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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사장 말에도 토달 수 있는 회사 … ‘소통 지능’이 미래 경쟁력

김태호 풀러스 대표가 회사 어디에서든 직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즐긴다. 오종택 기자

김태호 풀러스 대표가 회사 어디에서든 직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즐긴다. 오종택 기자

“이안! 지금도 충분한데 이걸 꼭 해야겠어요?”
지난달 카풀업체인 스타트업 '풀러스'의 회의 시간. 기술개발팀에 속한 20대의 한 엔지니어는 이 회사 김태호(45) 대표를 '대표님' 혹은 '사장님'이란 호칭 대신 '이안'이라 불렀다. '이안'은 회사에서 통용되는 김 대표의 닉네임이다.
 
풀러스는 사업 시작 1년여 만에 회원 70만명을 확보한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10월 신생기업을 대상으로 한 초기 투자(시리즈A)에서 국내 최대 금액인 220억원을 유치했다. 풀러스에선 서로를 부를 때 ‘이 과장’처럼 직급을 쓰지 않는다. 모든 임직원에게 닉네임이 있다. 서로 간에, 혹은 제3자를 지칭할 때 닉네임만 부른다.  
 
이날 회의에서 김 대표는 풀러스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자고 '제안' 했다. 20대 엔지니어는 물론 다른 엔지니어들까지 기술적 제약을 조목조목 들며 김 대표의 제안을 반박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주장을 고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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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자기 제안에 반대하는 엔지니어들을 일대일로 만나 자기 구상을 설득했다. "이걸 꼭 해야 하느냐"며 반발했던 20대 엔지니어도 며칠 후 김 대표를 찾아와 “이안! 다시 생각해보니 해볼 만하겠는 걸요”하며 공감을 표시했다. 풀러스에선 임직원들 간의 관계가 수직적이지 않다. 상사의 일방적 지시, 부하 직원들의 복종 같은 것은 없다. 이곳의 커뮤니케이션은 수평적이다. 
카풀 전문 앱을 운영하는 풀러스에선 직책 대신 닉네임을 쓴다. 직원들은 김태호 대표를 그저 '이안'이라고 부를 뿐이다. 오종택 기자

카풀 전문 앱을 운영하는 풀러스에선 직책 대신 닉네임을 쓴다. 직원들은 김태호 대표를 그저 '이안'이라고 부를 뿐이다. 오종택 기자

“위계적인 서열은 원활한 대화를 가로막고 '꼰대 문화'를 키운다고 생각해요.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죠.” 김 대표는 풀러스의 조직 문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풀러스에선 의사결정 권한에만 차이가 있을 뿐, 모두가 동등하게 말할 권리가 있다. 수평적 의사소통이 협업과 창의성을 키운다”고 말했다.
 
풀러스가 현재 위치에 온 비결을 김 대표는 ‘소통’으로 꼽았다. 그는 “제아무리 좋은 뜻도 상대방이 수긍하지 못하면 역량을 100% 끌어내지 못한다. 동의를 끌어내지 못하는 지시는 일방적이고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풀러스 사옥에는 김 대표의 사무실이 별도로 없다. 김 대표는 일반 직원들과 똑같이 책상 하나만을 쓴다. 김 대표는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이 나온다. 대표가 자기 방에 있으면서 직원들과 긴밀히 소통하지 않는 조직은 미래를 헤쳐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풀러스에서 직원을 뽑을 때는 자기만의 독창적 생각을 갖는 있는지, 이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타인과 어울릴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글 선호 인재 0순위, 함께 일하기 즐거운 사람 
 
직원 채용에서 소통능력과 협업을 강조하는 것은 글로벌 기업에서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매해 전 세계에서 300만명이 입사지원을 한다는 구글도 인재 채용의 첫 번째 원칙이 ‘협업’이다. 10년간 구글의 인사 책임을 맡은 라즐로 복은 지난해 낸 『일하는 원칙』이란 책에서 “영리하고 스펙만 뛰어난 사람보단 함께 일하기 즐거운 ‘지적 겸손’을 갖춘 지원자를 원한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4차 산업혁명,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소프트웨어로 가시화 되는 '미래 사회'에선 정치·경제·사회·문화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인류가 그간 경험하지 못한 변화를 직면케 하고 있다. 미래 사회에선 현대 산업사회와는 다른 새로운 능력들이 요구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이 공통된 전망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AI의 특이점을 실현하기 위해 2016년 발표하려던 은퇴 계획도 철회했다. 이후 공격적으로 AI 등 미래사업에 투자를 시작했다. [중앙포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AI의 특이점을 실현하기 위해 2016년 발표하려던 은퇴 계획도 철회했다. 이후 공격적으로 AI 등 미래사업에 투자를 시작했다. [중앙포토]

 
AI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상태를 일컫는 이른바 ‘특이점(singularity)'이 조만간 도래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30년 안에 ‘특이점’이 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의 보고서에선 ‘2033년까지 현재 일자리의 46%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의 한국직업능력개발원도 2027년엔 국내 일자리의 52%가 AI로 대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연구(2017년)에 따르면 지금 사람이 행하는 능력의 상당 부분은 미래엔 쓸모없게 된다. 2030년엔 국내 398개 직업이 요구하는 역량 중 84.7%는 AI가 인간보다 낫거나 같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영역도 예외는 아니어서 의사는 현재 역량의 70%, 교수는 59.3%, 변호사는 48.1%가 AI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I가 사람 일자리의 상당수를 대체하게 되는 미래에 인간은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까. 중앙일보는 현대차정몽구재단과 함께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 100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에게  미래사회의 인재가 갖춰야 할 역량은 무엇일지 물었다. 이들이 주로 지목한 핵심역량은 창의력(29명)과 인성(28명), 융복합능력(26명), 협업역량(26명), 커뮤니케이션능력(18명)이었다(복수 응답 포함). 유연성과 컴퓨팅(각각 9명), 공감능력과 감수성(각각 7명) 등도 중요한 역량으로 꼽혔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강민구 법원도서관장은 “지식과 정보는 이제 스마트기기를 통해 누구나 실시간으로 끄집어낼 수 있다. 기초 지식을 연결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창의성이 앞으로 요구되는 핵심 능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상기 건국대 총장도 “미래 인재는 AI가 할 수 없는 영역에 도전하고 거기에 필요한 역량을 갖춰야 한다, 그 핵심은 직관을 통해 세상에 없던 걸 만들어내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데니스 홍 미국 UCLA 기계공학과 교수는  미래역량으로 인성을 강조했다. 홍 교수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수록 어떻게 인간과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야 한다. 기술을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선 엔지니어가 바른 가치관을 가져야 하고 이를 담는 그릇이 인성”이라고 말했다.  
 
4차 혁명시대에는 상호 연결이 심화해 융복합능력과 협업이 중요해질 거라는 전망도 많았다. 김헌수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장은 “미래는 기술로 모든 삶이 연결된다. 다양한 분야를 접목해 문제를 해결하고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인재가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선 유연하고 협동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도 유능한 조직원의 첫 번째 조건으로 ‘협업’을 꼽았다. 송 부사장은 “지금까진 사회적 관계가 몇백 명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전 세계인과 관계를 맺는 시대”라며 “다른 사람, 심지어 AI와도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핵심 능력의 공통 키워드는 ‘연결 지능’이다. 스티브 잡스의 '창의적인 것은 연결에서 나온다(Creativity is just connecting things)'는 말처럼 창의성은 협업과 네트워크를 통해 발현된다. 김주환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장은 “다양한 분야를 융합해 새로운 걸 만들어내고, 협업을 가능케 하는 역량들은 ‘연결’하는 능력이 밑바탕”이라고 말했다. 소통과 협업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창의성의 원천이 된다는 의미다.
 
윤석만·이태윤 기자 sam@joongang.co.kr 
 
인공지능 시대 이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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