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J report] 가사도우미 특별법 딜레마 … 일자리는 안정, 비용은 껑충

가사도우미는 고용형태가 불안하다. 가정집에서 “더 나오지 말라”고 통보하면 일자리를 잃는다. 직장인처럼 실업급여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가사는 보기보다 고되다. 일의 특성상 손목이나 허리 등을 다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하소연할 곳도 마땅찮다. 엄연히 일하는 사람이지만 노동관계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가사도우미를 보호하고, 고용시장의 관점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된 까닭이다. 선진국은 가사도우미를 정식 근로자로 인정해 법으로 보호하는 경우가 많다.
 
가사도우미 문제를 부각한 건 박근혜 정부다. 박근혜 정부는 가사도우미를 공식 경제에 포함시켜 법으로 보호하는 방안을 강구했다. 그러나 가사도우미 시장이 사적 계약에 의한 비공식 경제 영역이어서 시장규모나 임금수준과 같은 관련 통계가 없었다. 정부가 수년간 시장 상황을 파악한 이유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현 정부는 지난 정부의 작업을 바탕으로 법제정 작업에 착수했다. 그리고 지난달 27일 ‘가사근로자 고용개선 법률 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국회에서 통과되면 1년의 유예를 거쳐 시행된다.
 
하지만 개인의 사적영역에 대해 법률로 규율하는 데 따른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 노조 결성에 따른 파업으로 서비스 이용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호출근로의 특성상 가사도우미는 주당 15시간 근로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되면 단시간 근로자로 분류돼 노동관계법의 적용에서 배제된다. 비용도 인상될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통계에 따르면 평균 월 60만원인 가사도우미 지출비용이 70만~80만원 정도로 오를 전망이다.
 
이런 우려와 논란에도 불구하고 가사도우미법이 불러올 긍정적 효과도 만만찮다. 가사도우미법이 제정되면 가사도우미는 공식경제에 포함된다.
 
따라서 가사도우미는 정식 근로자로 대우받는다. 고용보험을 비롯한 4대 보험을 적용받게 되고, 근로기준법과 같은 노동관계법의 권익도 누릴 수 있다. 보수에 세금도 매기게 된다(보수액이 크지 않아 세금을 내는 경우는 거의 없을 전망이다). 이용자는 가사도우미를 채용한 서비스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보육도우미와 같은 영역에선 부모의 소득공제가 가능한 기반도 마련된다. 중년 여성을 중심으로 가사도우미 시장은 커질 전망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선진국은 국가별 차이는 있지만 가사도우미를 공식 경제 영역으로 편입시키고 있다. 핀란드나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등은 가사노동을 아예 법으로 규율한다. 영국이나 덴마크, 스위스 등은 암묵적으로 노동법을 가사도우미에게 적용한다. 일본은 가사근로자가 직업소개소를 통해 일하면 노동법을 적용하고, 가정에서 직접 고용한 경우는 노동법 적용에서 배제한다. 스위스는 연방노동법 적용대상에선 제외돼 있지만 제네바를 비롯한 지자체를 중심으로 표준근로계약서를 보급해 가사근로자를 보호한다.
 
정부도 이런 추세를 감안해 법으로 가사도우미를 보호하려는 것이다. 다만 핀란드처럼 법을 제정하되 지금처럼 직업소개소를 금지하지 않고 병행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시행 방법이다. 정부의 법률 안은 전형적인 파견체계에 가사도우미를 편입시키는 모양새다. 현행 파견법은 컴퓨터 관련 전문가나 음식·조리 업무 같은 32개 업종에만 파견을 허용한다. 가사도우미는 이 업종에 해당하지 않는다. 파견금지업종이란 얘기다. 정부의 법률안이 파견법 위반 논란에 휩싸인 이유다. 정부가 파견법을 개정하지 않고 특별법 형태로 법을 제정하려는 이유는 단순하다. 파견업종 확대와 같은 법 개정에 노조가 반대하고 있어서다.
 
정부도 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이런 문제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내에서 “자칫하면 정부가 불법파견을 조장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왔다. 파리바게뜨와 같은 기업에는 무리할 정도로 불법파견의 잣대를 들이대는 정부로선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정부는 처음 법안을 만들 때 ‘가사근로자·제공기관 사업주 및 이용자에 대하여는 파견근로자 보호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명시(제4조)했다. 파견법을 피할 수 있는 장치를 둔 셈이다. 그러나 법제처와 협의 과정에서 관련 조항이 삭제됐다. ‘파견’이라는 용어가 들어가면 불법파견 논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하지만 법률 제정안이 의결된 뒤 불법파견 논란은 다시 불거졌다. 이렇게 되자 정부가 또다시 꼼수를 내놨다. 가이드라인(행정지침)을 만들어 계도한다는 것이다. 법률(파견법) 위반을 행정해석으로 무력화하려는 초법적 발상이다. 근로시간단축 문제도 정부가 행정해석을 잘못해 고용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혼란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정책꼼수를 되풀이하는 셈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파견법을 현행 포지티브(허용업종 나열) 방식에서 네거티브(금지업종 나열) 방식으로 바꾸는 것과 같은 정공법을 구사하지 않으면 자칫 정부가 파견시장을 무질서하게 만든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사도우미의 소득공개에 따른 부작용 해소 방안도 아직 없다. 예컨대 가사도우미 중에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제법 많다. 이들의 소득이 공개되면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혜택 축소나 제외 같은 부담을 안아야 한다.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를 위한 세제 연계와 같은 추가 보완책을 내놓지 않으면 법이 제정되더라도 효과가 반감될 수 있는 셈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오영환 부소장 : oh.younghwan@joongang.co.kr (02-751-5515)
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