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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급변사태시 중국이 핵시설 접수? '한반도 분할안' 보니

[차이나 인사이트] 한반도 분할의 역사와 중국의 남포~원산 구상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가 한반도 비핵화로 직결될 것 같지는 않다. 갈 길이 멀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핵탄두를 대량 생산해 실전 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하자”고 말한다. 화약 냄새가 더욱 짙어진다. 그래서인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새해 벽두부터 ‘군 동원 훈련 대회’를 실시했다. 북한 급변사태도 염두에 둔 포석이다. 그러나 북한 붕괴가 바로 통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한반도 분할론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분할의 역사는 깊다. 한반도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교차하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기에 오래 전부터 두 세력 사이에 분할 논의가 진행되곤 했다. 우리 민족이 배제된 채 복수의 강대국 간에 한반도 분할이 거론된 최초의 예는 16세기 말 임진왜란 때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1592년 9월 일본의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평양 강화회담에서 명나라 심유경(沈惟敬)에게 대동강변 분할선을 제안하면서 처음 수면 위로 떠올랐다. 1593년 6월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조선 8도 중 경기, 충청, 전라, 경상 등 남부의 4도를 일본에 할양하는 조선분할안을 제안했다.
 
심유경이 일본과 유착해 그 수용을 검토했으나 조선과 명 조정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실현되지 않았다. 1593년 11월엔 명 조정 내부에서 조선을 둘이나 셋으로 나눠 왜(倭)를 방어하는 자에게 주자는 안이 나왔으나 병부상서 석성(石星)이 불가하다고 주장해 무산됐다.
 
조선이 제국주의 열강의 침탈 대상이 됐던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엔 더 진전된 형태의 분할론이 등장했다. 1894년 7월 영국이 청나라와 일본에 서울을 중심으로 한 남북 분할론을 제시했다.
 
청은 영국에 수락 의사를 전달했으나 한반도 독점을 노리던 일본은 거절했다. 결국 청일전쟁이 터졌고 일본은 청을 한반도에서 밀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러시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러시아의 존재감에 눌린 일본은 1896년 러시아에게 두 차례에 걸쳐 한반도 분할을 제시한다. 먼저 북위 39도선 근처인 대동강변 분할안으로 한반도의 3분의 1을 주겠다고 했다가 러시아가 부정적 반응을 보이자 서울을 경계로 한 반분론(半分論)을 냈다. 러시아는 동의하지 않았다. 한반도 남부를 요충지로 봤기 때문이다.
 
1945년 일본 패망 후 한반도는 다시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각축장이 됐다. 이번엔 이전 4차례 분할안의 한 축이었던 일본이 빠지고 그 자리를 미국이 메웠다. 반대편엔 러시아가 소련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미국은 당초 신의주 바로 아래와 함흥을 미국 점령 지역으로 확보하는 40도선과, 평양~원산을 잇는 39도선 확보를 원했지만 소련이 이를 받아들이기 버겁다고 판단해 포기하고 대신 한강변의 38도선을 분할선으로 확정했다.
 
준비가 부족했고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졸속으로 결정된 측면이 있지만 38도선은 한반도의 심장부를 관통하는 선으로 그 길이가 그렇게 길지 않다는 점에서 전략적 고려가 전혀 없었던 무식한 선은 아니었다.
 
한데 지난달 미국 싱크탱크인 랜드(RAND)연구소가 북한 급변사태 발생 시 중국군 개입에 따른 한반도 분할안 4가지를 상정해 눈길을 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실제 검토하고 있는 시나리오에 의거한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잠재적 적국인 미국과 직접 국경을 맞대는 걸 극구 피하려 한다. 완충지대가 필요한 이유다. 따라서 북한의 현상유지가 최상이다. 하지만 북한이 계속 핵 도발을 지속해 중국의 생명선인 대미, 대서방 무역에 장애가 된다면 북한을 버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에도 완충지대는 확보해야 한다. 랜드연구소가 제시한 중국군 개입에 따른 4개의 분할선은 바로 이런 상황을 상정한 것이다. 첫 번째는 중국군이 국경을 넘어 50㎞를 진격한 경우로, 분할선 길이는 550㎞로 가장 길다. 두 번째는 북·중 국경에서 내륙으로 100㎞ 들어온 경우다. 영변 핵 시설을 장악할 수 있지만 동서 길이가 500㎞에 달한다. 분할선이 너무 길어 관리하기 쉽지 않으며 평양 부근을 세력권으로 확보하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다.
 
세 번째는 중국이 북한의 핵 시설을 접수하고 한·미와는 최단 경계선을 형성하는 분할선이다. 39.5도선 부근인 평북 남단과 함남 함흥 남부를 있는 것으로 길이가 200㎞로 가장 짧다. 한반도의 ‘잘록한 목(narrow neck)’ 선에 해당한다.
 
마지막은 서쪽 남포에서 동쪽 원산에 이르는 ‘남포~원산’ 라인이다. 북한 핵 시설과 평양을 모두 장악해 사실상 북한 지역의 완전 접수에 가깝다. 한·미와의 경계선은 250㎞ 정도다. 중국이 가장 선호하는 안이다. 이는 평양을 완전히 확보하고 덤으로 남포까지 얻으며 방위선도 비교적 짧다는 점에서 치밀하게 준비된 안으로 보인다. 이 선으로 중국이 한반도의 남포~원산 이북을 동북4성으로 확보하려 한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 만큼 우리로선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미·소에 의해 강요된 38도선이 ‘코리아를 패싱하고’ 그어졌을 당시 한국인들은 이의 철폐 운동에 소극적이었다. 잠정적인 분할선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중 간의 한반도 분할 논의 또한 급변사태를 관리하기 위한 잠정적인 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선이 잠정적이 될 수 있도록 보증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 우리의 비상한 노력이 경주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한 급변사태 시 그 관리권이 우리에게 와야 하겠지만 단기적으론 열강에 의해 분할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국제 정치의 냉혹한 현실이 항상 우리 마음 먹은 대로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론 물론 단기적으로라도 중국의 동북4성이 되는 것과 같은 분할이 이뤄지지 않도록 우리의 치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제까지 북한 급변사태 운운은 북한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어 공론화를 제대로 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제 중국 학자들마저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이 지금처럼 높은 적이 없었다”며 비밀리에 미국과 세력권을 흥정하는 시점이다.
 
“북한 급변사태 종료 후 한국이 통일을 이룩하고 중국군의 완전 철군을 유도하려면 한국군이 북한 전역을 장악하고 안정화할 만한 독자 작전능력을 시급히 향상시켜야 한다”는 랜드연구소의 주장은 이런 측면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이완범
연세대 정치학 박사. 미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방문학자와 국사편찬위 위원 역임. 관심 분야는 남북한 통일정책과 한미관계사 등. 저서로 『한반도 분할의 역사』 등 다수가 있다.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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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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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