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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에도 눈 … 강진선 노인 동사

12일 오전 제주도에서 남쪽으로 약 11㎞ 떨어진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도 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전 제주도에서 남쪽으로 약 11㎞ 떨어진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도 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사돈댁과 함께 제주도 여행에 나선 심상희(84·여·강원도 강릉시 구정면)씨는 11일과 12일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 폭설로 항공기가 무더기로 결항하면서 발이 묶인 것이다. 심씨 가족은 지난 11일 오후 1시 김포공항으로 가기 위해 제주국제공항에 갔지만 비행기를 탈 수 없었다.
 
12시간 가까이 기다린 심씨 가족은 12일 새벽에 “특별기를 타게 해준다”는 말에 짐 검사까지 마쳤지만 운항이 취소됐다. 결국 심씨 일행은 공항 인근 펜션에 투숙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아들 최봉령(56)씨가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잡은 숙소였다.
 
제주공항에서는 지난 11일에만 세 차례 활주로가 폐쇄됐고 12일까지 결항 292편, 지연 312편 등 604편의 항공편이 차질을 빚었다. 11일 제주를 떠나지 못한 승객이 7047명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11일 밤 승객 2500여 명이 공항에서 밤을 지새우거나 인근 숙박업소를 전전해야 했다. 공항 곳곳은 대규모 노숙장으로 변했다.
 
12일 새벽 제주공항과 제주관광공사 등에서 깔개와 모포 등을 나눠주기 시작하자 공항 대합실은 불과 1~2분도 안 돼 길게 늘어선 대기 행렬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1인당 1개씩 지급되는 모포를 아이들 것까지 달라는 승객과 직원들 간의 실랑이도 벌어졌다. 체류객들은 생수 7500병과 매트리스·모포 2700세트를 받았지만 북새통에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한정아(40·경남 진주시 평리동)씨는 “엄마 넷이서 아이 여섯과 함께 제주를 찾았는데 노숙하는 신세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제주공항 측은 항공기 운항이 정상화된 12일 오전부터 승객들을 실어 나르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국토교통부도 이날 제주공항에 임시 항공편 41편을 투입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관계자는 “항공사들이 이날 모두 224편을 운항하고, 추가 임시편 투입 등도 하고 있어 체류객들을 모두 수송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폭설에 강력한 한파까지 맞물리면서 전국 각지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전남 강진에서는 폭설 속에 집을 나선 노인이 숨진 채 발견됐다. 강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6시33분쯤 강진군 마량면 한 수로에 박모(79·여)씨가 숨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했다. 치매를 앓고 있는 박씨는 전날 오후 7시10분쯤 가출 신고가 된 상태였다. 경찰은 박씨가 길을 잃고 헤매다가 미끄러져 수로에 빠진 뒤 저체온증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계량기 동파도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 수자원본부에 따르면 11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모두 41건의 수도계량기 동파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는 전기 공급이 중단돼 500여 가구가 피해를 봤다.
 
한편 올겨울 최강 한파가 닥친 12일엔 국토 최남단 마라도까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등 한반도 전체가 꽁꽁 얼었다. 기상청 자동기상측정망(AWS) 자료를 보면 마라도는 이날 오전 1시44분 기온이 영하 0.4도를 기록했고, 제주는 영하 2.3도, 서귀포는 영하 3도까지 떨어졌다.
 
서울도 이번 겨울 들어 가장 낮은 영하 15.3도를 나타냈고, 오전 6시 체감온도는 영하 20도까지 떨어졌다.
 
기상청은 “13일은 서울과 경기도, 강원 영서, 충청 북부에 새벽부터 오전 사이 눈이 1㎝ 정도 오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13일 낮부터는 비교적 따뜻한 서풍이 유입되면서 14일에는 평년 기온을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제주·수원=최경호·최충일·임명수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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