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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닿는 곳마다 상상초월…두바이 기적은 현재 진행형

최고기온 25℃, 최저기온 15℃. 사람 살기 가장 좋은 날씨가 겨우내 이어지는 곳이 있다. 여름 낮 기온이 50℃를 넘나드는 열사(熱沙)의 땅,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다. 겨울이면 두바이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여행객으로 들끓는다. 한국인도 급증했다. 불과 몇 해 전까지 유럽이나 중동으로 가는 길, 잠시 머물다 가는 환승객이 대다수였지만 요즘엔 다르다. 두바이관광청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인 숙박 일 수는 6만5000일, 2016년에는 9만5000일을 기록했고, 2017년에는 14만일이 예상된다. 2년 만에 두바이 체류 한국인이 갑절로 불어난 셈이다. 세계 최고층 빌딩(부르즈 칼리파)을 구경하고, 세계 최대 몰(두바이몰)에서 원없이 쇼핑을 하는 것만이 두바이 여행의 전부가 아니다. 황량한 사막에서 일군 기적의 역사를 이해하고, 아랍 문화에 대한 편견을 벗는다면 두바이가 더 신비한 나라로 다가올 것이다.
두바이는 예부터 유명한 무역항이었다. 두바이 수로가 있는 구시가지를 가보면 그 흔적이 오롯이 남아있다. 1디르함(약 300원)을 내면 목선을 타고 수로를 건너다닐 수 있다.

두바이는 예부터 유명한 무역항이었다. 두바이 수로가 있는 구시가지를 가보면 그 흔적이 오롯이 남아있다. 1디르함(약 300원)을 내면 목선을 타고 수로를 건너다닐 수 있다.

 
300원짜리 목선 타고 구시가지 여행   
온갖 향신료를 파는 전통시장인 스파이스 수크. 상인 대부분은 파키스탄, 인도인이다.

온갖 향신료를 파는 전통시장인 스파이스 수크. 상인 대부분은 파키스탄, 인도인이다.

2017년 12월11일 새벽, 두바이공항에 착륙했다. 택시를 타고 20분 거리에 있는 시내 호텔로 향했다. 기사는 파키스탄인이었다. 낯설지 않았다. 두바이 뿐 아니라 한국이나 미국에서도 외국인 서비스업 종사자가 늘어나는 건 세계적 추세여서다. 한데 두바이를 떠난 12월14일까지 주요 관광지에서 만난 사람 중 두바이 사람은 거의 없었다. 두바이 인구의 85%가 외국인이고, 서비스업 종사자는 100% 외국인이라는 가이드북의 설명을 피부로 느꼈다.
두바이는 UAE를 이루는 7개 토후국(土侯國) 중 하나다. 연방국가는 군사·외교 분야만 힘을 합칠 뿐, 각 토후국은 독립국이나 다름없다. 두바이 면적은 3885㎢, 충청북도의 절반 수준이다. 천연자원은 많지 않다. ‘오일머니’가 막강한 건 형제국가이자 UAE 수도인 아부다비다. 두바이에서도 1970년대부터 기름이 났지만 매장량이 많지 않다. 오래 전부터 진주 수출과 무역으로 돈이 몰렸다. 90년대부터 부동산·관광이 주산업을 이루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관광 관련 산업이 두바이 GDP의 30% 이상을 기록했다. 석유 관련 산업은 GDP의 2% 수준이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전통시장인 수크(Souk)가 몰려 있는 구시가지 데이라(Deira) 지역부터 찾았다. 금을 파는 ‘골드수크’에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들끓었고, 향신료를 파는 ‘스파이스 수크’는 기묘한 향으로 매캐했다. “헤이, 마이 프렌드”를 외치는 상인 대부분은 파키스탄·인도 사람이었다. 
두바이 박물관에는 20세기 중반까지 두바이 경제의 근간을 이루던 진주산업에 대한 전시를 볼 수 있다. 남자들은 흰 천을 몸에 두르고 코마개를 막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두바이 박물관에는 20세기 중반까지 두바이 경제의 근간을 이루던 진주산업에 대한 전시를 볼 수 있다. 남자들은 흰 천을 몸에 두르고 코마개를 막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1디르함(약 300원)짜리 목선 ‘아브라’를 타고 두바이 수로 건너편 부르즈 두바이로 들어섰다. 박물관이 몰려 있는 지역이다. 옛 요새를 개조한 두바이박물관부터 관람했다. 두바이가 짧은 기간 기적같은 성장을 이룬 역사를 이해하도록 만든 공간이다. 두바이 경제의 주축이던 진주산업에 대한 전시가 흥미로웠다. 남자들이 코마개를 하고 잠수를 해서 진주를 건지고, 인구 대부분이 유목생활을 하던 시절이 불과 반 세기 전이었다. 사흘간 함께한 인도인 운전기사 압둘의 “1989년 두바이에 건설노동자로 왔을 때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사막이었다”는 말이 실감났다.

 
아랍 음식 먹으며 두바이 이해하기
두바이 전통가옥 60여채가 남아있는 바스타키아 역사지구. 갤러리와 박물관, 카페가 많다.

두바이 전통가옥 60여채가 남아있는 바스타키아 역사지구. 갤러리와 박물관, 카페가 많다.

두바이 박물관 옆 바스타키아(Bastakiya) 역사지구로 걸음을 옮겼다. 두바이에서 가장 오래된 가옥 60여 채가 있는 곳으로, 가옥 대부분이 박물관과 갤러리, 카페로 변신했다. 가이드 심지희씨가 “서울의 북촌 같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점심시간에 맞춰 SMCCU로 들어갔다. SMCCU란 ‘셰이크 무함마드 문화이해센터’의 약어다. 셰이크 무함마드는 두바이 통치자이자 UAE 총리 겸 부통령으로, 두바이의 기적을 일군 주인공이다. 그의 이름을 내건 SMCCU는 외국인 관광객이 아랍과 이슬람 문화를 친근하게 알아가도록 만든 공간이다.
두바이 통치자인 셰이크 무함마드 이름을 내건 SMCCU는 외국인 관광객이 아랍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거실에 둘러앉아 현지인과 함께 음식을 먹으며 아랍 문화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는 기회다.

두바이 통치자인 셰이크 무함마드 이름을 내건 SMCCU는 외국인 관광객이 아랍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거실에 둘러앉아 현지인과 함께 음식을 먹으며 아랍 문화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는 기회다.

가정집 거실처럼 아늑한 공간에 다국적 관광객 20여 명이 둘러 앉았다. 에미라티(UAE 주민)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 자유롭게 어울렸다. 아랍에서 손님을 환대할 때 내주는 커피와 대추야자 열매를 애피타이저로 먹고, 향신료를 넣고 찐밥에 닭·양고기를 얹은 전통음식 ‘마크부스’ 등을 먹었다. 관광객의 질문이 끊이지 않았는데 가정생활에 관한 난처한 질문이 많았다. “에미라티 남성 30%가 부인이 둘이다. 이슬람 율법에는 모든 부인에게 시간과 돈을 똑같이 쓰도록 하는데 이게 쉽지 않아 부인이 셋 이상인 남성은 드물다.” “연애와 결혼은 부모 주도로 이뤄지는 탓에 이혼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얼굴만 빼고 온몸을 검은색 천으로 두른 코린이 거리낌없이 질문에 답했다. 참고로 코린은 영국인인데 무슬림으로 개종한 뒤 아랍 남자와 결혼했단다.
바스타키아에 있는 커피 박물관. 전통 아랍커피부터 에티오피아 커피를 시음하고, 박물관장이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커피 기구를 볼 수 있다.

바스타키아에 있는 커피 박물관. 전통 아랍커피부터 에티오피아 커피를 시음하고, 박물관장이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커피 기구를 볼 수 있다.

바스타키아에는 무료 박물관도 많다. 커피박물관이 대표적이다. 칼리드 알 물라 박물관장이 세계 각지에서 수입한 커피 관련 기구가 빼곡하다. 카다몬 등 향신료가 들어간 아랍커피 뿐 아니라 커피의 본산인 에티오피아식 커피를 무료를 맛봤다. 인근 헤리티지하우스에서 중동 작가들의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작업실도 둘러봤다. 아부다비 루브르(2017년 개관), 구겐하임(2018년 개관 예정)처럼 세계가 주목하는 미술관은 아니지만 아랍 미술의 트렌드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바스타키아에서 미술 작업을 하는 미국인 화가 마이클 앤더슨. 그는 두바이 미술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며 기대감을 밝혔다.

바스타키아에서 미술 작업을 하는 미국인 화가 마이클 앤더슨. 그는 두바이 미술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며 기대감을 밝혔다.

두바이에는 SMCCU 외에도 정부 주도로 만든 식당이나 문화공간이 많다. 부유한 외국인이 많이 사는 주메이라 해변, 전망 좋은 곳에 자리잡은 세븐 샌즈(Seven sands) 레스토랑이 대표적이다. 식당 이름은 7개 토후국을 상징한다. 전통 아랍식 3코스 음식이 유명한데  모든 음식이 정갈하고 고급스럽다. 잡내가 전혀 없고 부드러운 양고기와 디저트로 나온 낙타우유 아이스크림이 일품이었다. 
두바이 정부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세븐 샌즈에서 맛본 전통 아랍음식 마크부스.

두바이 정부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세븐 샌즈에서 맛본 전통 아랍음식 마크부스.

세븐 샌즈 레스토랑에서 먹은 디저트. 밀크티와 찹쌀도너츠 같은 리가마트, 낙타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이 맛있었다.

세븐 샌즈 레스토랑에서 먹은 디저트. 밀크티와 찹쌀도너츠 같은 리가마트, 낙타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이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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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에도 없는 공연
부르즈 칼리파 전망대 '앳 더 탑'에서 굽어본 두바이 시내 야경. 웬만한 고층빌딩이 난쟁이처럼 보인다.

부르즈 칼리파 전망대 '앳 더 탑'에서 굽어본 두바이 시내 야경. 웬만한 고층빌딩이 난쟁이처럼 보인다.

이제는 상상을 초월하는 미래 도시를 만날 차례다. 세계 최고층(163층)이자 최고높이(828m)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와 축구장 60개 크기(50만㎡)인 세계 최대 쇼핑몰 두바이몰이 있는 다운타운을 가면 전혀 다른 나라에 온 듯하다.
부르즈 칼리파를 배경으로 기념사진만 찍고 돌아서도 되지만 인간의 경이로운 작품을 요목조목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1분 만에 124층 전망대 ‘앳 더 탑’에 오른다. 사람이 가장 북적거릴 때는 일몰시간이다. 중국인·인도인 단체관광객 틈에서 약 40분을 기다려야 엘리베이터를 타지만 전망대에 올라서면 보람을 느낀다.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두 배 높이 상공에서 굽어보는 도시의 모습이 장관이다.
고소공포증이 있거나 사람에 치이는 게 질색이라면 1층 야외공간에 머물러도 좋다. 부르즈 칼리파 앞 인공호수에서 매일 오후 6~11시 30분마다 분수쇼가 펼쳐진다. 아랍 민요부터 미국 팝송까지 다양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분수쇼가 펼쳐진다. 이 분수도 예외없이 ‘세계 최대’ 수식어가 붙는다. 분수대 길이만 270m가 넘고, 최대 150m까지 물이 솟구친다. 3~5분 공연을 위해 물 8만3000리터를 쓴단다. 
 부르즈 칼리파 인공호수에서 펼쳐지는 분수쇼를 보기 위해 여행객이 몰려들고 있다.

부르즈 칼리파 인공호수에서 펼쳐지는 분수쇼를 보기 위해 여행객이 몰려들고 있다.

 팰리스 다운타운 호텔에서 본 부르즈 칼리파 분수쇼. [사진 두바이관광청]

팰리스 다운타운 호텔에서 본 부르즈 칼리파 분수쇼. [사진 두바이관광청]

호숫가 난간에 기대 분수를 감상해도 좋지만 저녁을 먹으며 본다면 더 낭만적이다. TGI프라이데이, 쉑쉑버거 같은 대중 레스토랑은 야외 테이블 경쟁이 치열하다. 최고의 명당은 5성급 호텔인 팰리스 다운타운 호텔에 있는 타이 레스토랑 ‘팁타라(Thiptara)’다. 물론 가격은 만만치 않다. 코스 음식이 약 10만원이다.  
2017년 8월부터 시작한 두바이 최초의 상설 공연 라펄. 두바이를 상징하는 '진주'를 소재로 한 종합공연이다. [사진 라펄]

2017년 8월부터 시작한 두바이 최초의 상설 공연 라펄. 두바이를 상징하는 '진주'를 소재로 한 종합공연이다. [사진 라펄]

더 완성도 높은 공연을 보고 싶다면 2017년 8월 시작한 라펄(La perle) 쇼가 제격이다. 20세기 중반까지 두바이의 주산업이었던 진주(Pearl)를 소재로 한 종합공연이다. 우연히 진주를 발견한 남자가 여인과 사랑에 빠졌는데 이 진주 때문에 시련을 겪다가 다시 진주도 찾고 사랑도 되찾는 아주 단순한 내용이다. 
그러나 최첨단 무대와 배우들의 아찔한 연기가 뻔한 플롯을 상쇄한다. 세계 최초로 무대 한 가운데 설치한 수심 25m 원형 풀장에 배우들이 20~30m 높이에서 다이빙을 하는가 하면, 특수 설계된 무대에 90분 공연 동안 270만 리터의 물이 쏟아진다. 배우 65명은 서커스를 방불케 하는 묘기를 선보인다. 라펄쇼의 연출자는 아이다·라스베이거스 오쇼 등을 연출한 벨기에인 프랑코 드래곤이다. 드래곤은 공연 시작 당시 “뉴욕이나 라스베이거스를 찾는 여행객이 공연 한 편을 보는 것처럼 이제 두바이를 찾는 사람은 라펄쇼를 반드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대 중앙에는 수심 25m에 달하는 원형 풀장이 있다. 배우들이 이 풀장에 뛰어들고, 무대 천장에서는 수시로 폭포 같은 비가 쏟아진다. 이처럼 설계된 무대는 브로드웨이는 물론 라스베이거스에서도 등장한 적 없다. [사진 라펄]

무대 중앙에는 수심 25m에 달하는 원형 풀장이 있다. 배우들이 이 풀장에 뛰어들고, 무대 천장에서는 수시로 폭포 같은 비가 쏟아진다. 이처럼 설계된 무대는 브로드웨이는 물론 라스베이거스에서도 등장한 적 없다. [사진 라펄]

라펄쇼가 두바이 여행의 필수코스가 돼야 한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이 공연 한 편이 두바이에서 경험한 가장 강렬한 기억 중 하나인 것만은 사실이다. 세계 각지에는 부르즈칼리파보다 조금 낮은 고층빌딩도 있고, 대형 쇼핑몰도 많지만 이런 기상천외한 공연은 없으니까.
 
◇여행정보=두바이는 한국보다 5시간 느리다. 화폐는 디르함을 쓴다. 1디르함은 약 300원. 2018년 들어 모든 소비액에 부가세 5%가 붙기 시작했다. 면세 쇼핑의 시대가 끝났다는 말이다. 에미레이트항공과 대한항공이 인천~두바이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emirates.com)을 이용하면 두바이에서 더 알찬 일정을 만들 수 있다. 한국에서 오후 11시30분 출발, 오전 5시에 도착하며, 두바이에서는 오전 3시30분 출발, 오후 4시50분 인천에 도착한다. SMCCU(cultures.ae) 점심은 130디르함, 세븐샌즈 레스토랑(sevensandsrestaurant.com) 3코스 음식 2인분은 294디르함이다. 부르즈 칼리파 전망대 입장권은 시간대에 따라 어른 130~215디르함이다. 라펄 쇼(laperle.com)는 가장 저렴한 좌석이 420디르함이다. 자세한 정보는 두바이관광청 홈페이지(visitdubai.com/ko)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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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UAE)=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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