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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이 간다] “임종석, 박원순 3선 출마 반대 표명” 이야기 파다

강찬호의 정치 속으로
불붙은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전
 
8일 양천구 신년하례식에서 박영선 의원(우측)이 박원순 시장(좌에서 두번째) 이 지켜보는 가운데 인사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8일 양천구 신년하례식에서 박영선 의원(우측)이 박원순 시장(좌에서 두번째) 이 지켜보는 가운데 인사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 5일 오전 10시 서울 동작구 청사에서 열린 신년하례회. 지역구(동작을·4선)를 대표해 참석한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박영선(구로을·4선), 민병두(동대문을·3선) ,전현희(강남을·재선) 등 동작구와 무관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3명이나 참석했기 때문이다. 지역구가 동작갑인 김병기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합하면 민주당 정치인만 5명이 출동한 것이다. 나 의원은 “오늘 행사는 동작구 행사다. 다른 지역구 민주당 의원들은 축사 대신 목례 기회만 줘야 한다”고 이창우 동작구청장에게 항의했다. 그러나 이 청장은 "모처럼 오신 귀빈들인데 말씀 기회를 안 드릴 수 없다”며 거부했다.
 
축사를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른 나 의원은 "우리 구 행사에 다른 지역 민주당 의원이 3명이나 오셨다. 여기가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장인가 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싫은 표정이 아니었다. 민병두 의원은 "나 의원이 오히려 고맙다. 2월 예비후보 등록 전까지 사전선거 운동이 금지돼 있어 후보들은 행사에서 ‘서울시장’이란 말을 꺼낼 수 없다. 그런데 나 의원이 대신 그 말을 해주니 우리를 띄워준 셈 아니냐”고 했다.
 
새해 벽두에 서울 시내 25개 구청별로 열리는 신년하례식이 오는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자리를 노리는 민주당 정치인들의 유세장으로 변했다. ‘박-박-민-전’으로 불리는 4명이 구별로 하루 2~3개 꼴로 열리는 하례식을 전부 돌며 얼굴 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하늘을 찌르다 보니 민주당은 "서울시장 경선이 곧 본선”이란 분위기다. 다른 정당들은 후보 윤곽조차 잡히지 않고 있으니 맞는 말이다.
 
관전 포인트 으뜸은 현재 지지율이 1위인 박원순 시장의 향배다. 박 시장은 7년간 서울시장을 하며 다진 시민 조직이 강점이다. 인권변호사 시절 무료변론을 해주며 동지로 맺어진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박 시장이 지원해온 사회적 기업·조합 등에 대거 포진해 있다. 이들이 경선에 원군이 돼줄 것으로 박 시장 주변은 보고 있다.
 
문제는 ‘문심’이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당원투표와 여론조사가 5:5 비율로 치러진다. 당원투표는 많게는 70%까지 달하는 걸로 알려진 친문 당원들이 키를 쥐고 있다. 박 시장을 비롯한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 후보들이 입만 열면 문 대통령과 자신의 인연을 강조하는 이유다. 그러나 친문 당원들은 누구를 밀지 결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주당 친문계 의원들은 박 시장의 3선 도전을 반기지 않는다는 설이 파다하다. 지난해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경수 의원(김해을·초선)이 박 시장을 접촉해 서울시장 대신 경남지사 출마를 권유한 게 대표적이다.
 
게다가 지난해 말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박영선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박 시장 3선 출마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고 여권 관계자가 전했다. 그에 따르면 임 실장은 시내 모처에서 박 의원을 만나 이렇게 밝히고 "박 의원이 (경선에) 나와 중심을 잡아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서울시장 출마설이 끊이지 않아 온 임 실장은 "나는 출마하지 않고, 앞으로도 문 대통령 보좌에 전념할 것”이란 입장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임 실장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을 밝힌 것뿐이며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경선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김경수 의원도 지난해 하반기 박 시장을 찾아 "부산·경남 여론 조사 결과 박 시장이 경남지사로 나오면 야당 경쟁자들을 10% 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 또 부산과 울산에도 ‘박풍’이 불어 민주당이 PK를 석권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의 지방선거 핵심 목표가 부산시장과 경남지사다. 자유한국당 텃밭인 PK를 가져오면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도 승리가 확실시 된다는 전망 때문이다. 특히 경남이 중요하다. 대도시로 지역색 엷은 부산에 비해 경남이 한국당 세가 더 강하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보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에서 그럴만한 인물은 김경수 의원 정도다. 그래서 출마하라는 압박이 강하다. 그러나 본인은 지방선거에 큰 뜻이 없다. 마침 친문계 기류가 박 시장의 3선 출마에 부정적이다. 그래서 경남 창녕이 고향인 박 시장에게 경남 지사 출마를 권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박영선·김두관(김포갑·초선) 등 다른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박 시장을 만나 경남지사 출마를 권유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박 의원은 거절했고, 경남 지사를 지낸 김 의원은 "(박 시장을 만나려 했지만) 타이밍을 놓쳤다”고 했다. 그와의 일문일답.
 
타이밍을 놓쳤다니 무슨 소린가?
"이미 정리가 돼 있더라. 경남지사는 김경수, 부산시장은 누구 식으로 말이다”
 
김경수 의원이 박 시장에게 경남지사 출마를 요청한 건 대통령 뜻인가
"김 의원에게 물어봤는데 김 의원 본인의 뜻이라고 하더라”
 
박 시장은 김 의원의 출마 제안을 일축했다고 한다. "내가 2선이라지만 1기는 보궐선거로 당선됐으니 실은 1.5선이다.또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야당 시장으로 설움 받다가 이제 겨우 여당 시장 돼서 일 좀 해보려는데 막느냐”는 논리였다. 하지만 민주당 친문들은 "서울 시장이 3선까지 하는 건 전례가 없다. 4선 연임이 금지돼 당선되자마자 레임덕이다. 또 박 시장이 3선이 되면 4년 내내 문 대통령과 각 세우며 대권 주자 행보를 할 테니 정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거 선거 때마다 민주당 지원을 거절하고 나홀로 유세를 하는 등 당과 거리를 둬온 점도 문제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8일 금천구 신년식에 참석한 박 시장에게 직접 물었다.
 
친문 핵심 김경수 의원의 경남지사 출마 권유를 어떻게 생각하나
"오래전에 다 정리된 얘기다”
 
임종석 실장도 개인적으로 3선 출마에 반대한다고 했다는데
"어디서 그런 얘기 들었나. 그런 일 없다”
 
이인영계로 분류돼온 김종욱 민주당 시의원에게 줬던 정무부시장직을 친문을 비롯한 다른 계파 인사에게 주려고 의사를 타진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얘기도 있다.
"무슨 그런 쓸데없는 얘기를 하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박 시장 밑에서 정무부시장을 지낸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박 시장은 시민운동가다. ‘서울 혁명’을 하러 시장이 됐다. 이제 6년 지났다. 10년을 채워 목표를 완수한다는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에 대한 친문계의 부정적 정서가 드러나며 힘을 받고있는 이가 박영선 의원이다. 임 실장이 "(경선에) 나와 중심을 잡아달라”고 한 박 의원은 지난해 가을부터 서울 시민들과 고궁 등을 함께 걷는 행사를 하며 일찌감치 바람몰이에 나섰다. 서울을 역사 유적과 디지털이 공존하는 ‘스마트 시티’로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방송 앵커 출신으로 지명도가 높다. 지난해 대선에서 호남을 10번 넘게 찾아 문재인 후보 유세에 올인, 호남 표심이 돌아서게 하는 데 기여한 점도 유리한 요소다. 친문 당원들이 경선의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박 의원 측은 "박 시장 지지율이 30%대에 고착된 반면 박 의원 지지율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경선에서 결선투표를 도입하면 이길 공산이 크다”고 했다.
 
또 한 명의 다크호스는 우상호 의원(서대문 갑·3선)이다. 원내대표 출신인 그는 8일 문 대통령의 영화 ‘1987’ 관람 행사에 현직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했다. 전대협 출신 후배 한병도 정무수석이 나흘 전 "대통령과 영화 볼 수 있나”고 묻기에 응했다고 한다. 청와대 내에선 "우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설이 도니 대통령이 힘을 실어준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큰 문제 없다”는 의견이 대세였다고 한다. 우 의원은 친문은 아니지만 전대협 출신 청와대 586 보좌진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영화를 본 뒤 우 의원은 임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보좌진과 1시간 가량 소주를 곁들인 점심 자리를 갖고 정국 현안을 논의했다. 여권 소식통은 "87 항쟁 주역들인 586 의원은 민주당에 여러 명인데 문 대통령이 우 의원 한 명만 콕 찍어 옆자리에 앉히고 영화를 봤다. 그 자체로 서울시장 경선에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9일 밤 우 의원을 만나 물었다.
 
8일 문 대통령의 영화 ‘1987’ 관람에 동행한 우상호 의원(좌에서 두번째). [중앙포토]

8일 문 대통령의 영화 ‘1987’ 관람에 동행한 우상호 의원(좌에서 두번째). [중앙포토]

대통령이 당신을 시장으로 미는 건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문 대통령은 엄정 중립이다. 게다가 지지율이 압도적인데 뭐하러 선거에 개입하나”
 
586 의원 중 당신하고만 영화를 봤다
"연세대 이한열을 다룬 영화다. 내가 연세대 학생회장이었다. 다른 이유는 없다”
 
"차기 서울시장은 문 대통령의 개혁을 실현할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다. 문심에 구애해 시장이 되려는 속내 아닌가
"아니다. 역대 서울시장을 보면 정권과 다른 당 사람 아니면, 같은 당이라도 대통령을 흔들며 대권 행보하는 사람뿐이었다. 노무현(이명박 시장), 이명박(오세훈 시장), 박근혜(박원순 시장) 대통령이 망한 건 정권과 서울시장이 불화한 탓이 크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려면 차기 서울 시장은 대통령과 공조할 수 있는 이가 돼야 한다”
 
그게 당신이란 얘기 아닌가? 출마 선언은 언제 하나
"출마를 고민 중이나 아직 결정은 내리지 못했다. 1월 안에 결단을 내리려 한다. 조심할 게 자유한국당의 향배다. 예상을 뛰어넘는 젊고 참신한 후보를 내면 민심이 확 쏠릴 수 있다. 그러면 우리 당도 참신한 후보를 내야 한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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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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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