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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까지 몰려간 중국 자본

청정 바이칼 호수, 이제 너마저!
 
시베리아 동부의 아름다운 휴양지 바이칼호가 중국 자본의 '습격'에 속수무책 당하고 있다. 중국 자본이 주변 경관지 부동산을 대거 사들이면서다. 현지 주민들은 칭기즈칸의 침략에 못지 않다며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시베리아 동부의 랜드마크인 바이칼 호수. [사진=셔터스톡]

시베리아 동부의 랜드마크인 바이칼 호수. [사진=셔터스톡]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자 기사에서 인구 2000여명의 소도시 리스트비얀카에 중국의 부동산 자금이 몰리면서 주민들의 경계심이 극도로 올라가고 있다고 소식을 전했다.  
 
중국 투자자들은 호수에 바짝 붙은 알짜배기 물건만 거둬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자본이 들어오니 주변은 빠르게 '중국화'되어가고 있다. 전통 건물의 외벽을 뜯어내고 중국식으로 바꾸는가 하면, 중국어 광고판이 이 조그만 소도시를 뒤덮고 있을 정도로 강한 ‘번식력’을 과시하고 있다. 번잡한 시류에서 비켜서 대대로 고즈넉한 삶을 영위해 왔던 현지 주민들로선 큰 소동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중국 부동산 자금이 저멀리 시베리아 한복판까지 올라간 배경엔 중화 민족주의가 깔려 있다. 일부 중국 여행사들은 기원전 한나라 때 영향력이 바이칼호까지 미쳐 이 호수를 ‘북해’라고 불렀다며 중화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에 심취한 관광객들이 대거 몰리면서 바이칼 호수 주변은 중국인들로 북적대고 있다.  
 
제주도에 몰려왔던 이런 자금이 바이칼호까지 북상했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지만 시베리아 오지 주민들의 불안감은 어떨지 미루어 짐작하기 쉬운 일은 아니다. 러시아 당국은 이같은 중국의 북진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게다가 인구밀도가 낮은 이 지역에 몰려든 중국인들이 미래에는 결국 주인행세를 하지 않을까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다.
바이칼로 몰려간 중국 자본의 사례는 해외로 뻗고 있는 중국의 힘에 인접 국가들이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싱가포르의 경우를 보자.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 밀착하고 있는 싱가포르가 그나마 양쪽의 균형을 잘 맞추는 편이라고는 하지만 고민이 없는 게 아니다.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는 틈만 나면 공사석 가릴 것 없이 “동시에 미국과 중국의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되뇌인다.
  
경제적으로 상호보완 관계라고 하지만 안보에선 잠재적 적대국인 미ㆍ중 두 나라와 일정한 관계를 유지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에서도 싱가포르의 국익을 보호해야 하는 고차원의 방정식이라는 고백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대만에서 연합 군사훈련을 마치고 홍콩을 거쳐 귀국하던 싱가포르 육군 장갑차를 두 달여 동안 압류했다.
 
싱가포르 육군의 전차들이 시내를 거쳐 이동하고 있다. [사진=중앙포토]

싱가포르 육군의 전차들이 시내를 거쳐 이동하고 있다. [사진=중앙포토]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회의 때는 싱가포르를 초청 대상에서 뺐다. 당시 싱가포르 외교가에선 중국의 대외 전략상 싱가포르의 위상이 강등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논란의 쟁점은 중국이 싱가포르를 소국으로 규정하고 소국의 본분이나 잘 하라는 메시지냐 아니냐는 것이었다.  
이런 노골적인 보복 상황에서도 생존을 위한 싱가포르의 선택은 미국 심지어 인도까지 전략적 연계망을 유지하는 것이다. 일대일로를 앞세워 인도양 공략에 나서고 있는 중국으로선 눈에 가시가 아닐 수 없다. 이쯤되면 미ㆍ중 사이에서 균형 외교는 예술의 차원에서 바라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창조와 파괴가 예술의 본령 아닌가.  
 
반면 남중국해 문제로 껄끄러워진 필리핀ㆍ베트남ㆍ인도네시아는 중국의 적극적 포섭 대상이다. 미국의 안보 공약이 느슨해진 틈을 타 천문학적인 자금을 앞세워 매력 공세를 퍼붇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던 필리핀은 이런 미묘한 변화 속에서 친중 노선을 내걸고 실익을 챙기고 있다. 2016년 6월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내려놓고 군사ㆍ무역 협력에 방점을 찍었다.
  
중국은 30억 달러 규모의 민다나오섬 종단 열차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등 모두 150억 달러의 투자 약속으로 화답했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당장 필리핀 국내에선 “바다 주권을 잃었다” “두테르테는 중국의 리더십과 돈을 떠받든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물론 역내에서 중국의 부상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인 필리핀의 실용주의라는 해석도 있다.  
 
중국의 급부상으로 인한 인접 국가들의 고심은 강도와 밀도, 선택의 시점만 다를 뿐 공통 현상이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의 외교참모 출신인 제이크 설리번은 중국 인접국들의 이런 복잡한 속내를 꿰뚫어 FT에 한마디 했다.
아시아에서 (캄보디아 빼고) 중국의 지배나 헤게모니를 바라는 나라는 없다. 다른 한편으로 이들 나라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
중국의 힘은 거칠다. 중국의 경제 성장으로 인해 부(富)와 민족적 자존감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은 이제 전지구적 현상이 됐다. 중국의 투자자들이 알짜배기 부동산을 싹쓸이 하는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는 이를 보여주는 작은 사례다.
 
차이나랩 정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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