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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신기술? 130년 이어온 코닥의 암호화폐 '도박'


[주정완의 글로벌 J카페]사기? 신기술? 코닥의 암호화폐 '도박' 

 
암호화폐의 거센 풍랑에 130년 전통의 기업이 난파선처럼 출렁거리고 있다. 미국의 필름업체 이스트먼 코닥이다. 암호화폐로 재기를 노리던 코닥은 다시 암초에 부딪혀 흔들리고 있다.
 
출발은 희망적이었다. 미국 뉴욕주에 본사가 있는 코닥은 지난 9일(현지시간) 투자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소식을 발표했다. 
 
코닥필름

코닥필름

 
'웬(Wenn) 디지털'이란 회사와 손잡고 암호화폐 사업에 진출한다는 내용이었다. 오는 31일 증시에서 기업공개와 비슷한 가상화폐공개(ICO)를 시행하겠다고도 했다.
 
암호화폐의 이름은 ‘코닥코인’이라고 붙였다. 코닥코인에는 비트코인과 같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하면 사진작가들이 자신이 가진 사진의 저작권을 온라인에서 편리하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발표가 나오자마자 코닥의 주가가 급등했다. 단숨에 암호화폐 사업을 선도하는 주식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3달러 선에서 움직이던 코닥의 주가는 9일에는 6.8달러로 올랐다. 이어 10일에는 10.7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틀간 주가 상승률은 245%에 달했다.
 
주가 상승세는 사흘을 넘기지 못했다. 발표 사흘째인 11일 코닥의 주가는 급락했다.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전날보다 20% 넘게 떨어진 8.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코닥의 ‘검은 목요일’이었다.
 
그래도 아직은 암호화폐 발표 전보다 주가가 비싸긴 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투자자들의 시선이 냉정해진 것이다. 이제 단순히 암호화폐 사업 진출 소식만으로는 주가 급등의 이유가 되지 못한다. 내용이 부실하면 언제든지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
 
코닥의 암호화폐 채굴기 캐시마이너

코닥의 암호화폐 채굴기 캐시마이너

 
논란이 된 것은 코닥이 공개한 암호화폐  채굴기 ‘캐시마이너(Kashminer)’다. 공짜가 아니다. 임대료는 34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362만원이다. 약정 기간은 2년이다.
 
코닥은 투자자들이 이것을 빌리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코닥이 제시한 투자자들의 수익은 월 375달러다. 약정 기간 2년을 고려하면 총 9000달러다.
 
기계 임대료를 제외하고 이론적으로는 2년간 5600달러(약 600만원)를 벌 수 있다. 한 달에 25만원꼴이다. 아주 적은 돈은 아니지만, 결코 ‘대박’이라고 할 수 없는 금액이다.
 
하지만 코닥의 계산에는 매우 중요한 전제 조건이 달려 있다. 비트코인의 시세가 평균 1만4000달러 수준을 유지하는 경우다. 바로 이게 문제다. 최근 암호화폐의 가격이 크게 출렁거리고 있다. 2년 뒤에도 암호화폐의 시세가 현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만일 암호화폐의  가격이 떨어진다면 투자자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 기계를 빌려준 코닥은 확실한 임대료 수익을 올리겠지만, 투자 위험은 온전히 투자자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투자자들의 입장에선 고위험, 저수익의 불공평한 거래라는 지적이다. 코닥은 보험료와 기계 유지비, 전기료 등을 부담하기 때문에 임대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선 코닥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사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미국의 정보기술(IT) 매체인 버즈피드 뉴스는 “전문가들은 코닥의 새로운 비트코인 계획을 사기(scam)라고 부른다”고 전했다.
 
코닥의 암호화폐 채굴기 캐시마이너에 대해 네티즌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코닥의 암호화폐 채굴기 캐시마이너에 대해 네티즌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UC버클리대에서 강의하는 니콜라스 위버는 “황당하고 멍청한 발상”이라며 “사진을 거래하는데 암호화폐가 필요한 이유를 모르겠다. 대부분의 사진작가는  암호화폐 대신 확실한 진짜 돈을 받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사진 커뮤니티 디프리뷰(Dpreview)는 “코닥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거나, 비트코인 채굴 사기(bitcoin mining scam)를 벌이고 있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꼬집었다.
 
만일 야심 차게 내놓은 암호화폐 계획이 좌초한다면 코닥은 또다시 절망적인 상황에 빠질 수 있다. 130년 전통의 기업이 회생이냐, 몰락이냐의 갈림길에 섰다.
 
코닥의 초창기 역사는 화려했다. 창업자인 조지 이스트먼은 1884년 코닥의 전신인 ‘이스트먼 드라이 플레이트&필름 컴퍼니’를 세웠다. 이어 1888년 첫 번째 소형 카메라를 선보였다.
코닥의 창업자 조지 이스트먼 [중앙포토]

코닥의 창업자 조지 이스트먼 [중앙포토]

 
당시 카메라는 한 번 필름을 넣으면 100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소비자가 우편을 이용해 카메라를 통째로 보내면, 회사에서 사진을 뽑아서 카메라와 함께 우편으로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이어 1892년에는 현재와 같은 ‘이스트먼 코닥’으로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21세기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코닥은 몰락의 길을 피하지 못했다. 결국 코닥은 2012년 1월 법정관리에 해당하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당시 코닥의 부채는 67억5000만 달러, 채권자 수는 10만 곳에 달했다. 2013년 11월 법원의 결정으로 기업회생 절차를 시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코닥의 매출액은 15억4300만 달러였다. 파산보호를 신청하기 전인 2011년의 51억4800만 달러보다 30% 수준으로 축소됐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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