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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만난 사람] 정의선 “중국 부진은 예방주사, IT업체처럼 변해야 산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가운데)이 9일(현지시각) 소비자가전박람회(CES)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정 부회장은 올해로 4년째 이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 현대차]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가운데)이 9일(현지시각) 소비자가전박람회(CES)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정 부회장은 올해로 4년째 이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 현대차]

“누가 먼저 바뀔 것인가, 그게 생사를 가를 것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자동차가 전자화되고 친환경차로 가면, 일하는 방식 등 모든게 달라져야 한다. 경쟁사들도 다 비슷한 처지일 것이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서다. 정 부회장은 “의사결정의 방식과 속도 등 여러가지가 IT(정보기술) 업체보다 더 IT 업체 같아져야 한다. 큰 과제다”고 덧붙였다.
 
덩치 큰 기업도 한순간 뒤처지면 사라지는 시대다. 신기술 전쟁터인 CES(소비자가전박람회)는 그 사실을 눈으로 보여준다. 겉은 화려하지만 생사가 갈리는 잔인한 현장이다. 현대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CES 현장에서 ‘생사’를 말한 이유다.
 
특히 현대차는 지난해 유례없는 위기를 경험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서 전년 대비 28.2% 판매가 감소하는 참혹한 성적을 받아 들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위기에 대해 “사실 굉장히 심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절박함이나 위기만 말한 건 아니었다. 그는 위기를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고 표현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심각했고, 그래서 좋은 주사를 맞은 것 같다. 상품과 조직, 디자인 등 모든 부문에서 많이 변화했다. 연구소 조직도 중국으로 옮기고 현지에 맞는 상품을 계발하는 계기가 됐다. 올해나 내년부터 그 효과가 날 것이다. 어려웠지만, 또한 다시 오지 않을 기회였다.”
 
현대차를 향한 많은 비판에 대해서도 정 부회장은 비슷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현대차를 향한 안 좋은 댓글들을 보느냐는 질문에 “안 볼 수가 없다. 보긴 하는데, 문제는 (비판이 많은 것보다) 많이 보면 오히려 댓글에 둔해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판에 무뎌지는 걸 경계한 것이다. 그는 “말이 되는 악성 댓글은 ‘내 탓이다’라고 생각하고, ‘우리가 잘해야 겠다’고 생각한다”며 “주위에서 (나쁜 점을) 이야기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행운”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의 부족한 점에 대해 정 부회장은 숨김 없이, 객관적으로 평가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가 품질 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더 품질을 올려 포르쉐 수준이 돼야하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에 있어서도 “잘하고 있지만 역사가 짧고 글로벌 업체를 쫓기 바쁘고 힘들었기 때문에 (지금까진) 그럴 여유가 없었지만, 이제부터 내부 R&D 인원들이 실패를 개의치 않는 분위기가 되면 다른 브랜드의 장점을 많이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성에만 그친 건 아니다. 한바탕 위기를 겪은 덕인지 확고한 미래 전략을 제시했고, 자신감도 드러냈다. 정 부회장은 “중국시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정상화 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올해 90만 대, 많게는 100만 대까지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에도 중국 시장 판매는 여전히 부진했지만, 감소 폭이 조금씩 줄어 드는 추세였다. 또한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동남아 시장 공략에 대해서도 “일본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지만 오히려 차별화를 해서 시장에 진출하면 더 승산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확실한 전략을 세우면 (시장 점유율) 25% 정도는 바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율주행, 차량 공유 서비스, 스마트시티 등에 대한 철학도 드러냈다. 그는 미래 이동 서비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계속 파트너를 만나고 있고, 준비를 하고 있다.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것은 좀 아닌 것 같고, 제대로 하고 실속이 있는 게 중요하다. 안 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하려고 늦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미래를 향하더라도 기본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정 부회장은 “미래 사업 방향성은 넓을 수 있지만 결국 안전·보안·품질이 중요하다”며 “경쟁사에서 하는 신기술을 우리도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지만 이런 부분에서 얼마나 더 앞서갈 수 있는지가 중요한 핵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정 부회장은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여유로운 모습도 보여줬다. 인생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소주를 한잔해야 (답이) 가능할 것 같다”며 “후회가 더 많아서 잘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웃어 보였다. 또한 글로벌 무대에 서서 발표하는 것에 대해 “도요타 아키오 사장처럼 재밌게 하는 건 좀 더 연습을 해야 하는데 제가 그렇게 편하게 생긴 사람이 아니라… 그렇게 되면 전달력이 좀 더 좋아질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CES 개막 첫날인 이날 도요타·벤츠 등 완성차 업체 부스를 빠짐없이 둘러봤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바이톤의 부스에도 들러 전시 차량을 관람했고, 자율주행을 위한 센서 등을 만드는 모빌아이 전시장도 방문했다. 또 삼성과 LG 부스를 찾아 전시품을 직접 조작해보기도 했다. 그는 모터쇼보다 CES에 더 열심히 참석하는 이유에 대해 “신기한 제품을 다루는 회사들도 많고, 재밌어서”라고 답했다.
 
협업을 위한 만남도 이어갔다. 인텔의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최고경영자(CEO), 모빌아이 CEO 암논 샤슈아를 만났고, 인텔과 함께 양대 ‘자율주행 동맹’을 구축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와도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만날 예정이다.
 
정 부회장은 “한국으로 돌아가면, 노·사 임금협상 타결이 아직 마무리 안 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를 가장 먼저 챙겨야 하고, 또한 해외 권역별 조직개편 진행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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