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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문재인 정부 특별사면

중앙일보 <2017년 12월 30일 26면>
민생에 방점 찍힌 문재인 정부 첫 특별사면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문재인 정부가 어제 단행한 ‘신년 특별사면’의 내용을 뜯어보면 민생(民生)을 우선시하면서 특정 성향 인사들의 사면에 부정적인 국민 정서를 감안한 흔적이 역력히 묻어난다. 진지한 고민의 산물로 보인다.
 
이번 사면은 일반 형사범·불우 수형자 등 6444명에 대한 특별사면, 운전면허 행정처분 대상자 165만여 명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가 주축이다. 수혜자는 이른바 ‘생계형 서민 범죄자’가 대부분이다. 정부가 부정부패 연루 공직자와 기업인을 이번 특사에 철저히 배제한 것은 올바른 결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뇌물·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 범죄에 대해 사면권 제한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이 특사에서 제외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당초 정부는 세월호 참사 집회, 사드 배치 반대 등 5개 집회로 형사처벌을 받은 이들의 사면을 검토하다가 용산 화재 참사 때 사법처리된 철거민 25명만 생계 등의 사유로 사면키로 결론 내렸다. 이는 법질서 확립 차원에서 적절한 선택이다. 5개 집회 참석자 중엔 불순 세력도 있을 것이다. 옥석을 구분하는 게 당연하다. 일부 진보단체가 폭력 시위를 주도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물론 내란선동죄로 복역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까지 양심수라고 주장하며 특사 석방 공세를 폈지만 관철되지 않았다.
 
다만 정치인 중에서 유일하게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이 ‘원포인트 특별복권’ 대상에 선정된 것은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MB 저격수’가 풀려났기 때문이다. 앞으로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이 사법권을 제한해 은전을 베푸는 사면권은 남발돼서도, 정치적 편향성에 따라 행사돼서도 안 된다. 이번 민생 중심 특사가 이런 원칙이 지켜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한겨레 <2017년 12월 30일 23면>  
‘절제된 사면’이지만 양심수 빠져 아쉽다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29일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전체 대상자 6444명 중 일반 형사범이 99%이고, 시국 사건으로는 용산참사 관련 철거민 25명이 유일하게 포함됐다. 정치인으로는 정봉주 전 의원만이 대상에 들었다.
 
현 정부 출범 7개월 만에 이뤄진 이번 사면은 비교적 엄밀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경제인 사범뿐 아니라 시국 사건 관련자들도 최대한 절제해서 사면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 때문에 용산참사 이외에 제주 해군기지, 경남 밀양 송전탑, 세월호 참사, 사드 반대 등 주요 시국 사건들이 대상에서 제외됐다. 제주 강정마을의 경우 463명의 형사처분이 확정됐지만 111명은 재판 중이어서 사면 대상에서 제외했고, 용산참사 관련 25명은 모두 재판이 종료돼 사면 대상에 포함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용산참사는 경찰의 과도한 진압 탓에 철거민과 경찰 등 무고한 인명이 희생된 대형 참사였다. 사회 갈등 치유 차원에서 사면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용산뿐 아니라 제주 강정마을 관련자들도 정부의 잘못된 정책집행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이 대부분인 만큼 사면을 적극 검토했어야 옳았다고 본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이번에 제외된 것도 아쉽다. 그는 13건의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2016년 1월 구속 기소됐고,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그동안 시민사회와 종교계, 노동계에선 한 위원장이 지난 정권의 잘못된 노동탄압 정책으로 구속됐다며 사면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앰네스티와 국제노동기구(ILO)도 그를 대표적 양심수로 규정하고 있다. 형기도 이미 절반을 훨씬 넘었다. 한 위원장 문제를 두고는 문 대통령이 보수 세력의 반대 여론을 너무 의식한 듯하다. 노사정 대타협 차원에서도 한 위원장을 제외한 건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사면에서 주요 정치인이나 경제인이 제외된 건 긍정적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 범죄자는 사면에서 제외하겠다고 했는데 이번에 그 약속을 지켰다. 이 원칙 때문에 경제인들 상당수가 포함되지 못했다. 정봉주 전 의원의 사면은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정 전 의원은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비케이(BBK)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년형이 선고돼 만기 출소했다. 이후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여러 차례 선거에서 기회를 박탈당했다. 지난달 현역 의원 125명이 그의 사면을 촉구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에 정 전 의원 한 명만을 콕 집어 ‘1인 사면’ 비슷한 형식으로 해야만 했는가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최소한도로 행사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통령이 임기 중에 사면권을 남용해 법치주의의 근간을 허무는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문 대통령이 앞으로도 사면권을 매우 엄밀하고 제한적으로 행사하길 바란다.
 
논리 vs 논리
“민생 중심 원칙 계속 지켜져야” vs “보수 세력 눈치보기 안타까워”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특별사면을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특별사면을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12월29일 문재인 정부는 2018년을 목전에 두고 첫 특별사면을 발표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서민부담 경감’과 ‘사회적 약자 배려’ ‘갈등 치유’에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역대 정부에서도 대통령 취임이나 광복절 등의 국경일에 맞추어 특별사면을 단행해왔기에 문재인 정부의 첫 사면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특히 문 대통령은 촛불 시민의 민주적 열망을 대변하겠다고 강조해왔던 만큼 그 시기와 기준, 규모에 대한 기대가 컸다.
 
사면권은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장이면서 동시에 국가원수다. 사면은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통치자로서 정치적 판단과 융통성을 갖도록 부분적으로 허용한다. 따라서 누구를, 어떤 기준에 따라 사면하는가를 보면 그 정부가 지향하는 가치와 법을 대하는 자세를 읽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을 치를 때 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 사범을 5대 중대 부패 범죄자로 규정하고 이들은 사면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원칙대로 부정부패 연루 공직자와 정치인, 경제인은 모두 제외시켰다. 이번 특별사면 대상자는 99%가 일반 형사범, 고령자, 중증질환자, 유아대동 수형자, 생계형 절도사범 등 어려운 여건의 수형자였다. 대통령이 민생 중심의 절제된 사면을 함으로써 국민 정서를 보듬고 법치의 본질을 지킨 데 대해 중앙과 한겨레 모두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남은 1%의 대상자 범위를 두고 두 신문은 큰 시각차를 보여주었다. 이번에 시국사건 관련으로 사면된 사람들은 용산참사 철거민 25명이고, 정치인 중에서는 정봉주 전 의원 1명뿐이다. 한겨레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밀양 송전탑, 세월호, 성주 사드 반대 등 이전 정부에 의해 억압받고 희생된 주민들이 빠진 점을 지적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사정 대타협 차원에서 석방하는 것이 나았다는 입장이다. 한겨레는 “보수 세력의 반대 여론을 너무 의식한 듯”하다며 억울한 형사범의 사면이 축소된 것에 대해 아쉬운 평가를 내렸다.
 
반면, 중앙은 5개 집회 참여로 인해 사법 처리된 사람들 가운데에는 ‘불순세력’도 있을 테니 옥석을 가리려면 사면권을 남발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한상균 위원장은 폭력시위를 주도했으므로 법질서 확립 차원에서 제외하는 것이 적절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정봉주 전 의원의 ‘1인 특별복권’은 다스 실소유주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논란의 불씨가 된다고 우려했다. 중앙이 이번 민생 사면에 후한 점수를 준 것은 ‘정치적 편향성에 따라’ 사면권을 남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입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사면법 2조에 의하면, 사면은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으로 구분한다. 일반사면은 범죄의 종류를 정하여 해당 범죄로 사법 선고를 받은 모든 사람에 대해 형 선고의 효력을 없애는 것이고, 특별사면은 형 선고를 받은 사람 중 일부를 특정하여 형의 집행을 면제해주는 것이다. 일반사면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특별사면은 국회의 동의 없이도 대통령의 권한으로 시행할 수 있다. 1948년 헌법 제정 이후,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일반 사면은 총 7회였던 반면 특별사면은 총 83회, 인원은 22만6483명에 이른다. 역대 정부가 특별사면을 압도적으로 선호한 까닭은 권력 유지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국민 화합’이나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부정부패 정치인, 거물급 비리 경제인, 선거사범 등을 특별사면으로 방면해주고 정치적 이득을 취해왔다. 가장 비판받는 사례는 1997년,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광주 학살 및 천문학적 비자금 조성으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이 확정된 수형자를 해를 넘기기도 전에 특별사면한 일이다.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이번 문재인 정부의 첫 특별사면은 구태와 악습을 벗어났기에 더욱 특별하다. 사회적 약자와 민생만을 기준에 두고 엄격하게 특별사면을 단행한 것이다. 한겨레의 주장처럼 정권의 탄압이나 경직된 법에 의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제한을 받을 때 사면제도는 재판의 오류를 바로잡고 이를 시정하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기득권을 위한 정치적 사면이 아닌 법질서 확립을 위한 사면을 주문한 중앙의 관점도 일리가 있다. 법질서는 누구에게나 공정할 때 더욱 튼튼해 질 것이다. 결국 사면권 남용의 판단 기준은 대상자 수가 아니라 목적에 있다. ‘누구를 위한 사면인가’, 그 기준은 국민과 공익이다.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교사·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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