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시론] 문재인 케어, 공짜는 없다

김 윤 서울대 의대·의료관리학 교수

김 윤 서울대 의대·의료관리학 교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는 ‘문재인 케어’에는 찬성하지만, 건강보험료를 더 낼 생각은 없다. 국민은 10명 중 6명이 문재인 케어를 지지했지만, 보험료를 더 내겠다는 국민은 10명 중 2.5명에 불과했다. 건강보험료를 더 내는 대신 정부 재정으로 보장성 강화에 필요한 재원을 충당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정부 재정도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세금으로 만들어진다. 절대 공짜가 아니다. 보험료를 안 올리면 내 부담이 늘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필요한 재정을 세금으로 충당하면 국민 입장에서는 손해다. 세금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충당하면 내가 낸 세금만큼밖에 혜택을 못 받지만, 건강보험료를 올리면 기업과 정부가 내는 보험료까지 합쳐져 혜택이 두 배로 늘어난다. 국민이 보험료로 10만원을 내면 회사나 정부가 여기에 10만원을 보태서 전체 건강보험료는 20만원이 된다. 건강보험료를 더 내는 것이 국민에게 훨씬 이득이다.
 
건강보험이 병원비를 제대로 보장해주지 못하니 대부분의 국민은 민간 의료보험에 따로 가입한다. 국민 10명 중 9명은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해 있고 한 달 보험료로 평균 29만원을 낸다. 건강보험료가 가구당 10만원 정도이니 민간 의료보험료로 건강보험료의 3배를 내는 셈이다. 그런데 민간 의료보험에서 받는 혜택은 건강보험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민간 의료보험료 10만원을 내고 받는 보상은 7만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건강보험료로 10만원을 내면 18만원가량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심지어 건강보험료를 가장 많이 내는 상위 20% 고소득층도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는다.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하는 대신 건강보험료를 더 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젊고 건강할 때는 민간 의료보험에 쉽게 가입할 수 있지만 늙고 병들어 정작 보험이 필요할 때가 되면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하기 어렵다. 보험료가 너무 높아 사실상 가입이 불가능하거나 보험사가 가입을 거절하기도 한다. 국민 10명 중 평균 7명이 가입한 실손보험에 60대는 3.8명, 70대는 1명만 가입해 있다. 늙고 병들었을 때의 병원비가 걱정되면 민간 의료보험료 말고 건강보험료를 더 내는 것이 합리적 대책이다.
 
시론 1/8

시론 1/8

건강보험료는 소득에 비례해 부담하고 필요에 따라 혜택을 받는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 어린이, 큰 병을 앓고 있는 사람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 저소득층은 낸 보험료의 14배, 심장병 환자는 8배에 달하는 혜택을 본다. 건강보험료를 더 내는 것이 사회적으로 정의로운 선택이다.
 
의사협회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의사 10명 중 8명이 문재인 케어에 반대한다고 한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적정수가를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믿지 못하는 눈치다. 이제까지 자유롭게 해오던 비급여 진료에 정부가 간섭하기 시작하면 소신껏 진료하기 어려워질까 봐 걱정이다.
 
우리 국민은 의사를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 의사에 대한 신뢰도를 국제적으로 비교한 연구에서 우리나라는 전체 29개 국가 중 20위를 차지했다. 의사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나라의 공통점은 의사단체가 정책을 만드는 데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서 정부가 정책을 내놓으면 반대만 한다는 것이다.
 
의사가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의료 현장을 세심하게 반영한 정책은 나오기 쉽지 않다. 의사가 반대해도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정부가 정책을 밀어붙이는 일이 종종 있다. 이것 역시 의사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 결과이다. 정부가 말을 들어주지 않으니 의사들은 거리로 나서는 벼랑 끝 전술을 선택한다. 당장은 효과가 있지만, 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더 나락으로 떨어진다.
 
전문가 의견이 존중받는 의료제도를 원하면 의사들은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과잉 진료는 의사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의료계 내에서 적극적 자정 활동도 필요하다. 신생아 중환자실 사망 사건 같은 사회 현안에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의사단체가 이익 대변에만 나서면 국민은 의사단체를 전문가단체가 아니라 이익집단이라 생각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문재인 케어가 약속한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원한다면 국민은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민간 의료보험료 대신 건강보험료를 더 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의료 현실을 잘 반영한 정책을 원하면 의사는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을 제안하고 실행하는 데 참여해야 한다. 국민에게 신뢰받고 사회에서 전문가로 존중받기 원한다면 의사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
 
김 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오영환 부소장 : oh.younghwan@joongang.co.kr (02-751-5515)
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