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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 댕댕이보며 위로받아"…반려동물 SNS 찾는 사람들

매일 출근길 만원버스 안에서 회사원 김미진(30)씨는 휴대전화 사진첩을 뒤적거린다. 김씨의 사진첩에는 '짧은 다리'가 특징인 개 '웰시코기' 사진만 모아 분류한 앨범이 따로 있다. 
 
웰시코기가 달리는 사진, 수영하는 사진, 자는 사진, 엉덩이만 찍은 사진 등을 하나하나 '엄마 미소'를 지으며 넘겨 본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누군가 올리는 반려견 계정도 팔로우해 그들의 일상을 살핀다.
 
인스타그램에 검색되는 반려견 사진들. [온라인 캡처]

인스타그램에 검색되는 반려견 사진들. [온라인 캡처]

 
김씨는 "털 부스러기 같은 강아지 사진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출근길을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며 "복슬복슬한 웰시코기의 엉덩이 사진을 제일 좋아한다"고 말한다. 김씨처럼 일면식도 없는 '남의 집 반려동물'을 보며 열광하는 건 최근 많은 이들이 공통으로 겪는 '증상'이다.
 
사람들의 '반려동물 앓이'는 인터넷을 타고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온라인상에서 사진이나 움짤(움직이는 사진) 등의 공유가 용이해지면서 이 증상을 키웠다. 소셜미디어의 유명 반려동물 페이지 팔로워는 수십 만에 달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동물들의 귀여운 '움짤(움직이는 사진)'들이 끊임없이 업로드된다. 사람들은 개를 '댕댕이'(멍멍이), 고양이를 '냥이'라고 부르며 반려동물 사진에 마음을 뺏긴다. 만지고 싶지만 만질 수 없는 반려동물 사진에 지난해부터는 '나만 없어. 진짜 사람들 고양이(또는 댕댕이) 다 있고 나만 없어'라는 자조의 유행어까지 나왔다.
 
온라인에서 지난해부터 유행인 '나만 고양이 없어' 짤방. [인터넷 캡처]

온라인에서 지난해부터 유행인 '나만 고양이 없어' 짤방. [인터넷 캡처]

 
반려견 웰시코기 '백호'의 일상을 올리는 강승연(29)씨의 트위터 구독자 수는 40만 명이다. 3년 전 입양한 백호의 성장 과정을 남기고 싶어 일기 쓰듯 시작한 일이었는데 이제 산책을 하다 백호를 알아보는 사람까지 생겼을 정도다.
 
트위터·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반려견 웰시코기 백호. [사진 백호 인스타그램]

트위터·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반려견 웰시코기 백호. [사진 백호 인스타그램]

 
강씨는 "백호 사진이 하루라도 안 올라오면 '백호가 혹시 아픈 것 아니냐'며 다들 걱정해주신다"고 말했다. 백호가 유명해지면서 일주일에 유료 광고 제안이 3~4건 이상 들어오고 방송 출연 제안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는 "광고 출연보다는 유기견 후원 등 백호의 유명세가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고 했다.
 
민정원씨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반려묘 홍조의 사진. [사진 홍조 인스타그램]

민정원씨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반려묘 홍조의 사진. [사진 홍조 인스타그램]

 
대학생 윤재연(23)씨는 "동물을 좋아하지만 자취를 하다 보니 키울 여건이 안 돼 인터넷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며 대리만족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알게 된 반려견에게 선물을 보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1년 전부터 반려묘 '홍조'의 일상을 만화로 담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는 민정원(27)씨는 홍조의 인기가 높아지자 최근 책 '11살 고양이 홍조일기'를 출간했다. 민씨는 "고양이가 반려동물로서 인기가 많아진 뒤부터 더 많은 분이 '간접체험' 삼아 홍조의 일상을 보러오시는 것 같다. 홍조와의 행복한 기억들을 차곡차곡 모아 앞으로도 많은 분과 공유하고 싶다"고 밝혔다.
 
민정원씨가 홍조의 일상을 그린 '홍조일기' 만화.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면서 최근 책으로도 출간됐다. [사진 홍조 인스타그램]

민정원씨가 홍조의 일상을 그린 '홍조일기' 만화.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면서 최근 책으로도 출간됐다. [사진 홍조 인스타그램]

  
일본에서는 이미 고양이를 뜻하는 '네코(ねこ)'와 '이코노믹스'를 합친 '네코노믹스'라는 용어가 있다. 반려묘 문화가 만들어내는 여러 간접적인 경제효과를 일컫는 말이다. 네코노믹스 현상이 생기게 된 배경에 대해 일본의 많은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와 '사회 불안정'을 언급한다. 티 없이 순수해 보이는 반려동물들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일종의 위안이 되는 것이란 분석이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동물 사진을 보며 사람들이 안정을 느끼는 건 우리가 길을 가다 귀여운 아기와 눈을 마주쳤을 때 본능적으로 마음이 '무장해제'되는 심리와 비슷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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