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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으로] 깜깜한 방에서 총 쏘고 폭발물 제거 … 이곳은 카페입니다

강남·홍대앞 첩보요원·탐정 놀이 인기
“제한 시간 3분. 표적 29개가 남았습니다.”
 
지난 10일 오후 강남의 한 ‘요원 카페’를 찾았다. 폭발물 제거, 암호 해독, 레이저빔 통과 등 영화 속 비밀 요원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일단 좁고 긴 통로 형태의 암실에 총을 들고 입장하니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사방에 파란점으로 표시된 적들이 나타났다. 마스터키트(Mater Kit·스테이지별 미션을 안내해주는 게임 도구)에 표시된 초시계가 쉴새없이 움직이며 제한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알린다. 특수요원이 된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두번째 방에 들어가니 SF 영화를 방불케하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있다. 하얀 연기와 함께 초록색 레이저 빔이 어지럽게 춤춘다. 터널 형태의 길고 좁은 방을 5분 내 통과할 동안 레이저 빔이 몸에 닿아서는 안 된다. 촘촘히 얽혀있는 레이저빔을 통과하기 위해선 아크로바틱 수준의 유연성이 필요해 보였다. 다리 찢기는 엄두가 안 나 포복 자세로 기어가려했지만 30초도 안 돼 레이저빔에 맞았다. ‘삐삐삐삐’ 경고음과 함께 “게임이 리셋됩니다. 게임이 리셋됩니다” 하는 안내음이 연달아 나왔다. 2m 가량 빠져나온 터널에서 뒤돌아 나와 입구로 돌아갔다. 레이저가 몸에 닿으면 처음부터 다시 탈출을 시작해야 한다.
 
이번엔 폭발물이 설치된 방으로 들어갔다. 제한 시간 내 암호를 풀어 마스터키트에 입력해야 한다. 어지럽게 꼬여있는 전선을 풀어 숨겨진 암호를 찾는다. 암호를 잘못 입력하거나 벽면에 설치된 파이프를 건드리면 경고음이 울린다. 첩보 영화 배경음 같은 긴박한 음악과 제한 시간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안내음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다. 암실에 스모그가 퍼지자 숨이 막혀오는 기분이었다.
 
최근 홍대앞 등에서 추리 카페 일종인 ‘크라임씬’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크라임씬’은 살인 사건 현장을 무대로 출연자들이 부여받은 역할을 연기하며 범죄자를 찾아내는 JTBC 추리 예능, 최근 이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이색 추리 카페가 늘어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최근 홍대앞 등에서 추리 카페 일종인 ‘크라임씬’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크라임씬’은 살인 사건 현장을 무대로 출연자들이 부여받은 역할을 연기하며 범죄자를 찾아내는 JTBC 추리 예능, 최근 이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이색 추리 카페가 늘어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홍대 ‘퍼즐팩토리’

홍대 ‘퍼즐팩토리’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색적인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인기를 끌고 있다. 비밀 요원 카페부터 역할극을 통해 범인을 찾아내는 ‘탐정 카페’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보드게임을 즐길 수 있는 보드방에서 시작된 ‘방’놀이 문화가 다양하게 진화하면서다.
 
지난 10일 강남의 또 다른 요원 카페를 찾은 김지호(21)씨는 “비디오 게임 속으로 들어간 느낌”이라며 “인터넷에서 ‘이색 데이트’를 검색하다가 요원 카페를 알게됐는데, 생각보다 실감나게 꾸며져 있어 게임에 몰입이 됐다”고 말했다. 신논현역 인근에 위치한 요원 카페 ‘판타스틱M’의 창업자인 김태윤(33)씨는 “방탈출 카페를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탈출 상황극에 액션을 가미한 포맷을 만들었다”며 “주말에는 하루 평균 150명의 방문객이 카페를 찾는다”고 말했다.
 
최근 홍대앞 등에서 추리 카페 일종인 ‘크라임씬’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크라임씬’은 살인 사건 현장을 무대로 출연자들이 부여받은 역할을 연기하며 범죄자를 찾아내는 JTBC 추리 예능, 최근 이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이색 추리 카페가 늘어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최근 홍대앞 등에서 추리 카페 일종인 ‘크라임씬’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크라임씬’은 살인 사건 현장을 무대로 출연자들이 부여받은 역할을 연기하며 범죄자를 찾아내는 JTBC 추리 예능, 최근 이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이색 추리 카페가 늘어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강남 ‘판타스틱M’

강남 ‘판타스틱M’

홍대에 위치한 탐정 카페에서는 ▶여배우살인사건 ▶카지노살인사건 ▶석고상살인사건 등 7가지 테마를 즐길 수 있다. 4~5인이 제비뽑기로 역할을 정하고 시나리오 책자로 각자의 알리바이 등을 숙지한 뒤 주어진 무대에서 증거를 조합해 범인을 찾아내는 놀이다. 마피아·경찰·시민 등으로 나뉘어 역할 놀이를 하는 ‘마피아’게임과 비슷하다. 여기에 피 흘리는 마네킹 등으로 살인 현장을 재현한 공간과 사망자의 일기장과 앨범 등 단서가 되는 소품을 더해 실감나게 연출했다.
 
탐정 카페를 세번째 방문했다는 김수진(27)씨는 “예능 크라임씬을 좋아해 모든 에피소드를 ‘본방사수(재방송이나 다시보기를 이용하지 않고 정규 편성 시간대에 실시간으로 방송 시청)’했다”며 “친구 4명과 함께 올 수도 있지만 모르는 사람과 플레이하는 것이 더 흥미진진하기 때문에 주로 오픈 예약을 한다”고 말했다.
 
홍대에 위치한 탐정 카페 ‘퍼즐팩토리’의 창업자인 박영섭(33)씨는 “JTBC의 추리예능 ‘크라임씬’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추리 게임 애호가들이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이 새로운 에피소드를 추가할 때마다 단체로 카페를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2010년 이후 생겨난 ‘방탈출 카페’는 놀이 카페의 맏형 격이지만 여전히 큰 인기다. 밀폐된 방 안에서 제한 시간 내 단서를 조합해 방을 탈출하면 가상의 목숨을 보전할 수 있다. PC게임의 한 장르로, 게임 속 숨겨진 도구와 단서를 이용해 방을 탈출하는 ‘방탈출’게임에서 유래됐다.
 
[S BOX] 보드방부터 방탈출까지, 끝없는 게임방의 변신
① ‘보드방’ 전성 시대=보드 카페라고도 불린 이 놀이 공간은 2000년대 초반부터 하나둘씩 생겨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대학가 등을 중심으로 성업 중인 오락계의 스테디 셀러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보드게임을 즐길 수 있어 학생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다. 보드게임의 원조격으로 연령대와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부루마불’부터 그림에 맞춰 벨을 먼저 눌러야 하는 순발력 게임 ‘할리갈리’, 쌓아 올린 나무 토막을 무너뜨리지 않고 제거하는 ‘젠가’ 등이 꾸준한 인기다.
 
② 신흥 강자 ‘멀티방’의 등장=2000년대 후반 ‘닌텐도 Wii’ 등 일본 게임기 열풍에 힘입어 생긴 신개념 오락실이다. 모션 센서가 적용된 체감형 컨트롤러가 이용자의 움직임을 읽어내 모니터에 표시한다. 권투·피겨스케이팅·테니스 등 다양한 피트니스 접목형 게임이 큰 인기를 끌었다.
 
③ 스스로 갇히려는 자, ‘방탈출’을 경험하라=가장 최근인 2010년대 초반 대학가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PC게임의 한 장르로 게임 속 숨겨진 도구와 단서를 이용해 방을 탈출하는 ‘방탈출’게임을 현실로 옮겨온 형태다. 전국적으로 30여개의 방탈출 체인 브랜드가 성업 중이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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