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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 퍼진 6가지 '毒'…거액 배상에 '애플 팬덤' 상실 기로

애플의 아성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애플은 이해하기 어려운 폐쇄성에도 혁신의 이미지로 최고의 자리를 지켜왔다. 지금은 다르다. 최근 발생한 ‘배터리 게이트’를 비롯한 잇단 품질 논란에도 애플이 고압적 자세로 대응하자 공고했던 ‘팬덤’마저 흔들리는 모습이다. 애플은 왜 궁지에 몰리게 됐을까. 무엇보다 애플에 퍼진 ‘독(POISON)’이 문제다. 내놓는 제품마다 결함(Product defect)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고자세(Overweening)로 일관한다. 특유의 폐쇄성(Isolation)도 소비자를 불편하게 만든다. 무분별한 소송(Suit again) 탓에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다. 삼성과 차이나폰(Other player)의 추월과 추격이 거센데, 이제는 별다른 혁신도 보이지 않는다(No-more Surprise). 경쟁사들이 웃고 있는 가운데 애플이 독소를 치유하고 달라진 모습을 보일까.

 
호주 시드니에서 발화한 것으로 알려진 아이폰7. 소비자는 ’바지에 넣어 둔 아이폰7에 불이 나면서 차량에 화재가 발생했다“며 ’정품 배터리 충전기만 써왔고 화재 당시 충전하고 있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중국·미국에서도 아이폰7이 발화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호주 시드니에서 발화한 것으로 알려진 아이폰7. 소비자는 ’바지에 넣어 둔 아이폰7에 불이 나면서 차량에 화재가 발생했다“며 ’정품 배터리 충전기만 써왔고 화재 당시 충전하고 있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중국·미국에서도 아이폰7이 발화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고의로 구형 아이폰의 속도를 저하한 애플에 대한 비난 여론이 세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국내외에서 아이폰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집단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곤두박질쳤다. ‘애플에 배신당했다’는 비난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되자, 애플에 우호적이었던 미국 IT매체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불공정한 판매 및 고객 서비스 정책 등 부정적인 이슈에도 아이폰은 지난해에만 2억2300만대가 팔릴 정도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1월 5일 현재 국내에서만 30여만 명이 집단소송 참여 의사를 밝혔을 정도로 이번 ‘배터리 게이트’에 대한 소비자의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다.
 
이번 집단소송 사태는 단순히 기기 성능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혁신 기업으로 믿었던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애플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위험에 처했다”며 “소비자의 충성과 긍정적 인식 위에 세워진 애플에는 치명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집단소송에 따른 금전적 손실은 차치하고 소비자 신뢰 상실과 브랜드 가치 훼손 등 애플이 감수해야 할 타격은 상당할 전망이다. 이보다 심각한 건 소비자들이 애플의 폐쇄성과 마케팅 전략 같은 애플만의 철학과 경영방식을 비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로 애플이 그동안 안고 있던, 그러나 지금까지는 잘 무마돼왔던 문제들이 부지불식간에 터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런 불안 요소를 6가지 키워드로 살펴봤다.
 
제품 결함 Product defect | ‘완벽의 애플’은 더이상 없다
 
제품 결함이 너무 많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든 부문에서 빼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던 애플의 제품에 언제부터인가 ‘결함’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신제품 출시 때마다 품질 논란이 반복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아이폰 살 때는 뽑기 운이 있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애플이 10년 간 쌓은 ‘품질과 신뢰’라는 공든탑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2010년 나온 아이폰4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안테나 게이트’ 혹은 ‘데스그립’이 논란이 됐다. 범퍼 부분을 손으로 잡았을 때 수신감도 표시가 크게 줄어드는 현상이다. 당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출시된 지 1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공식 해명에 나선 바 있다. 아이폰5와 아이폰 5S는 배터리 잔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결함이 발견돼 무상 교환을 실시했다.
 
2014년 출시한 아이폰6 플러스는 ‘밴드 게이트’ 문제가 발생했다. 이용자가 뒷주머니에 넣고 자리에 앉거나, 손으로 조금만 힘을 가해도 쉽게 구부러지는 문제다. 소비자들은 ‘세계 최초의 플렉서블 스마트폰’이라고 조롱했다. 아이폰7은 ‘쉭’ 거리는 소음과 손쉽게 발생하는 스크래치, 비행기모드 후 먹통이 되는 문제로 소비자의 불만을 샀다. 외신은 “셔츠로 닦아도 흠집이 나기 때문에 극세사 천으로 닦아야 한다”고 비꼬기도 했다. 아이폰SE는 액정 화면이 노란색을 띠는 현상이 발생해 ‘오줌액정’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지난해에는 아이폰8에서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스웰링 현상이 나타났다. 아이폰 출시 10주년 기념작인 프리미엄 스마트폰 아이폰X(텐)도 기술·성능과 관련한 여러 논란이 제기됐다. 추운 날씨에서 아이폰X이 갑자기 꺼지거나 반응하지 않는 ‘콜드 게이트’, 일부 아이폰X 액정에서 녹색 세로줄이 나타나는 ‘그린라인 게이트’가 발생했다. 지문보다 20배 더 안전하다는 얼굴 인식 기능 ‘페이스ID’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도 결국 배터리 결함이 발단이었다.
 
거만한 대응 Overweening | 일관된 고자세에 소비자 분통
 
기계적 결함이 반복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애플의 태도는 거만하기만 하다. 문제가 발생해도 운영체제(iOS) 업데이트와 제한적인 교환 등 소극적인 조치에 그쳐왔다. 문제에 대해 부인·변명만 하다가 끝끝내 마지 못해 하는 사과는 오히려 사용자의 화만 돋웠다. 오히려 소비자의 사용방식을 문제 삼기도 했다. 후속 조치에 대한 안내마저도 불친절했다. ‘목 마른 사람이 알아서 우물을 파라’는 식이다. 고객의 충성도가 유난히 강하다는 점을 믿고 안이하다 못해 오만하게 대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이폰4 안테나 게이트가 발생했을 때 애플은 ‘사용자가 아이폰을 쥐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해명해 빈축을 샀다. 당시 외신을 통해 유출된 애플의 내부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데스그립 현상이 아이폰4 이전 모델인 아이폰3GS에서부터 지속됐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애플은 직원들에게 ‘아무 문제 없다’는 점을 소비자에게 주지시키도록 하고, 손으로 아이폰을 잡지 않았을 때도 수신감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제외하면 절대 고객서비스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은 “지나치게 오만한 태도”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런 태도는 반복됐다. 밴드 게이트가 논란이 됐을 때는 “일상생활에 지장 없다”며 문제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다 1년 후 차기 모델에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하고, 0.2㎜가량 두껍게 설계했다고 강조하며 문제가 있었음을 간접 시인했다. 아이폰6 플러스에서 디스플레이가 깜빡이거나 멀티터치 동작에 문제가 발생하자 소비자에게 19만9000원을 내고 수리 받으라고 안내하는 등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아이폰7의 스크래치 문제에 대해서는 공식 홈페이지에 “아이폰7 제트블랙 모델은 사용할수록 마감에 미세한 마모가 보일 수 있다”는 글을 게시했다. 결국은 소비자가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별도로 케이스를 사서 씌우라고 권고하기까지 했다. 아이폰8의 스웰링 현상 때는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발표만 했을 뿐 이후 공식적인 추가 발표는 없었다. 지난해 발생한 콜드 게이트에 대해서는 “주변 온도가 섭씨 0~35도인 장소에서 사용하라”는 글을 올리는 것으로 대응했다. 날씨가 추워지면 배터리 방전 현상이 나타나니까 사용자가 주의하라는 뜻이다.
 
이번 ‘배터리 게이트’ 역시 발단은 배터리의 결함과 고의적인 성능 저하였지만,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건 애플의 태도였다. 성능 저하 업데이트를 시도한 발상,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전후에도 관련 사실을 알리지 않아 사용자가 배신감을 느끼게 했다. 이어진 사과는 변명에, 보상대책은 미봉책에 그쳤다. 미국 USA투데이는 12월 30일 “애플의 사과는 외부 테스트와 잇단 소송 후 마지 못해 이뤄졌고, 배터리 교체도 예상과 달리 유료로 진행된다”면서 “배터리 게이트에 대한 애플의 사과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이날 “고객들이 애플로부터 무시당한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아이폰의 명성은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플랫폼의 고립 Isolation |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은 폐쇄전략
 
애플의 폐쇄형 생태계에 대한 회의도 고개를 들고 있다. 애플의 폐쇄성은 악명이 자자하다. 아이폰의 운영체제부터 브라우저, 하드웨어 제조·판매까지 모두 관장한다. 운영체제를 제3자에게 공개하지 않아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들은 애플의 시스템에 최적화된 앱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한다. 타사 제품과의 비호환성도 불만 대상이다. 개발자들은 아이폰에 맞춰 앱을 따로 만들어야 하고, 소비자도 아이폰 또는 안드로이드폰에서만 가동되는 기능에 아쉬움을 느낀다. 주변 기기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아이폰 사용자들도 전용 충전기를 챙기는 데 지쳤다.
 
사실 폐쇄성은 과거 애플의 성공을 주도한 전략이다. 애플이 스마트폰을 처음으로 대중화한 만큼 개척자로서의 이점이 있었다. iOS를 사용하다 안드로이드나 윈도 체제로 전환하는 경우 비호환성으로 인해 들어가는 수고나 비용이 커진다. 이로 인해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는 ‘락인(lock-in) 효과’가 생긴다. 충분한 사용자가 확보된 상황에서는 iOS용으로 개발되는 콘텐트도 늘어나는 선순환이 발생한다. 이를 바탕으로 애플은 폐쇄적으로 생태계를 운용하며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모든 정책방향을 정하는 오만한 독재자로 군림하면서도, 광적인 지지자를 끌어 모으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애플의 폐쇄성이 소비자에게 언제까지 먹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초기 시장에는 대안이 없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었지만, 이제는 개방성을 앞세운 안드로이드의 거센 반격에 직면해 있다. 기술적으로도 이제는 개방형 모델을 통해 다양한 업체가 참여해 개발하는 안드로이드나 윈도보다 비교우위에 서기 힘들게 됐다. 이에 따라 애플도 개방형 전략으로 외부 개발자에게 조금씩 문호를 개방하고, 애플의 가장 큰 장점인 하드웨어끼리의 통합을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사물인터넷(IoT)이 주도할 미래 기술환경도 애플의 폐쇄적 정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스위스계 증권사 UBS의 스티븐 밀루노비치 애널리스트는 소프트웨어가 지능화되면서 스마트 기기의 개수보다 소프트웨어 간 연결성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애플 소프트웨어는 애플 기기에만 적용된다”며 “구글·페북과 같은 소프트웨어 업체는 지능형 소프트웨어 시대의 수혜를 받겠지만 애플은 하드웨어 업체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팀 쿡 CEO가 “iOS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고 애플이 지배하는 세계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iOS의 폐쇄성이 이를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거듭되는 소송전 Suit again | 툭하면 법정 다툼…굳어지는 ‘소송꾼’ 이미지
애플은 수년 전부터 크고 작은 기업에 무분별하게 특허권 침해 제소를 걸어 이른바 ‘소송 전문 기업’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왔다. 역으로 애플이 당한 소송에서는 특허 침해의 고의성까지 드러나면서 여론의 싸늘한 눈총을 받았고 최근까지도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애플의 수많은 송사 가운데 국내에 가장 많이 알려진 건 삼성전자와의 특허전쟁이다. 삼성이 애플의 대항마로 입지 굳히기에 나서자 애플은 2011년 4월 삼성 갤럭시가 아이폰의 디자인을 표절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2차 소송은 2012년 2월 막이 올랐다. 2차 소송은 ‘기술’이 쟁점이었다. 애플은 승소했고 막대한 배상액을 받았지만, 이때부터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소송을 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이후 특허소송에서는 패소도 이어졌다. 2014년 일본의 발명가 노리히코는 아이팟의 ‘클릭 휠’이 자신이 발명한 제품의 특허를 침해한 것이라며 100억엔(약 1018억원)대의 소송을 제기했다. 일본 지적재산고등재판소는 애플에게 3억3600만엔(약 30억2,688만원)의 벌금 배상 명령을 내렸다. 애플의 특허 침해를 인정한 것이다. 애플은 2015년 필리핀 IT 기업 솔리드브로드밴드(솔리드)를 상대로 한 상표권 소송에서도 패소했다.
 
지난해 10월 애플은 기술특허 전문업체 ‘버넷엑스’와의 특허 소송에서 패해 4억3970만 달러(약 5000억원)를 물게 됐다. 텍사스법원은 애플의 특허 침해에 고의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배상 액수를 높였고 소송비용과 이자도 애플이 추가 부담하도록 명령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7월 미국 위스콘신 연방법원은 애플이 위스콘신대학 컴퓨터프로세스 칩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5억600만 달러(약 5700억원)를 지불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애플은 자사도 유사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며 항소했지만 법원은 ‘괘씸죄’를 적용해 1심이 부과한 배상금의 두 배에 이르는 거액을 부과하도록 하는 판결을 내렸다.
 
올해 초 미국에서 시작된 퀄컴과의 특허 맞소송이 격화되면서 애플의 특허권 남용 행태가 인과응보로 돌아왔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1월 퀄컴이 전혀 관련 없는 특허권으로 로열티를 요구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퀄컴은 애플이 자사 특허 6건을 무단 도용했다며 맞소송에 돌입했다. 양측의 법적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 퀄컴은 중국 베이징 지적재산권 재판소에 아이폰의 중국 현지 생산 및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규제를 청구하면서 애플을 압박하고 나섰다.
 
특허소송뿐 아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태국·호주 등지에서는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거래 혐의로 제소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복되는 소송 제기 및 항소가 애플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본다. 정당한 권리를 보호받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비상식적인 소송이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킨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송의 승패와 상관 없이 소송이 거듭되면서 애플에 ‘갑질’ 이미지가 생기고 있다”며 “소송 비용과는 별개로 이미지 실추로 인한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자의 추격 Other players | 삼성에 밀리고, 차이나폰에 치이고
삼성전자·화웨이·샤오미 등 스마트폰 후발 주자와의 기술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예전 삼성전자는 ‘카피캣(Copycat, 모방자)’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스티브 잡스로 대변되는 애플의 혁신을 벤치마킹해 빠르게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이미지도 강했다. 스마트폰 수익률에서도 삼성은 애플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은 빠른 속도로 하드웨어 성능을 올렸다. 실적으로도 2009년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삼성전자가 2년 만에 시장점유율 1위를 탈환했다. 기술력이 향상되면서 수익성도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아이폰의 입지는 흔들리고 있다. 애플의 ‘안방’으로 꼽히던 미국에서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아이폰 시리즈를 제치고 더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점유율 축소가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 대표적인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리포트’는 최근 미국 시장에 출시된 스마트폰 제품 평가를 실시해 ‘갤럭시S8’ ‘갤럭시S8플러스’ ‘갤럭시S7’을 각각 1~3위에 선정하고 애플의 아이폰8플러스와 아이폰8은 그보다 아래인 4·5위에 올렸다.
 
갈수록 커지는 중국 업체들의 영향력도 위협이 되고 있다. 초창기 중국산 스마트폰은 ‘짝퉁’이나 ‘싸구려’ 이미지를 벗지 못했으나 최근 기술의 상향 평준화로 디자인과 성능이 애플과 삼성전자의 최신 프리미엄폰에 필적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스마트폰을 판매하던 중국 제조사들은 최근 인도 등 해외 시장에까지 영향력을 넓히면서 애플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2016년 화웨이·오포·비보 등 중국 빅3 제조사의 스마트폰 합계 판매량은 애플을 넘어섰고, 출하량 기준 애플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2위 자리를 조만간 화웨이에 빼앗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라진 혁신 No-more Surprise | 기대감 사라진 신제품 발표회
애플을 추격하고 있는 중국 화웨이의 서비스 센터.

애플을 추격하고 있는 중국 화웨이의 서비스 센터.

앞의 다섯 가지 내용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애플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은 혁신 덕이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10년 간 혁신의 아이콘으로 추앙 받았다. 애플만의 운용체계를 확보하고 혁신 기술로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했다. 소비자 감성을 사로잡았고, 자기 정체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이용자 문화를 주도했다. 애플의 신제품에 대한 기대가 세계 미디어를 장식했다.
 
그런데 이제 이런 기대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청바지에 검은 터틀넥을 입은 스티브 잡스가 단상에 올라 신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지만, 이제는 신제품에 대한 호평보다는 악평이 많다. 애플 특유의 혁신성이 사라졌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아이폰X만 해도 ‘페이스아이디(ID)’ 외에는 다른 업체가 먼저 채용하거나 대중화에 성공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페이스 아이디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외신들도 타 회사 제품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며 혁신의 부재를 꼬집었다.
 
스마트폰 기술이 극도로 고도화됨에 따라 기술 성장 속도는 한층 더뎌질 수밖에 없다. 애플도 피할 수 없는 장벽에 가로막혔다. 또 그에 따라 후발주자와의 격차는 더 줄어든다. 애플 제품의 폐쇄성이 강한 상황에서 차별성의 부재는 치명적이다. 소비자들이 결함도 많고, 고객 서비스는 불친절하고, 호환성도 떨어지는 아이폰을 굳이 쓸 이유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음식 맛이 탁월한 욕쟁이 할머니 식당에서 음식도 맛 없고 불친절하기만 한 식당으로 바뀌는 격이다.
 
아이폰 이후를 대비할 구체적인 성과물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애플이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에 기반한 구글 글래스와 같은 안경, 자율주행차, 헬스케어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는 소문은 있지만 시장에 선을 보인 것은 아직 없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혁신이 지속되지 못하면 과거 맥킨토시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에 밀렸던 전례를 되풀이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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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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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