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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양’처럼 나도 훅? AI ‘직업증발’ 시대에 살아남는 법


[윤석만의 인간혁명]한 순간에 ‘훅’ 직업 증발의 시대 온다
 
직물기계를 파괴하고 있는 러다이트 노동자들의 모습. [네이버]

직물기계를 파괴하고 있는 러다이트 노동자들의 모습. [네이버]

미래엔 현재 직업의 절반이 사라진다거나 '신 20대 80의 사회'가 도래해 20%만 의미있는 직업을 갖고 나머지는 '가짜 직업(fake job)'을 갖게 된다는 등 우울한 전망이 많습니다. 반면 과거에도 그랬듯 기술혁신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므로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는 낙관론도 있습니다. 어느 방향이 됐든 미래 일의 모습이 크게 변화할 것임은 분명합니다. '인간혁명'은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직업 전망을 시리즈로 살펴 봅니다. 제일 먼저 새로운 기술혁신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과거에 있었던 산업혁명 시기의 영국으로 함께 돌아가보시죠.
 
1811년 영국 노팅엄의 노동자들이 횃불을 들어 올렸습니다. 섬유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직물공장을 습격해 양말 등을 생산하는 기계를 모두 부순 거였죠. 이들은 몇 달 동안 총과 해머를 들고 1000대가 넘는 기계를 파괴했습니다. 노팅엄에서 시작된 불길은 랭커셔·요크셔·체셔 등 직물공업이 발달한 북부의 여러 주(州)로 확산됐죠. 바로 노동자들의 기계파괴운동인  ‘러다이트(Luddites)’입니다.
 
 산업혁명 하면 보통 증기기관을 떠올리지만 18~19세기 영국에선 방적기가 기술혁신의 대명사였습니다. 수공업으로 이뤄지던 직물 제조업에 방적기가 도입되면서 대량 생산 체제가 구축된 것이었죠. 방적기는 노동자들보다 훨씬 많은 직물을 생산했고 일의 속도도 무척 빨랐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은 기계와 경쟁 자체가 불가능했죠. 
 

사진을 클릭하면 '윤석만의 인간혁명'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돈 많은 자본가들은 방적기를 양말 짜던 수공업자들에게 빌려주기 시작했고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됐습니다. 기계를 사용한 대량생산으로 양말 값은 하락했고 노동자들은 더욱 가난해졌습니다. 특히 당시 유럽 대륙을 점령한 나폴레옹은 영국과의 통상을 금지하는 ‘대륙봉쇄령(Blocus Continental)’을 내리면서 영국은 높은 실업률과 식량 부족까지 겪게 됐습니다.
 
 방적기의 도입 이후 형편없는 임금을 받고 있던 노동자들은 결국 무리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생필품조차 못 구하는 상황에서 방적기를 파괴하기에 이른 것이죠. 공장 노동자들은 그들의 리더인 네드 러드(Ned Ludd)의 이름을 따 스스로를 ‘러다이트’라고 불렀습니다. 노동자들은 그를 ‘러드 장군(General Ludd)’, ‘러드 왕(King Ludd)’ 등으로 칭했지만 실존했던 인물인지에 대해선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영국 산업혁명 당시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는 모습을 그린 그림. [중앙포토]

영국 산업혁명 당시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는 모습을 그린 그림. [중앙포토]

 사태가 확산되자 1812년 영국 의회는 기계를 파괴하는 사람은 사형에 처할 수 있다는 법을 제정합니다. 이듬해 러다이트를 주도한 17명의 노동자가 사형 선고를 받죠. 그러나 러다이트의 불길은 유럽 전역으로 번집니다. 1818년 독일의 언론인 ‘쾰른 차이퉁’은 러다이트를 옹호하는 기사를 싣기도 했습니다.
 
 “증기기관 한 대가 1000명의 사람을 실업자로 만들고 노동자 모두에게 분배될 이익을 한 사람에게 넘기기도 한다. 새로운 기계가 나올 때마다 많은 가정이 빵을 빼앗긴다. 증기기관이 하나 만들어지면 거지의 숫자가 늘어난다. 사회의 모든 돈이 일부의 자본가들 손에 들어가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들에게 잘 보이려고 애걸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
 
 러다이트는 기계가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키는 게 아니라, 인간을 자본에 귀속시켜 기계보다 못한 삶을 살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러다이트는 단순히 기계를 부수는 게 아니라 이를 소유한 자본가 계급에 대한 증오를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기도 했던 것이죠.  
 
 러다이트를 경험한 영국은 이후 기술발전에 따른 노동자의 실업 문제에 적극 개입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게 1865년 영국 의회가 제정한 ‘붉은 깃발법(Red Flag Act)’입니다.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반대하는 마부들을 달래기 위해 제정된 법인데요. 자동차 한 대를 운행하려면 운전사와 기관원, 기수 등 3명이 따라 붙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또 기수는 붉은 깃발을 들고 수십 미터 앞에서 자동차를 이끌어야 했죠. 그러나 이 법은 산업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폐기 처분됩니다. 물론 마부란 직업은 사라졌고요.
처음 볼링이 나왔을 때는 소년들이 직접 핀을 세워야 했다. [구글]

처음 볼링이 나왔을 때는 소년들이 직접 핀을 세워야 했다. [구글]

 이처럼 기술혁신은 필연적으로 기존에 있었던 직업을 소멸시킵니다. AI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도 예외는 아니죠. ‘2033년까지 현재 일자리의 46%가 사라질 것’이라는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의 보고서나 ‘2027년 국내 일자리의 52%가 AI로 대체될 것’이라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분석 등은 미래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다보스포럼은 2020년까지 선진국의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진다고 했죠.
 
 하지만 우린 이와 같은 일들이 아직 실감나지 않습니다. 나와는 상관없는 먼 미래의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런 미래는 점진적으로 찾아오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훅’ 하고 이미 와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자리가 천천히 감소하는 게 아니가 한 순간에 갑자기 사라진다는 것이죠. 바로 ‘직업 증발’입니다.  
 
 우리 주변에도 이런 사례는 종종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게 ‘버스 안내원’이죠. 이른바 ‘안내양’이라고 불렸던 이들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여성들이 많았습니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국 곳곳에서 볼 수 있었죠. 하얀 장갑을 끼고 동전을 거슬러주거나 탑승이 완료되면 ‘오라이 오라이’를 외치곤 했습니다. 그러나 버스에 안내방송과 하차 벨이 생기면서 더 이상 이들의 역할은 필요 없게 됐습니다. ‘안내양’이라는 직업은 불과 몇 년 만에 사라져 버렸죠.
점진적으로 숫자가 증가하던 엘리베이터 도우미는 1950년대 정점을 찍더니 1960년대 반토막이 난 후 갑자기 사라졌다. [ITIF]

점진적으로 숫자가 증가하던 엘리베이터 도우미는 1950년대 정점을 찍더니 1960년대 반토막이 난 후 갑자기 사라졌다. [ITIF]

 미국에선 엘리베이터 도우미(elevator operator)가 그랬습니다. 1880년대 처음 등장한 이들은 1950년대 12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그러나 10년 후인 1960년대 6만 명으로 반 토막 나더니 얼마 후 갑자기 사라져 버렸습니다. ‘안내양’과 마찬가지로 산업의 발달로 없어진 대표적인 ‘직업 증발’ 사례죠. 이처럼 기술혁신은 필연적으로 일자리를 사라지게 합니다.  
 
 물론 없어진 만큼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 겁니다. 전체 산업과 노동 구조의 측면에선 또 다른 일자리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에게 ‘직업 증발’은 생계와 삶의 목표가 걸린 큰 문제입니다.
 
 특히 앞으로 우리 앞에 펼쳐질 기술혁신은 과거와는 차원이 매우 다릅니다. 지금껏 기계로 대체된 일자리의 대부분은 육체를 쓰는 단순노동이 많았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인간이 잘 할 수 있는 일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었죠. 그러나 기계가 단순히 인간의 물리적 노동만을 대체하는 게 아니고 인지적 능력까지 대신하게 될 때는 그 의미가 매우 다릅니다. 또한 미래에 새로운 직업이 생겨난다 해도 지금처럼 대다수의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며, 평생 유지할 수 있는 직업이기도 힘듭니다.  
자료:한국고용정보원

자료:한국고용정보원

 실제로 한국고용정보원의 연구 결과(2017년)에 따르면 AI가 상용화되는 미래에는 현재 사람이 수행하고 있는 능력의 상당 부분은 쓸모없게 된다고 합니다. 2030년 국내 398개 직업이 요구하는 역량 중 84.7%는 AI가 인간보다 낫거나 같을 것이라는 분석이죠. 경찰관(88%), 약사(84.2%), 미용사·보험영업원(79.2%), 영양사(76%) 등의 역량은 상당 부분 AI로 대체될 전망입니다.
 
 전문직으로 불리는 법조인과 의사도 예외는 아닙니다. 변호사 업무의 경우 2025년까지 37%, 2030년까지 48.1%가 AI가 인간을 따라잡게 됩니다. 판검사도 2025년(34.5%), 2030년(58.6%)까지 AI의 능력이 높아질 전망이고요. 의사는 더욱 심합니다. 2025년 33.3%, 2030년 70%입니다. 의료 분야에선 이미 AI 의사 왓슨이 큰 활약을 하고 있죠. 2030년엔 교수(59.3%), 기자(52.4%) 등도 절반 이상의 역량이 AI와 같거나 못하게 될 전망입니다.
AI, 직업별 핵심역량

AI, 직업별 핵심역량

 이처럼 AI 기술의 발전은 빠른 속도로 우리 사회 전반에서 ‘직업 증발’을 부를 것입니다. 지금껏 있었던 기술혁신과는 차원이 다르게 말이죠. 10년 후 우리 눈앞에 예견되는 대표적인 ‘직업 증발’ 사례는 운전기사입니다. 최근 미래기술의 혁신을 선도하는 자율주행차 때문이죠. 백만명 가까이 되는 버스·택시·화물차 등 직업기사와 대리운전 기사가 일자리를 잃을 전망입니다. 그것도 한 순간에 말이죠. 그 때문에 2017년 7월 인도 교통부는 자국내 일자리 보호를 위해 자율주행차 도입을 금지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죠. 당시 니틴 가드카리 교통부 장관은 “우리는 기술에 일자리를 뺏기게 할 순 없다. 기술이 인간 일자리를 대체하게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AI역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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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자율주행차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입니다. 이는 비단 ‘운전기사’의 증발 뿐 아니라 산업의 생태지도와 시민들의 일상적인 생활 패턴까지 바꿔 놓을 겁니다. 2017년 발표된 'Driverless Future' 보고서에 따르면 15년 후 자동차 소유자는 현재의 절반으로 뚝 떨어집니다.
 
 3개 도시를 분석했는데 현재와 비교해 자가 차량 보유자 비율이 댈러스(31%), 로스앤젤레스(44%), 뉴욕(60%) 등 순으로 급감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운전가가 사라질 뿐 아니라 자동차 구매자 역시 없어지는 거죠. 대신 사람들은 자동차를 ‘소유’하는 게 아니라 ‘공유’하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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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문에 모빌리티업계에서는 다소 흥미로운 전망도 내놓습니다. 현대차와 같은 자동차 제조업체가 미래 사회에는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종의 렌터카업체로 변신할 것이라는 거죠. 마치 최근 몇 년 사이에 호텔업이 지고 에어비앤비가 뜨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미래 기술의 혁신은 우리의 모든 것을 바꿔 놓을 겁니다. 자율주행차 뿐 아니라 다른 산업과 직업 분야도 마찬가지죠. 특히 AI 기술이 특이점(singularity·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AI로 대체되는 일자리는 더욱 많아질 겁니다. “조만간 AI가 지식과 정보의 습득 능력뿐 아니라 논리와 추론의 영역에서도 인간을 뛰어넘을 것”(미래학자 레이커즈 와일)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30년 후 특이점이 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죠. 이처럼 특이점 시대에 ‘직업 증발’의 속도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두울 겁니다.  
증가하고 있는 차량 공유. 미래에는 차량을 소유하는 게 아니라 공유를 통해 이용하는 것으로 소비 패턴이 크게 바뀐다. [BCG, RethinkX]

증가하고 있는 차량 공유. 미래에는 차량을 소유하는 게 아니라 공유를 통해 이용하는 것으로 소비 패턴이 크게 바뀐다. [BCG, RethinkX]

 이처럼 ‘직업 증발’의 시대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많은 혼란과 갈등이 예상됩니다. 극단적으로는 ‘네오(NEO) 러다이트’ 운동 같은 게 일어날 수도 있죠. 20여 년 전 ‘유나바머(Unabomber, university and airline bomber)’처럼 말입니다. 유나바머는 대학과 비행기에서 폭발물 테러를 일삼았던 인물입니다. 1978년 5월부터 1995년 4월까지 18년 동안 16차례에 우편물 폭탄을 보내 3명을 죽이고 23명을 다치게 했습니다. 발전된 과학기술이 인간을 파괴한다며 주로 컴퓨터 등 과학기술 관련자들에게 폭탄을 보냈죠.
 
 유나바머는 결국 1996년 FBI에 체포돼 시어도어 커진스키라는 인물로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인들은 그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매우 경악했습니다. 희대의 폭탄 테러범이 하버드대를 졸업한, 어릴 적부터 수학 천재로 유명한 버클리대의 전직 교수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른바 ‘유나바머 선언문’에서 “인류에게 산업혁명은 재앙이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될 거다. 인간의 존엄성은 사라지고 고통 받는 노동자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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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우리가 ‘직업 증발’의 시대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다면 제2의 유나바머, 또는 러다이트 운동이 생길지 모릅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분명합니다. 몇 년 후 얼마만큼의 일자리가 없어질 거라며 발만 동동 구르거나 어두운 전망을 곱씹으며 우울감에만 휩싸여선 안 됩니다. 반대로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 거니 걱정 말라”는 순진한 낙관론에 빠져서도 안 되고요.  
 
 제일 먼저 우리는 없어질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재취업을 준비해야 합니다. 아울러 미래에 필요한 인간의 역량이 무엇인지, AI와의 경쟁에서도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능력이 무엇인지 찾아내 자라나는 미래 세대들을 교육해야 합니다. 이런 철저한 준비가 없이 미래를 맞이한다면 우리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되겠죠. 4차 혁명의 성과가 시민 다수에게 돌아가도록 하려면 직업과 일자리 문제부터 풀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미래의 일을 위해 우리는 뭘 준비해야 할까요. 학교에서 교사는 무엇을 가르치고, 학생들은 무얼 배워야 할까요. 자세한 내용은 다음 회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윤석만의 인간혁명'은 매주 토요일 아침 업데이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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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만 기자는
 윤 기자는 2010년부터 교육 분야를 취재했다. 특히 인성·시민 교육 및 미래와 관련한 보도에 집중했다. 앞으로는 성적과 스펙보다 협동과 배려, 공감 같은 인성역량이 핵심능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를 주제로 ‘휴마트(humanity+smart) 씽킹’이란 책을 냈다. 유네스코가 15년마다 주최하는 세계교육포럼에서 세계시민교육 심포지엄의 기조발표자로 나서기도 했다. 중앙인성연구소 사무국장을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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