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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sible 한반도] 김정은 신년사에 누가 '평창'을 넣었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도박’을 걸어왔다. 한손에는 핵단추, 다른 손에는 평창을 들고 한국과 미국을 향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환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두고 보자’로 응수했다. 예상하지 못한 김정은의 제안에 다소 놀란 듯한 반응이다. 
 
지난해까지 핵·미사일 도발로 한반도를 긴장시킨 그가 돌연 대화 공세로 나와 당황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난 연말에 대화 공세를 대부분 예상하기도 했다. 이유는 지난해 11월 29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한 이후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면 그다음 수순은 대화 공세였기 때문이다.핵무력 완성 상태에서 몸값이 더 올라간다는 계산이었다. 김정은은 대화 제의를 미국이 아닌 한국에 왜 먼저 했을까?  
2014년 10월 4일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앞서 깜짝 특사로 인천을 방문한 북한 최용해 노동당 비서겸 국가체육지도위원장(오른쪽)이 정홍원 당시 총리(왼쪽)와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4년 10월 4일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앞서 깜짝 특사로 인천을 방문한 북한 최용해 노동당 비서겸 국가체육지도위원장(오른쪽)이 정홍원 당시 총리(왼쪽)와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정은은 치킨 게임을 하자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자는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대화 제의를 하더라도 어차피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북관계 개선으로 북·미 관계를 돌파하자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이 김정은 신년사에 누가 ‘평창’을 넣었을까다. 그동안 김정은 신년사에서 대내 문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더라도 남북문제는 총론적으로 제시했다. 지난해를 보더라도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북과 남 사이의 첨예한 군사충돌과 전쟁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식이다.  
 

하지만 올해 김정은 신년사는 조금 달랐다. 총론보다 각론적으로 접근했다. 우선 겨울철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운을 띄운 뒤 대표단 파견과 이를 위한 당국 회담을 제시했다. 그리고 김정은은 “지금은 서로 등을 돌려대고 자기 입장이나 밝힐 때가 아니며 북과 남이 마주 앉아 북남 관계 개선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그 출로를 과감하게 열어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주변에 이런 생각을 제안할 수 있는 사람은 최용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다. 김영철 대남비서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의 주범으로 대화 국면에 나설 수 없는 입장이다. 김영철이 나서면 한국 정부가 그를 받기가 어렵다. 대북 소식통은 “최용해의 지원으로 통일전선부 내부의 김양건 전 대남비서 라인이 김정은에게 보고한 것이 신년사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최근 김영철이 데리고 온 군인들이 대부분 통일전선부에서 빠졌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김양건 라인은 원동연-맹경일-강용철 등이다.  
원동연 전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

원동연 전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

 

원동연은 30년 넘게 대남관계를 맡았던 베테랑으로 건강상의 이유로 활동을 제대로 못 하지만 조언 정도는 할 수 있다.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은 원동연을 대신해 남북 관계를 20년 넘게 맡았다. 강용철 통일전선부 서기실장(비서실장)도 마찬가지다. 강 실장은 김양건에 이어 김영철 때도 서기실장을 맡고 있다. 남북관계를 오랫동안 맡았던 이들이 신년사에 참여했거나 최용해를 지원한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의 신년사에 ‘평창’이 들어간 것은 베테랑이 아니면 생각하기 힘든 내용이다. 한국 정부가 받을 수 있게 정교하게 내용을 다듬었다. 김정은 신년사는 북한의 올해 정책으로 북한 내부에서 누구도 거역할 수 없다. 한국은 이를 북·미 대화의 촉매제로 활용해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이 기회를 과감하게 살릴 필요가 있다.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는 차원에서 실무자 회담을 먼저 제안해 기회를 놓치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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