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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사람 살린 청소부

안혜리 논설위원

안혜리 논설위원

“이 소년을 잘 보세요. 당신 덕분에 살아 있는 겁니다. 감사합니다.”
 
화상 전문의 아이베지언이 전신 3도 화상으로 당초 생존이 불가능하다던 아홉 살 환자 존의 회진 중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불러 세운 사람은 따로 있었다. 의료진도, 부모도, 그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유명인사도 아니었다. 그 병실을 매일매일 치우는 병원 청소부 라벨이었다.
 
아니, 청소부라니. 전문 지식과 의학적 경험을 토대로 어린 생명을 살리려 헌신한 의료진만도 몇 명인데 고작 월급 받고 병실 청소하는 사람에게 이토록 과분한 칭찬이라니. 어린 존은 의아했지만 세계적 강연가로 살아남은 존 오라일리(40)는 이제 그 의미를 안다.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으로 행하는 사소한 일의 위대함 말이다.
 
청소부가 생명을 살렸다는 의사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존처럼 치명적인 화상을 입지 않았더라도 화상병동 입원 환자의 가장 큰 사망 원인은 감염이다. 만약 청소부가 일상적으로 처리하는 하찮고 따분한 업무라며 병실 청소를 설렁설렁 대충했다면 어땠을까. 의료진이 제아무리 잘해도 오염된 환경에서 존을 살려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청소부가 묵묵히 맡은 바 자기 일을 제대로 해냈기에 관련된 모든 이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모든 일이 알고 보면 이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일을 성실하게 하는 평범한 사람들 덕분에 돌아간다. 역설적으로 지난해 우리 사회를 뒤흔든 이대목동병원의 미숙아 집단 사망 사건과 제천 복합상가 화재 참사, 시내버스를 덮친 대형 크레인 사고가 이를 잘 보여준다. 아직 정확한 경위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특정한 어느 한 사람의 큰 잘못이라기보다 적지 않은 인물들이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 사소한 일을 소홀히 한 게 모여 발생한 비극인 것만은 분명하다. 내가 해야 할 일, 지켜야 할 원칙을 소홀히 한 탓에 온 사회가 위험에 빠진 셈이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모두들 관전자 입장에서 시스템 부재와 실종된 시민의식을 탓한다. 하지만 당장 내가 불편한 일 앞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새해 해돋이를 보겠다며 경포119안전센터 차고 앞을 막고 주차한 사람들처럼 말이다. 무슨 일이 벌어진 후에야 남 탓하며 혀를 찰 게 아니다. 나부터 제 몫 하기, 그리고 평소 묵묵히 자기 일 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인정해 주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우선이다. 
 
안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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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