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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견이 행복해야 장애인 지킬 수 있어요

지난달 26일 경기도 용인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송아지만 한 래브라도 리트리버 한 마리가 훈련장 곳곳을 뛰어다녔다.
 
“조이(2살·수컷), 가만히 있어” 홍아름(36) 훈련사의 이 말 한마디에 천방지축으로 뛰던 ‘조이’는 곧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얌전해졌다.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지능도 높지만 순하고 사람을 잘 따라요. 또 시각장애인들이 위험한 길로 가면 못 가도록 끌어당길 정도로 힘도 세죠. 그래서 전 세계 안내견의 90%가 래브라도 리트리버에요.”
 
홍아름씨는 칭찬을 달고 산다. 그는 ’행복한 개가 맡은 일도 잘한다“고 했다. [사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홍아름씨는 칭찬을 달고 산다. 그는 ’행복한 개가 맡은 일도 잘한다“고 했다. [사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1982년생 개띠인 홍 훈련사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 근무하는 훈련사 6명 중 유일한 여성이다. 리트리버 같이 힘이 센 대형견을 통솔하려면 아무래도 남성이 유리하다. 그래서 국내 여성 안내견 훈련사 수는 손에 꼽을 만큼 드물다.
 
그도 처음부터 안내견 훈련을 담당한 것은 아니다. 2002년 안내견학교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개들을 돌보는 견사·번식 업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돌보는 개마다 홍 훈련사의 뒤만 졸졸 따라다닐 정도로 인기가 높자 주변에서 먼저 “안내견 훈련사를 해보라”고 권해 2011년 훈련사가 됐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안전을 책임지는 만큼 혈통 등을 따져 엄선된 수컷과 암컷 사이에서 태어난다. 태어난 강아지는 5주가 되면 사람들이 출생신고를 하는 것처럼 증명사진을 찍어 장애인보조견 등록을 한다. 생후 7개월 땐 퍼피워킹(Puppy Walking)을 간다. 퍼피워커라고 불리는 자원봉사자의 집에서 ‘앉아’ ‘엎드려’ 같은 복종훈련부터 식사와 배변 등의 기본 훈련을 받는 것이다. 1년 정도 퍼피워킹을 거친 뒤엔 안내견학교에 입학한다. 개 나이로 2살쯤이 사람 나이론 20살 정도다.
 
현재 홍 훈련사가 돌보는 예비 안내견은 조이를 포함해 모두 6마리다. 개마다 훈련 과정이 다른 만큼 한 마리씩 하루 30분 정도 집중적으로 수업을 한다. 수업의 비결은 칭찬이다. 쓰다듬으며 “잘했어” “최고”라고 응원하고 간식도 준다. 그는 “개가 짖거나 물려고 하는 등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은 뭔가 불만이 있다는 것”이라며 “무조건 어르고 야단을 치기보단 나쁜 행동은 무시하고 착한 행동을 하면 ‘잘했다’고 칭찬하면 개들도 ‘이런 행동을 하면 주인이 좋아한다’는 것을 안다”고 조언했다.
 
훈련을 받았다고 모두 안내견이 되는 것은 아니다. 6~8개월의 교육 기간 세 차례의 시험을 보고 이를 통과해야 정식 안내견이 된다. 합격률은 높지 않다. 훈련견 중 겨우 30%만 시험을 통과해 안내견이 된다. 홍 훈련사가 지금까지 가르친 훈련견 총 62마리 중 20마리만 안내견이 됐다.
 
자신이 가르치던 훈련견이 시험에 떨어져도 아쉽거나 슬프진 않다. “안내견이 자기 일을 즐거워하고 행복해할 때 시각장애인의 안전도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홍 훈련사는 “안내견이 시각장애인을 돌보는 것을 ‘개가 인간을 위해 희생한다’고 바라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의 입장에선 단순하게 주인과 산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험에 떨어진 개들은 일반 가정에 반려견으로 분양된다.
 
리트리버 등 대형견의 평균 수명은 13년 정도다. 그래서 안내견들도 10년 정도 활동하다가 은퇴한다. 지금까지 안내견학교를 졸업한 안내견들의 이름과 생김새를 모두 기억한다는 홍 훈련사의 새해 소망은 소박했다. “내가 맡은 훈련견들이 즐겁게 배우고 모두 좋은 주인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용인=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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