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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한파 면세점엔 구세주, 중국 진출 한국 브랜드엔 걸림돌

중국 보따리상 따이공의 두 얼굴
4일 서울 회현동 신세계면세점 안은 중국 보따리 상인 따이공으로 북적인다.

4일 서울 회현동 신세계면세점 안은 중국 보따리 상인 따이공으로 북적인다.

같은 시간 면세점 앞에 단체관광객을 위해 마련된 버스 승하차장이 한산하다. 전영선 기자

같은 시간 면세점 앞에 단체관광객을 위해 마련된 버스 승하차장이 한산하다. 전영선 기자

유커(游客, 중국인 단체 관광객)는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9만명 수준이었던 중국인 입국자 수가 12월엔 더 떨어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엔 54만여명이었다. 중국 국가여유국은 지난해 11월 28일 지역회의를 열고 베이징과 산둥의 일반 여행사에 한해 한국 단체여행객 모집을 허용했지만, 입국자 수 반등은 없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여전히 단체 비자 허용과 중단을 반복하고 있어 관광업계 시름도 깊다.
 
면세점 매출 20년 만에 20배로
이런 가운데 면세점 업계는 지난해 매출이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보복의 역설’을 보여줬다. 지난해 11월까지 면세점업계 매출은 12조4000억여원으로 연간 매출 13조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외형적으로 전년 대비 10% 넘게 성장한 것이다. 특히 중국인 감소에도 외국인의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11월 9억3800만 달러(약 9968억원)를 넘겼다.
 
하지만 늘어난 매출 실적을 앞에 놓고도 면세점 업계는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전적으로 중국 보따리상, 따이공(代工)이 견인한 매출이기 때문이다. 면세점 매출은 1997년 5723억원에서 2008년 3조1535억원, 2012년 5조3716억원, 2015년 9조1984억원으로 성장세를 이어왔다. 2016년에는 유커 구매력에 힘입어 12조3000억원까지 늘었다. 지난해 사드 제재 이후 유커 발길이 끊기자 업계는 매출 반 토막까지 각오했지만 따이공이 몰리면서 지난해 3분기부터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다.
 
이는 아사 직전의 면세점이 제 살 깎아먹기를 감수하고 대대적인 할인과 페이백 행사를 진행한 결과다. 관세청에 따르면 시내면세점사업자의 평균 매출대비 송객수수료는 2013년 7.3%에서 2016년 10.9%로 급증했다. 수수료는 면세업체가 손님을 보내주는 대가로 각 여행사에 주는 리베이트의 일종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점업계가 수수료와 각종 혜택 제공에 쓴 비용은 매출의 20~30% 정도다. 13조원어치를 파는데 최소 2조6000억원을 수수료 등으로 지출했다는 계산이다.
 
당연히 수익성은 악화했다. 연간 3000억원대 이익을 올리던 롯데는 지난해 2분기 29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3분기엔 276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인천공항점 한 곳에서만 470억원의 손실을 봤다. 2년째 고전하던 신세계면세점(신세계DF)은 지난 3분기 간신히 97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4일 오후 서울 회현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관광객용 버스 승하차장은 텅 비어있었다. 중국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면세점을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한 곳이지만 지난해엔 쓸 일이 거의 없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면세점 5개 층은 중국인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댔다. 이들은 스마트폰에서 눈도 떼지 않고 물건을 주문하고, 여행 가방에 차곡차곡 넣었다. 소공동 롯데면세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따이공이 아예 카트를 빌려 물건을 박스째 싣는 모습도 사드 이후 익숙해진 풍경이다.
 
이들은 따이공으로 통칭하지만 대부분 중국의 큰 손이 고용한 ‘아르바이트 따이공’이다. 2014년 중국 정부가 따이공 단속을 시작하자 큰 손들은 유학생과 재한 중국인을 아르바이트로 고용해 물건을 조달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개별적으로 한국을 찾는 여행자인 산커(散客)에게까지 접근해 아르바이트를 의뢰하는 브로커도 등장했다. 중국에서 가장 많이 쓰는 소셜미디어 ‘위챗’을 이용하면 한국에 있는 중국 관광객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따이공이 들고 들어간 물건은 중국의 소매점을 비롯해 다양한 경로를 통해 판매된다. 할인과 면세 혜택을 받았데다 일정 금액을 넘기면 환급 서비스까지 받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높다. 장기적으로는 유통질서를 교란하고 브랜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아모레, 1인당 판매 한도 두기도
면세점은 따이공 활동을 막을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류상으로는 일반 관광객과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업체에서는 자체 단속에 나서기도 한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따이공 대책으로 지난해 9월부터 면세점에서 1인당 구매 한도액(브랜드별 1000달러)을 두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보따리상에 대한 정확한 현황과 피해는 파악이 불가능하다”면서 “시장이 혼란스러워졌고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따이공이 ‘사드 겨울’을 견디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형면세점 판촉팀장인 A씨는 “현재는 따이공이 부족한 매출을 채워주는 생명줄 역할도 한다는 현실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 직접 진출이 어려운 업체가 따이공의 눈에 들어 유명해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따이공은 면세점에 입점한 중소 화장품 브랜드나 압박 스타킹, 패션 모자와 같은 국내 중소기업 제품도 대량으로 구매해 가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위험부담이 큰 직접 진출보다 면세점을 통한 물량 확대가 큰 손해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른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과의 관계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서 따이공의 활동을 전면 금지하면 면세점은 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유커가 돌아올 때까지는 매출 공백을 따이공 영업으로 메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식당·배송업체 등 따이공 생태계 형성도
“비행기표는 왕복으로 예약해드리고 세관도 다 해결했습니다. 따이공 이력이 있으시면 업무수당은 협의 가능합니다. 팀짜서 들어오시면 추가 수당 있습니다.”
 
중국 동포 신문 게시판에 있는 따이공 모집글의 일부다. 이 게시글에 제시된 사례금은 1인당 53만원이다. 최근엔 면세점 따이공이 가장 주목받지만, 이들의 활동 반경은 품목이나 유통 채널을 가리지 않는다. 보따리상이라고 하면 소자본일 것 같지만 최소 10억원 이상이라야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따이공이 늘면서 명동 등 도심 상권에 ‘따이공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중국 유명 훠궈(중국식 샤브샤브) 체인인 하이디라오 명동점은 따이공의 집결지로 떠올랐다. 롯데와 신세계 등 주요면세점에서 가깝고 24시간 영업을 해 물건을 산 뒤 느지막히 가도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이공을 대상으로 한 음식점과 숙소, 운송 서비스도 덩달아 호황이다. ‘따이공 전담팀’을 구성했다는 배송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꼼꼼한 포장, 정확한 배송과 함께 신속한 통관까지 약속한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청담동에서도 무리를 지어 다니는 따이공 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며 “한국 사정에도 밝고 돈도 많아 먹고 자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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