을 이용한 프로그램으로 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특정한 단어를 보여준다. 실시간으로 인터넷과 연결돼 뉴스피드에 게재된 단어의 논출 빈도수를 측정하고 노출하는 형식이다. [사진 인천공항공사]

장소가 중요한 시대 
 
'핫플레이스'가 나의 감성을 대변하는 장소로 떠오른 트렌드 변화도 주목할 만한 요인이다. 국내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다음소프트 연구원들이 펴낸 『2018 트렌드 노트』에 따르면, '지금 내가 있는 곳이 나를 말해주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과거에는 '잇 아이템'이라는 것이 있어 물건을 소유하는 게 중요했지만, 요즘에는 시간을 보내는 장소 그 자체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장소야말로 시대 감성을 읽기에 최적화된 키워드"라고 말했다. 휴식과 재미의 가치와 더불어 경험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공간, 즉 '장소'와 '취향'의 의미가 커졌다는 것이다.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 설치된 영국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골든 레전드'. [사진 파라다이스시티]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 설치된 영국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골든 레전드'. [사진 파라다이스시티]

 
이런 흐름을 반영해 해외 공항도 예술과의 접목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제4터미널을 연 싱가포르 창이공항이나 미국 LA 공항,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이 대표적이다. 특히 아시아 허브공항 자리를 놓고 인천공항과 경쟁하고 있는 창이공항은 제4터미널에 세계 유명작가들의 작품 6종을 배치하고 인천공항을 벤치마킹한 전통문화관을 조성하는 등 문화예술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공항과 호텔이 '다시 찾고 싶은 곳'이 되기 위해  문화 콘텐트 경쟁을 벌이고 있는 또 다른 풍경이다. 
 
이은주·이후남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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