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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살 터울 된 세 쌍둥이 형제…두 달 차이 자연분만 의술

2개월 간격으로 세쌍둥이를 낳은 산모 손지영(35)씨. 인큐베이터 속 아기는 올해 태어난 둘째 '똘똘이'다. [사진 서울대병원]

2개월 간격으로 세쌍둥이를 낳은 산모 손지영(35)씨. 인큐베이터 속 아기는 올해 태어난 둘째 '똘똘이'다. [사진 서울대병원]

남자 세쌍둥이가 해가 바뀌어 두 달 간격으로 비교적 건강하게 태어났다. 한 명은 지난해 11월, 다른 두 명은 올 1월 자연분만했다. 대개 쌍둥이들은 몇 분 간격으로 태어나는데, 이번에는 해가 바뀌어 태어나면서 나이까지 달라졌다.
 
 서울대병원은 첫째 출산 두 달 후에 둘째·셋째가 태어나게 유도하는 '지연 간격 분만'에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산모는 손지영(35) 씨다. 지난해 6월 초 시험관아기 시술로 세쌍둥이를 임신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다 세쌍둥이다 보니 고위험산모에 가까웠다. 
 
 아니나다를까. 지난해 11월 12일 극심한 통증이 왔다. 배를 부여잡고 서울대병원으로 향했다. 임신 25주차였다. 진단 결과, 양막(태아와 양수를 둘러싼 막)이 파열되면서 양수가 터졌다. 손 씨는 어쩔 수 없이 이튿날 아이를 조산했다. 자연분만이었다. 
 
 그런데 둘째·셋째가 나오지 않았다. 억지로 나오게 할 수 있었지만, 의료진은 다른 길을 택했다. 조금이라도 엄마 자궁에 오래 있다가 나오게 하는 지연 분만이었다. 늦게 태어나는 아이들의 질병·사망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전종관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첫째 출산이 너무 일러서 나머지 쌍둥이들에게 성장할 시간을 주기 위해 수술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연 간격 분만은 쉽지 않을뿐더러 미리 준비하기도 어렵다. 쌍둥이를 임신하고 자연분만을 하는 산모만 가능하다. 제왕절개를 하게 되면 한꺼번에 모든 아이가 나오기 때문이다. 손 씨처럼 첫애가 나온 뒤에 나머지 아이가 나올 기미가 없어야 한다. 의료진이 곧바로 자궁입구를 꿰매는 수술을 했다. 계속 입원했다. 
 
 그 뒤엔 자궁 수축 억제제를 산모에게 투여해 나머지 아이들의 분만을 지연시켰다. 손 씨는 입원한 상태에서 일상생활을 스스로 했다. 손 씨는 "아이 하나를 먼저 낳으니 뱃속이 한결 편하다"고 의료진에게 말했다. 문제는 뱃속에 남은 첫째 아이의 태반이었다. 전종관 교수는 "뱃속에 남은 태반이 감염을 야기할 우려가 있어 다음 아이를 낳을 때까지 안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생소한 수술이다 보니 산모도 성공 여부를 긴가민가했다고 한다. 둘째ㆍ셋째까지 다 낳고 나서  "지연 분만에 동의는 했지만, 과연 잘 될까에 대해 의심을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첫째 출산 후 8주 뒤에 다른 아이들을 낳은 것도 계획에 없었다. 전 교수는 "1주만 배 속에 더 있어도 아이들 상태가 좋기 때문에 처음엔 1주를 목표로 잡았다. 그렇게 지켜보다 8주가 지났다"면서 "35주까지 갈 생각이었지만 피 검사 결과 산모의 감염 위험성이 커지면서 33주차에 분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개월 간격으로 세쌍둥이를 낳은 산모 손지영(35)씨와 진료를 담당한 의료진. 인큐베이터 속 아기는 올해 태어난 둘째 '똘똘이'다. [사진 서울대병원]

2개월 간격으로 세쌍둥이를 낳은 산모 손지영(35)씨와 진료를 담당한 의료진. 인큐베이터 속 아기는 올해 태어난 둘째 '똘똘이'다. [사진 서울대병원]

 이번에 태어난 세 형제는 모두 임신 37주 이전에 태어난 조산아다. 25주 3일 만에 태어난 첫째는 출생할 때 몸무게가 780g에 불과했다. 둘째·셋째는 각각 1.82kg과 2.04kg이다. 이들은 출산 후 신생아중환자실 인큐베이터 치료를 받고 있다. 셋은 이란성 쌍둥이로 추정된다. 첫째가 따로, 둘째·셋째가 일란성이다. 
 
 손 씨는 11일 건강하게 퇴원했다. 애들도 지금 상태로 35주를 채우면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첫째의 몸무게도 1.6kg까지 늘었다.
 
 지연 분만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대병원에서만 연 2~3회 정도 시행한다.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연 기간이 8주로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쌍둥이 사이에 출생연도가 갈린 것도 처음이라고 한다. 서울대병원에서 임신 17주에 첫째, 34주에 둘째가 태어난 적 있다. 하지만 너무 일찍 나온 첫째는 결국 숨졌다.
 
 세 형제는 학년이 갈릴 가능성이 크다. 첫째만 '최성현'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나머지는 '똘똘이' '똑똑이' 같은 태명으로 부른다. 손 씨는 "해 바뀌어도 상관없다. 애들을 따로 학교에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조금 다른 경우지만 영국에선 2014년 8살 차이 나는 쌍둥이 남매가 태어난 적 있다. 한 난임 부부가 시험관에서 수정된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는 체외수정 시술을 받았다. 부부는 임신에 성공해 건강한 딸을 낳았고, 시술에 사용하고 남은 배아를 냉동 보관했다. 7년 뒤 부부는 다시 냉동 배아를 자궁에 이식해 아들을 낳았다. 두 아이는 한날한시에 수정됐지만, 8년 간격을 두고 태어난 것이다.
 정종훈ㆍ이에스더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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