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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대화 제의, 미국 공격 의식해 문재인 정부 방패막이로 세우려는 것”

‘김정일 가게무샤’ 맡았던 김달술의 진단
김달술

김달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젊다고 얕봐선 안 될 것 같다.”
 
북한 최고지도자 전문가로 꼽히는 김달술(88)씨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평가다. 김씨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모의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상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2011년 사망)의 역할, 즉 ‘가게무샤(影武者·대역)’를 했던 인물이다. 김씨는 정보기관과 통일부 회담사무국에서 30년 이상 김일성·김정일을 연구했다. 평소 김정일처럼 생각하고, 김정일처럼 말하고, 김정일처럼 표정 짓고 행동하도록 훈련받았다. 그는 지금도 김정은 입장에서 생각하는 버릇이 남아 있다고 한다.
 
김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정은은 자신의 카리스마를 세우는 데 아무도 용서하지 않는 모습이 김일성의 판박이”라며 “복고풍 양복을 입고, 김일성을 흉내 내는 건 북한 주민들에게 거부감이 없는 김일성 향수를 자극하려는 측면도 있지만 본능적으로 피를 물려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일 남북 대화를 제의하고 ‘핵단추’로 미국을 위협한 건 “미국의 군사적 공격을 의식해 문재인 정부를 징검다리로 삼고, 방패막이로 내세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정은 집권 7년째다. 김정은에 대해 평가해 달라.
“김정은을 너무 얕보면 안 될 것 같다. 제법 자기 권위도 세울 줄 아는 인물이다. 군부 실력자들을 숙청하면서 자기 권위 세우기, 대남 정책을 하는 것을 보니 상당히 주도면밀한 인물이다. 용인술이나 핵과 미사일을 활용한 대미 정책, 그리고 미국이 군사적으로 치려고 하니 문재인 정부를 징검다리로, 방패막이로 내세우는 모습을 봐라. 대단히 전략적인 접근이다.”
 
김일성, 김정일과 비교한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빨치산주의자다. 소련이 망하고, 동구가 체제 전환을 하면서 죽을 지경이 됐다. 그런 상황에서 권력을 유지하려면 군부를 장악해야 하니 선군정치로 버텨냈다. 반면 김정은은 군부가 권력 장악에 방해가 되니 현영철 등 군 책임자부터 제거했다. 고모부(장성택)를 처형하면서 본보기를 만들었다. 김일성을 많이 닮았다. 자기 카리스마를 세우기 위해선 아무도 용서하지 않는다. 김일성도 그랬다. 박헌영·허가이를 비롯해 연안파 등 정적을 숙청하는 것을 보면 그랬다. 심지어 흐루쇼프(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도 수정주의자라고 하면서 싸우지 않았나. 김일성의 피를 물려받은 것 같다.”
 
김일성을 흉내 낸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북한 내부에서 김일성에 대해선 욕하는 사람이 없다. 주민이나 당이나 군대나 행정부나 김일성에 대한 호감이 대단하다. 모두 존경한다. 남한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그룹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일성을 반대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김정은이 분명 이런 분위기를 활용하려는 측면은 있다. 복고풍을 이용해야 하겠다고. 김정은이 머리는 샤프한 것 같다. 만만하게 볼 사람은 아니다. 처음에는 막무가내 아닌가 싶었는데 지금까지 하는 것을 보니 상당히 주도면밀한 인물이다. 본능적인 게 있다고 봐야 한다.”
 
누가 옆에서 도와줘서 그렇게 하는 것 아닌가.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본능적으로 피를 물려받은 것 같다. 김정일이 후계자를 지정할 때 김정철 대신 동생(김정은)을 꼽았는데 리더십이나 평소 행동을 참고하지 않았겠나.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물론 있다. 고모부(장성택)도 그런 인물 중 하나였는데 1~2년 쓰다가 목을 치는 것을 봐라. (최근 처벌설이 도는) 황병서도 봐라. 마찬가지다.”
 
권력 장악을 하지 못했다는 뜻인지.
“상층부는 이미 장악했다. 처형 등을 워낙 무섭게 하니까 장악되지 않았겠나. 하지만 통치를 오래 하려면 하부구조가 튼튼해야 하는데 그건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 문제는 경제다. 인민들이 먹고살아야 하는데. 선물도 주고, 캐러멜도 주고, 맥주도 주고 해야 하는데 그게 (김일성 때보다) 여의치 않다. 그래서 오래가겠나. 본능적으로 카리스마는 있고, 머리가 좋은데 하부구조 장악이 관건이다.”
 
올해 남북 관계 전망은.
“김정은의 신년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김정은이 운전석에 앉은 셈이다. 핵이라는 든든한 ‘빽’이 있다. 평창올림픽을 걸고 나왔지만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남쪽을 보호해 주겠다면서 지원을 요구하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주안점은 올림픽 참가가 아니라, 이를 통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시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북한은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북한과 대화에만 매달리다 보면 자칫 미국과 틀어질 수 있다. 남북 관계 복원도 중요하지만 한·미 동맹을 고려하면서 해야 한다. 대화는 평화를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북한이 날 이용하려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으로 경계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과 남북 기본합의서 정신을 강조하면서 북한에서 자신들의 시조로 여기는 김일성이 합의한 내용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비핵화를 우선순위에서 물려서는 안 된다.”  
 
김달술씨
1961년 중앙정보부(국가정보원 전신)에 들어가 30여 년간 남북 문제를 다룬 북한 전문가다. 김일성·김정일의 성격과 북한 체제 연구에 집중했다. 71년 남북 적십자 예비회담 등 다양한 남북 회담에서 남측 대표를 맡았고 통일부 남북회담사무국(현 남북회담본부) 상임연구위원을 지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역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모의 정상회담을 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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