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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두 달]"언제까지 대피소서 살아야 하나"…'지진 후유증'은 진행중

경북 포항시 북구 양덕동 기쁨의교회 3층에 마련된 이재민 임시 대피소. 포항=김정석기자

경북 포항시 북구 양덕동 기쁨의교회 3층에 마련된 이재민 임시 대피소. 포항=김정석기자

 
지난 9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양덕동 기쁨의교회. 지난해 11·15 지진으로 이재민이 된 주민들을 수용한 임시 대피소가 차려진 곳이다. 이곳엔 대웅파크(2차), 한미장관맨션, 우정주택 등에서 살던 82가구 208명이 머무르고 있다.
 
최금란(75·여)씨도 그 중 한 명이다. 20년 이상 살았던 대웅파크가 위험건물 판정을 받아 이곳으로 왔다. 최씨는 대피소 휴게실에서 근심 어린 표정으로 TV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뉴스에서 포항 지진에 대한 소식이 자취를 감춘 지는 이미 오래전이다. 하지만 최씨는 혹시라도 지진에 대한 소식이 들릴지 몰라 뉴스에 집중했다.
 
기자가 최씨에게 "두 달 가까이 이재민 대피소에 머무르고 있어 힘들겠다"고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여기 온 지 일주일밖에 안 됐습니더." 그는 "지진이 일어나고 아파트 외벽이 조금 부서지는 것 외엔 별다른 이상이 없었는데 지난달 31일 갑자기 아파트 관리소로부터 '내일 당장 옷과 귀중품만 챙겨 대피하라'는 말을 들었다"며 "불과 며칠 전 300만원을 들여 싱크대 교체 공사를 했는데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라고 전했다.
 
그가 살던 대웅파크는 지난달 31일 건축물 안전진단 결과 위험 판정을 받아 주민 169명이 임시 대피소로 갔다. 건물 지하 기둥에서 심각한 균열이 뒤늦게 발견되면서다. 앞서 지난달 23일 흥해읍 대성아파트 A동도 뒤늦게 위험 판정을 받아 30가구가 흥해실내체육관으로 대피했다. 이른바 '추가 이재민'들이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웅파크 지하 피트층 기둥에서 뒤늦게 발견된 심각한 균열. 이곳에 살던 주민들은 1월 1일자로 대피했다. [사진 포항시]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웅파크 지하 피트층 기둥에서 뒤늦게 발견된 심각한 균열. 이곳에 살던 주민들은 1월 1일자로 대피했다. [사진 포항시]

 
지난해 11월 15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지진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여진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여전히 500명이 넘는 이재민들이 주거지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이재민까지 생기고 있다. 건물 피해 접수도 계속 들어오고, 갓 시작된 국민성금 배분은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진앙 인근에 건설 중인 지열발전소에 대한 불안도 여전하다.
 
◇지원 대상서 빠진 이재민들…"어디로 가오리까"
 
노모·형과 함께 기쁨의교회 대피소에 머무르고 있는 박흥근(61)씨는 곧 전셋집으로 이사한다. 포항시의 주거지원 대상자로 선정돼 전세임대주택자금을 지원 받았다. 박씨는 "지원이 끝나는 2년 뒤가 막막하긴 하지만 새롭게 살 집을 구했으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웅파크(2차) 출입구에 이주결정 안내문이 붙어 있다. 포항=김정석기자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웅파크(2차) 출입구에 이주결정 안내문이 붙어 있다. 포항=김정석기자

 
박씨처럼 이주 대상 이재민으로 분류돼 주거지원을 받은 경우는 624가구. 이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유한 임대주택으로 이주하거나 전세 자금을 할인된 금리로 지원 받을 수 있다. 지난 8일 기준으로 424가구(68%)가 이주를 마쳤다.
 
반면 정밀안전점검 결과 주거가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은 건물 주민들은 주거지원 대상에서 빠졌다. 상당수 주민은 살던 곳으로 돌아가거나 개인적으로 새집을 구해 이사했다. 하지만 573명(흥해실내체육관 365명·기쁨의교회 208명)은 기약 없는 대피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흥해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이재민 김모(55)씨는 "집안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고 전기와 가스가 다 끊긴 상황인데 이주 대상에서 빠지게 돼 이의신청한 상황"이라며 "언제까지 불편한 대피소 생활을 해야 할지 난처하다"고 전했다.
지난 9일 경북 포항시 흥해읍 대성아파트 E동이 지진 피해로 기울어져 있다. 이곳에 살던 주민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 포항=김정석기자

지난 9일 경북 포항시 흥해읍 대성아파트 E동이 지진 피해로 기울어져 있다. 이곳에 살던 주민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 포항=김정석기자

 
포항시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포항시 관계자는 "이재민 모두에게 주거 지원주거 지원을 할 수도 없고 대피소 운영도 한정 없이 할 수 없어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나도 피해자인데"…국민 성금 배분에도 잡음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11·15 지진 직후부터 피해 지역 돕기 성금 모금을 시작했다. 지난달 15일까지 총 370여억원의 의연금이 전국에서 모였다. 지난달 22일 주거지가 전·반파된 세대에 25억5300만원을 우선 지원했다.
포스코가 지난해 11월 17일 포항시에 지진 피해 복구에 써 달라며 성금 15억원을 전달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강덕 포항시장, 신현수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안동일 포항제철소장, 권오준 회장, 이대우 포스코 노경협의회 전사대표. [연합뉴스]

포스코가 지난해 11월 17일 포항시에 지진 피해 복구에 써 달라며 성금 15억원을 전달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강덕 포항시장, 신현수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안동일 포항제철소장, 권오준 회장, 이대우 포스코 노경협의회 전사대표. [연합뉴스]

 
건물 소파 피해를 입은 주민에 대한 지원도 8일부터 시작됐다. 포항시는 소파 피해 1만6991가구에 각 100만원씩 169억9100만원을 1차로 지급했다. 나머지 8000여 가구에 대한 성금 지급도 조만간 이뤄진다.
 
하지만 성금 지급에서 제외된 주민들은 불만이 높다. 피해 정도가 경미하거나 피해 신고를 제때 접수하지 못한 주민들이다. 
 
14일 포항시 북구 양덕동 한 아파트에 사는 김향기(44·여)씨는 "피해 접수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제때 신청을 못한 사람만 손해를 봤다"며 "같은 아파트에 사는데 피해 접수를 한 주민만 의연금을 받는 것이 과연 형평성에 맞는지 묻고 싶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해 11월 24일 경북 포항시 북구 남송리 지열발전소 건설현장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24일 경북 포항시 북구 남송리 지열발전소 건설현장 모습. [연합뉴스]

 
지열발전소를 둘러싼 논란도 지진 후유증에 속한다. 일부 전문가들이 지열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지하 암반에 지속적으로 충격이 가해져 지진이 일어났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자 포항시는 지열발전소를 영구 폐쇄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가 지열발전소 폐쇄를 요구하는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
 
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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