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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견이 행복해야 장애인도 안전해요" 홍아름 안내견 훈련사

길게 뻗은 네 다리와 살랑살랑 흔드는 꼬리. 
지나가던 사람도 뒤돌아볼 정도로 '잘생긴' 저는 올해 2살 된 수컷 래브라도 리트리버 견(犬) '조이'입니다.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삼성화재안내견학교의 6개월 차 훈련견이죠. 이 학교를 졸업하면 나는 시각장애인의 눈을 대신하는 어엿한 안내견이 됩니다.
 
담임선생님은 홍아름(35·여) 훈련사입니다. 개띠(1982년생)로 전체 학교 선생님(훈련사 6명) 중 유일한 여자 선생님이세요. 큰 개를 가르치는 여성 훈련사는 우리나라 안에선 손에 꼽기도 어려울 만큼 드물데요  
선생님은 2002년 우리 학교에 입사했어요. 처음엔 엄마 개와 아빠 개를 교배시켜 태어난 개를 돌보는 견사·번식 업무를 담당했어요.  
삼성화재안내견학교의 홍일점 훈련사인 홍아름 훈련사가 자신이 교육하는 안내견 후보생 조이와 포즈를 취했다. [사진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삼성화재안내견학교의 홍일점 훈련사인 홍아름 훈련사가 자신이 교육하는 안내견 후보생 조이와 포즈를 취했다. [사진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우리 안내견들은 시각장애인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만큼 혈통 등을 따져 엄선된 엄마, 아빠 사이에서 태어나요.  
우리 이름을 선생님들이 짓기도 한데요. 엄마가 같은 강아지들은 '강희', '가희' 같이 자음을 돌림자를 써요. '축복' '희망' 등 이름은 되도록 밝고 희망찬 의미를 가지거나 예쁜 이름으로 짓는데요. 안내견들이 이름처럼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 그렇다고 해요. 그래서 좋은 이름은 돌려쓰기도 한데요.  
 
사실 최초의 안내견은 셰퍼드였데요. 하지만 강인한 기질과 무서워 보이는 외모 탓에 군견이나 경찰견으로 많이 쓰이면서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골든 리트리버종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어요.
리트리버종이 지능이 높고 순하고 사람도 잘 따르는 데다 시각장애인이 위험한 곳으로 가면 못 가도록 끌어당길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세거든요. 
그래서 현재는 안내견의 대부분이 리트리버종, 그중에서도 저 같은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90%를 차지한다네요.
안내견 후보생 조이와 훈련을 하는 홍아름 훈련사. [사진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안내견 후보생 조이와 훈련을 하는 홍아름 훈련사. [사진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우리 선생님이 안내견 훈련사가 된 건 2011년이에요. "얼떨결에, 운이 좋아서 됐다"고 그러시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선생님은 온종일 우리를 돌보고도 집에서도 반려견(치와와)을 키울 정도로 동물을 좋아하시거든요.  
이런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 먼저 "안내견 훈련사를 해보라"고 권했데요.  
 
제가 선생님을 만나기까진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어요. 우리는 태어난 지 5주가 되면 사람들이 출생신고를 하는 것처럼 증명사진을 찍어서 장애인보조견 등록을 해요. 
생후 7개월 땐 퍼피워킹(Puppy Walking)을 가죠. 퍼피워커라고 불리는 자원봉사자의 집에서 '앉아', '엎드려' 같은 복종훈련부터 식사와 배변 같은 기본적인 훈련을 받아요.  
이렇게 1년 정도 바깥 생활해야 안내견학교에 입학해요. 개 나이로 2살쯤 되면 사람 나이로 20살 정도거든요. 
 
선생님은 현재 저까지 6마리의 예비 안내견을 가르쳐요. 2년 5개월 된 새암(암컷), 1년 10개월 된 하라(암컷), 1년 9개월 된 하모니(암컷), 1년 4개월 된 헤라(암컷), 1년 3개월 된 케이(수컷)가 저와 한 반에서 공부하죠. 
삼성화재안내견학교의 안내견 후보생 조이가 홍아름 훈련사와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삼성화재안내견학교의 안내견 후보생 조이가 홍아름 훈련사와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화재안내견학교]

하지만 수업 내용은 각각 달라요. 훈련을 받은 개월 수에 따라 교육 내용이 달라져요. 한 반에 1학년부터 6학년이 같이 수업을 받는 셈이죠. 
 
학생이 여러 명이다 보니 서로 선생님께 잘 보이려고 노력해요. "앉아" "가만히 있어" 등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것은 기본이죠. 다가가 몸을 비비는 등 애교를 부려요. 다른 친구가 선생님께 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질투해서 그 사이를 끼어들기도 하지요. 
그럴 때면 선생님은 웃으면서 우리를 모두 한 명씩 쓰다듬어 주세요. 말을 잘 들으면 "잘했어" "최고"라고 칭찬도 해주고 간식도 주세요. 
선생님은 "개가 짖거나 사람을 물려고 하는 등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은 뭔가 불만이 있다는 것"이래요. "무조건 어르고 야단을 치기보단 나쁜 행동은 무시하고 얌전해지거나 착한 행동을 하면 '잘했다'고 칭찬하고 포상(간식)을 주면 개들도 '이런 행동을 하면 주인이 좋아한다'는 것을 안다"고 조언하셨어요.
 
열심히 수업을 받지만 그렇다고 훈련견들이 전부 안내견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우리도 학생들처럼 중간고사(훈련 1개월 차), 기말고사(훈련 3개월 차), 배치고사(훈련 6개월 차)를 봐요. 6~8개월의 교육 기간 동안 이 3번의 시험에서 통과해야 정식으로 안내견이 되는 거죠.
합격률은 높지 않아요. 훈련견 중 겨우 30%만 진짜 안내견이 되거든요. 
선생님이 지금까지 가르친 훈련생도 총 62마리인데 이 중 20마리만 실제로 안내견이 됐데요.
 
삼성화재안내견학교의 홍일점 훈련사인 홍아름 훈련사와 홍씨가 교육하는 안내견 후보생 조이. [사진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삼성화재안내견학교의 홍일점 훈련사인 홍아름 훈련사와 홍씨가 교육하는 안내견 후보생 조이. [사진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선생님은 시험 때뿐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우리를 유심히 살펴봐요. 우리가 안내견에 적합한지 파악하기 위해서죠. 개들도 소심하거나 활달하고, 굼뜨고 천방지축 등 성격이 모두 다르거든요. 
특히 훈련을 받을 때 우리가 행복해하는지를 주로 본데요.
"안내견이 시각장애인을 돌보는 것을 보고 '개가 인간을 위해 희생한다'고 바라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의 입장에선 주인과 산책을 하는 것이다. 안내견이 자기 일을 즐거워하고 행복해할 때 시각장애인의 안전도 가능하다"는 게 선생님의 말씀이에요.
 
그래서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는 친구가 나와도 선생님은 슬프지 않데요. 떨어진 친구들은 일반 가정에 반려견으로 분양되거든요.
"처음엔 아주 아쉬웠는데 적성에 맞지 않는 안내견을 하는 것보단 일반 가정에서 사랑을 받고 자라는 것이 이 친구들에겐 더 좋은 일"이라고요  
 
모든 시험에 통과해 졸업할 시기가 다가오면 안내견 분양을 원하는 시각장애인과 만나게 됩니다. 학교와 새로운 주인님의 집에서 4주 정도를 함께 지내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지리 등도 익히죠. 
삼성화재안내견학교의 홍일점 훈련사인 홍아름 훈련사가 자신이 교육하는 안내견 후보생 조이와 포즈를 취했다. [사진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삼성화재안내견학교의 홍일점 훈련사인 홍아름 훈련사가 자신이 교육하는 안내견 후보생 조이와 포즈를 취했다. [사진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이후 10년 정도를 안내견으로 활동하다가 우리는 은퇴합니다. 리트리버종의 평균 수명이 13년 정도니 고령이 나이에 편하게 쉬도록 배려하는 것이죠. 은퇴한 안내견은 퍼피워킹했던 곳으로 돌아가거나 입양을 원하는 새로운 주인을 만나요.  
 
1994년부터 지금까지 우리 학교에서 배출된 안내견만 202마리. 선생님은 졸업한 안내견들을 모두 기억하신대요. 학교로 놀러 온 은퇴 안내견들을 보면 "OO야. 오랜만이다"라고 먼저 인사를 건네실 정도예요. 
선생님은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만나면 개가 예쁘다고 쓰다듬고, 먹을 것을 주거나, 부르면 안 된다"고 얘기해요.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눈인데 방해가 될 수 있거든요. "그냥 조용히, 눈으로 지켜봐 주고 마음으로 귀여워 해주시는 것이 안내견을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했어요.
대신 버스정류장이나 횡단보도에서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을 만나면 정차하는 버스번호나 신호등이 바뀌는 것은 알려줘도 된대요. 우리가 아무리 똑똑해도 버스 번호를 읽지도 못하거든요.  
 
2018년은 무술년(戊戌年) 황금 개띠 해에요. 개띠인 선생님의 올해 소망은 뭘까요?
"나와 훈련하는 친구들이 즐겁게 훈련을 받고 모두 좋은 주인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용인=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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