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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 구독신청

미세먼지에 노출된 내 몸은 '종합병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바라본 도심 대기가 뿌옇다. 마스크를 쓴 시민이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바라본 도심 대기가 뿌옇다. 마스크를 쓴 시민이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뉴시스]

요즘 찬 북서풍이 불면 하늘이 맑아지지만, 추위가 조금 누그러지면 영락없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
서울의 미세먼지(PM2.5) 연평균 농도는 지난해 ㎥당 25㎍(마이크로그램)으로 국내 미세먼지 연간 환경기준치 25㎍/㎥를 겨우 달성했다.
미세먼지는 지름 2.5㎛(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이하의 먼지를 말한다. 1㎍은 1000분의 1㎎, 즉 100만분의 1g이다.
환경부는 올 상반기 중에 미세먼지 환경기준을 미국·일본 등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할 예정이다. 미세먼지 연간 기준은 15㎍/㎥로, 24시간 기준은 50㎍/㎥에서 35㎍/㎥로 강화한다.

새로운 24시간 기준을 적용하면 서울의 미세먼지 초과일수는 63일로 늘어난다. 5.8일에 하루꼴로 기준을 초과하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에서 2022년까지 국내 대기오염 배출량을 30% 이상 감축하고, 미세먼지 '나쁨(50㎍/㎥)' 일수를 70% 줄이겠다고 밝혔다. 정부 대책으로 일부 개선은 되겠지만, 환경기준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세먼지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질환의 원인으로 알려졌다. 건강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미세먼지가 어떤 병을 일으키는지, 그 위험성을 미리 알고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중국발 황사의 영향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나타낸 지난해 11월 8일 서울 도심이 뿌옇다. 우상조 기자

중국발 황사의 영향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나타낸 지난해 11월 8일 서울 도심이 뿌옇다. 우상조 기자

기관지염과 천식 
 1998년 세계천식기구에서 5월 첫째 화요일을 천식의 날로 정했다. 이날을 기념해 2016년 5월 3일 환경정의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알리고 어린이 건강을 지키기 위한 캠페인을 벌였다. 푸른 하늘을 선물하자는 의미로 파란색 산타복을 입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1998년 세계천식기구에서 5월 첫째 화요일을 천식의 날로 정했다. 이날을 기념해 2016년 5월 3일 환경정의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알리고 어린이 건강을 지키기 위한 캠페인을 벌였다. 푸른 하늘을 선물하자는 의미로 파란색 산타복을 입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최근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임종한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를 보면, 집에서 반경 200m 이내에 위치한 도로의 총 길이가 500m 이상인 아이들은 모세 기관지염에 걸릴 위험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1.6배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자동차 대기오염이 심한 상황에서 모세 기관지염에 걸린 아이들은 새롭게 천식 진단을 받을 위험도도 2.7배 높았다.

과거 미국 캘리포니아 LA 지역에서 진행한 연구를 보면, 어린이 천식 환자 30만 명 중 최소 8%는 도로변 대기오염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들은 교통이 빈번해 오염이 심한 도로에서 250피트(72m) 이내에 거주했다.
송대진 고대구로병원 교수의 분석 결과, 미세먼지의 농도가 기준을 초과한 날에는 천식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가 5.7% 증가했다. 미세먼지가 하루 2시간만 기준을 초과해도 당일 환자 수는 3.7% 증가했다. 노출 3일 후에는 환자 수가 7.1% 늘었고, 입원 환자도 3일 후에는 37.3%가 증가했다. 미세먼지 노출 사흘 후에 환자가 급증하는 것은 기도를 자극하고 2차 염증 반응이 진행될 때까지 3일쯤 걸리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2016년 발표된 장안수 순천향대 부천병원 호흡기 알레르기내과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세먼지 크기의 디젤 분진에 노출되면 폐 조직이 딱딱하게 굳는 ‘폐 섬유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 디젤 분진에 생쥐를 장기간 노출한 결과, 만성폐쇄성 폐 질환과 함께 폐 섬유화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심장마비와 뇌졸중
급성 심장마비 증상이 5분 이상 지속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중앙포토]

급성 심장마비 증상이 5분 이상 지속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중앙포토]

지름이 100㎛가 넘는 먼지는 대개 코 또는 목(인후부)에서 걸러지고, 20㎛ 정도의 먼지는 기관지에서 걸러진다. 하지만 미세먼지는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허파꽈리까지 도달한다. 허파꽈리에서는 공기와 혈액이 접촉하는데, 이곳을 통해 미세먼지는 혈관으로 침투한다. 이로 인해 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은 물론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까지 유발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팀이 지난 2016년 질병관리본부의 지역사회 건강조사(2008~2010년) 자료에 나온 약 7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부유 먼지가 10㎍/㎥씩 증가할 때 고혈압 발생률이 4.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성분은 혈류를 타고 떠돌다가 심혈관계의 취약한 부위에 축적돼 심근경색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2013년 국제 의학학술지 랜싯에 게재된 논문을 보면, 대기오염에 노출되면 심장마비로 입원하거나 사망하는 사례가 증가한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과 심장마비 질환으로 인한 입원·사망과 뚜렷한 상관관계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심해지면 뇌졸중 발병과 사망 위험도 커진다. 2015년 영국 에든버러대 연구팀은 전 세계 뇌졸중 연구 사례를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가 10㎍/㎥ 증가하면 뇌졸중으로 인한 입원과 사망 비율이 1.1%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비만과 당뇨병 
미세먼지는 인슐린 저항성을 키워 당뇨병을 유발하고, 혈당 조절을 방해해 비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미세먼지는 인슐린 저항성을 키워 당뇨병을 유발하고, 혈당 조절을 방해해 비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2015년 가천의대 최윤형 교수와 서울대 의대 홍윤철 교수는 미세먼지의 주성분인 다핵방향족탄화수소(PAHs)가 과체중 노년 여성의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PAHs가 체내에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처럼 활동하기 때문이다. 인슐린 저항성이 커지면 인슐린 기능이 저하되고, 인체는 혈당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해 대사증후군은 물론 심장병, 당뇨병까지 초래할 수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 지역 거주자 6만2000명의 14년간 개인 의료기록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미세먼지가 10㎍/㎥ 증가할 때 당뇨 발병률이 11%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미국 실험생물학회 연합 저널(FASEB)’에 게재된 논문을 보면 생쥐를 중국 베이징 수준의 대기오염에 노출할 경우 대사증후군이 나타나고, 오염에 노출하지 않은 그룹보다 몸무게도 더 나갔다. 8주 후에는 암컷은 10%, 수컷은 18% 몸무게가 더 나갔다. 
신부전과 축농증, 골다공증, 안구 손상
미세먼지는 축농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세먼지는 축농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팀은 지난해 9월 미세먼지가 10㎍/㎥  증가할 때마다 신장의 사구체 여과기능은 21~28% 줄어들고, 만성 신장 질환 발생 위험은 27%, 말기 신부전 발생 위험은 26%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미세먼지는 중이염도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다. 지난 2012년 순천향대 부천병원 이비인후과 박무균 교수팀은 디젤 연소 입자가 사람의 귓속에서 세포 독성을 유발해 급성 중이염을 일으킨다고 보고했다. 또 디젤 연소 입자는 중이염의 만성화를 유발하는 물질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연구팀은 생쥐 실험을 통해 미세먼지가 직접 만성 비염과 축농증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실험에서 베이징이나 뉴델리 대기오염의 20~60% 미세먼지 농도에 하루 6시간, 주 5일씩, 16주 동안 노출한 결과, 부비강 세포에서 염증이 확인됐다. 특히 백혈구 중에서도 대식세포는 4배가 더 많았다.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골다공증도 나타난다. 한 70대 골다공증 환자가 2m를 걷는 데 8초17이 걸렸다. 걷는 속도가 느리고 골다공증이 있으면 꾸준히 운동하고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 [사진제공=세브란스병원]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골다공증도 나타난다. 한 70대 골다공증 환자가 2m를 걷는 데 8초17이 걸렸다. 걷는 속도가 느리고 골다공증이 있으면 꾸준히 운동하고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 [사진제공=세브란스병원]

고려대 안과 송종석·엄영섭 교수팀은 지난해 높은 농도의 미세먼지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안구 표면이 손상될 위험이 3배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미세먼지에 노출이 되면 골다공증이 나타나 골밀도가 감소하고 골절 위험이 커지기도 한다. 
불임
일생의 건강이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정자와 난자의 수정순간을 주사 전자현미경으로 포착한 모습이다.[중앙포토]

일생의 건강이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정자와 난자의 수정순간을 주사 전자현미경으로 포착한 모습이다.[중앙포토]

미국에서 1993~2003년 사이 3만6000명 이상의 임산부를 대상으로 실시된 연구에서, 2500명의 불임 환자가 확인됐다. 특히 대로변에서 199m 이내에 거주하는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불임 비율이 11% 높았다.

홍콩 중문의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지난해 11월 미세먼지가 정자의 질을 떨어뜨려 불임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미세먼지가 5㎍/㎥가 증가할 때마다 정상적인 모양과 크기의 정자 수가 1.29%씩 줄었다는 것이다. 또, 정상 범위에는 속하지만, 모양과 크기가 하위 10%에 속하는 ‘열등 정자’가 늘어날 위험은 26%나 증가했다. 반면 정자 숫자는 늘어났다. 질 저하를 양으로 때우려는 일종의 ‘보상 메커니즘’이 작용한 것으로 연구자들은 추정했다. 
조기 출산과 저체중아 출산
인큐베이터의 신생아들.임산부가 미세먼지에 노출이 되면 조기 출산의 위험이 발생한다. [중앙포토]

인큐베이터의 신생아들.임산부가 미세먼지에 노출이 되면 조기 출산의 위험이 발생한다. [중앙포토]

지난해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등 국제연구팀은 세계 183개국 자료를 분석, 연간 1490만 명의 조기 출산아 중 270만~340만 명이 미세먼지로 인해 조기 출산했다고 밝혔다.

임신부가 오염된 공기에 많이 노출될수록 저체중아가 태어날 위험이 커진다. 2013년 미국 학술지 ‘환경 건강 전망’에 게재된 논문에서는 유럽·아시아 등 세계 9개국의 300만 건에 이르는 신생아 출생 자료를 분석,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2.5㎏ 이하의 저체중아는 출생 직후 합병증으로 사망할 위험이 크고, 만성질환으로 고생할 위험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3년 국제 의학학술지 랜싯에 게재된 논문을 보면 임신 중 노출된 미세먼지 농도가 5㎍/㎥ 높아질 때마다 저체중아 출생 위험은 18%씩 높아졌다.
지난 3일 발표된 호주 등 국제연구팀 연구 결과를 보면, 초미세먼지(PM1.0, 지름 1㎛ 이하) 농도가 10㎍/㎥ 이상이면 조산 위험이 9% 증가했고, 52㎍/㎥ 이상에서는 조산 위험이 36%로 급증했다. 
아동 비만과 자폐증
칠판 낙서하는 아이. 자폐스펙트럼장애(ASD)는 유아기에는 잘 발견되지 않다가 7세에서 11세에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중앙포토]

칠판 낙서하는 아이. 자폐스펙트럼장애(ASD)는 유아기에는 잘 발견되지 않다가 7세에서 11세에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중앙포토]

2015년 발표된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연구결과를 보면, 대기오염에 노출된 임산부가 낳은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비만이 될 확률이 2.3배 높았다.

지난 2013년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임신 중 또는 출생 첫해에 자동차 배기가스에 들어있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에 과도하게 노출이 되면 자폐증 위험이 커진다. 자폐아 279명과 건강한 아이 245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 임신 중 도로교통 오염이 높은 지역에 거주한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자폐증 위험이 1.9배 높았다. 출생 첫해에 오염도가 높은 지역에서 거주한 경우 위험이 3.1배 높았다.

지난해 12월 유니세프(유엔아동구호기금)는 보고서를 통해 “미세먼지가 유아의 뇌 발달을 해쳐 평생 후유증을 남길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치매와 파킨슨병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이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이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2015년 미국 보스턴에 있는 베스 이스라엘 디코네스 의료센터(BIDMC) 연구진은 낮은 수준의 대기오염이라도 장기간 노출될 경우 뇌에 심각한 영향을 미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95~2005년 미국 보스턴·뉴욕에 거주하는 60세 이상의 건강한 성인 900명을 대상으로 뇌 MRI 검사를 진행한 결과, 대도시의 미세먼지 농도 수준에 장기간 노출되면 뇌 크기가 평균 0.32% 줄었다. 특히, 미세먼지 오염도가 2㎍/㎥ 증가할 때마다 1년간 자연 노화로 인해 줄어드는 만큼 뇌의 부피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더 나아가 미세먼지는 코를 통해 사람의 뇌로 침투해 치매를 유발할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영국 랭커스터대학 연구팀은 2016년 9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자동차 매연 등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속의 자철석(magnetite, 산화철)이 코를 통해 인체에 들어가 뇌에도 쌓인다고 밝혔다. 영국 맨체스터와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주민 37명의 뇌를 검사한 결과 뇌 조직 1g당 수백만 개의 자철석 입자가 관찰됐다는 것이다. 입자 모양도 자연적인 형태가 아닌 자동차 엔진 속 고온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둥근 형태를 보였다. 이들 자철석 입자가 뇌에 손상을 주고 이것이 알츠하이머 질환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같은 해 순천향대 의료 생명공학과 이미영 교수팀도 미세먼지 중에서도 입자가 더 작은 초미세먼지(PM0.1, 지름 0.1㎛ 이하)가 신경세포에 치명적인 독성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초미세먼지에 신경세포를 노출한 결과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것이다. 초미세먼지로 인한 신경세포 염증이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을 등을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 공공보건국 소속 과학자들의 연구를 보면, 주요 도로에서 300m 이상 떨어져 거주하는 사람에 비해 50m 이내에 거주하는 경우 치매 발병률이 7% 높았다. 또 50~100m 거주자는 4%, 101~200m 거주자는 2% 높아졌다.
미국 서든 캘리포니아 대학팀의 연구 결과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지역에 사는 여성은 낮은 지역에 사는 여성에 비해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81%, 치매 발생률이 92% 높았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는 미세먼지가 10㎍/㎥ 증가할 때마다 파킨슨병으로 인한 입원 위험이 1.6배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우울증과 자살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우울증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자살률도 증가할 수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우울증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자살률도 증가할 수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015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도관 교수 연구팀은 미세먼지 같은 대기오염 물질이 우울증을 유발해 자살 위험을 높인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6~2011년 국내 각 시도별 환경오염지수와 자살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1주일을 기준으로 부유 먼지(PM10)가 37.82㎍/㎥ 늘어날 때마다 국내 전체 자살률이 3.2%씩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9월 서울대 의대 김경남 씨는 박사학위 논문에서 미세먼지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우울증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를 밝혔다. 2007~2010년 기준으로 서울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10㎍/㎥ 증가할 때 우울증 발생 위험은 59% 증가했다. 특정 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할 때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을 확률, 즉 우울증 환자가 기존 환자 숫자에 그만큼 더 늘어난다는 의미다. 
폐암과 방광암, 유방암 
폐암 환자의 CT 사진. 붉은색 원으로 표시된 부분이 암 조직이다. [중앙포토]

폐암 환자의 CT 사진. 붉은색 원으로 표시된 부분이 암 조직이다. [중앙포토]

지난 2012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디젤엔진 배기가스를 석면·비소 등과 같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폐암은 물론 방광염 발생과도 상관관계가 높다며 암과 명백한 연관이 있는 1등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것이다.

IARC는 2013년 10월 대기오염 자체를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IARC는 “2010년 전 세계 22만3000명이 대기오염에 기인한 폐암으로 사망했다”며 “대기오염이 방광암 발생과도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2013년 덴마크 암학회 발표에 따르면 미세먼지 오염도가 5㎍/㎥ 상승하면 폐암 발생 위험이  18% 증가하고, 부유 먼지(PM10)가 10㎍/㎥ 증가하면 폐암 위험이 22% 늘어난다.
미국 플로리다대학 연구팀은 지난해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여성이 치밀유방을 가질 위험이 4%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치밀유방은 유방 조직이 촘촘하고 단단하게 뭉쳐 있는 것을 말하는데, 유방 세포의 성장을 막고 섬유질 조직이 늘어난 결과로서 유방암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2008~2014년 부유 먼지가 위암과 대장암, 간암 등의 사망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결국은 조기 사망으로 이어져
스모그로 뒤덮인 서울. 대도시 서울과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제주시의 미세먼지 연 평균치가 최근 비슷하게 측정될 정도로 중국에서 날아오는 대기오염물질의 영향이 커지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스모그로 뒤덮인 서울. 대도시 서울과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제주시의 미세먼지 연 평균치가 최근 비슷하게 측정될 정도로 중국에서 날아오는 대기오염물질의 영향이 커지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2015년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임종한 교수팀은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서만 한 해 30세 이상 성인 1만5000명이 기대 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에 사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수도권 전체 연간 사망자의 15.9%가 미세먼지 오염으로 인해 호흡기 질환이나 심혈관 질환, 폐암 같은 질병으로 몇 개월 혹은 몇 년 조기에 사망한다는 것이다.

인제대 대기환경정보공학과 정우식 교수팀이 2000~2011년 서울의 대기오염 상태와 질병과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부유 먼지 농도가 높을수록 천식으로 인한 사망자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부유 먼지 농도가 높았던 2002년에는 연간 천식 사망자 수가 500명이 넘었으나, 오염도가 낮았던 2011년에는 15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지난해 3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된 논문에서 중국 칭화대·베이징대와 미국·캐나다 등의 국제공동연구팀은 한국과 일본의 경우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 때문에 3만900명이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건강 피해를 예방하려면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강변을 걷고 있다. 임현동 기자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강변을 걷고 있다. 임현동 기자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려면, 당장은 미세먼지 오염이 심한 장소를 피하는 것이 좋다. 오염이 심할 때는 자전거 타기나 달리기는 운동을 피해야 한다. 외출도 삼가는 것이 좋다. 외출해야 한다면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기능이 있는 ‘보건용 마스크’를 써야 한다. 제품 외부 포장에 ‘의약외품’이라는 글자와 ‘KF80', 'KF94' 표시가 있는 것이라야 한다. 미세먼지를 제대로 막으려면 사업장에서 쓰는 N95 등급의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외출하지 않고 집 안에 있다고 해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미세먼지의 경우 창문과 문틈을 통해 실내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오염도가 치솟으면 달아날 곳이 없다는 얘기다.
결국 건강을 지키려면 미세먼지 오염도를 낮추는 수밖에 없다. 자동차나 공장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을 줄이고 불법소각을 단속해야 한다. 중국발, 북한발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이 기사에는 미세먼지(PM10)를 부유 먼지로, 초미세먼지(PM2.5)를 미세먼지로 지칭했음을 알려드립니다. 대신 PM2.5보다 더 작은 PM1.0이나 PM0.1을 초미세먼지로 분류했습니다.
미세먼지 오염이 심한 날에는 야외활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임현동 기자

미세먼지 오염이 심한 날에는 야외활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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