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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트] 중국, 새해에도 사드 보복? 안타깝지만 계속된다

새해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보복이 끝날까? 우리 모두의 관심사다. 안보주권을 훼손했다는 비난까지 들으며 중국에 ‘3불(三不)’ 입장을 표명했고, 지난달엔 문재인 대통령이 홀대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다녀왔으니 이젠 중국이 사드 보복을 거둬들이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가져봄직도 하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의 바람과 같지 않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계속될 전망이다. 왜 그런가.
 
중국의 사드 보복이 해가 바뀌어도 계속될 것임은 문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지 불과 사흘 만에 드러났다. 중국 베이징 여유국(旅游局, 관광국)이 지난달 19일 하이타오(海濤) 여행사가 신청한 한국행 단체관광 승인을 거부한 게 좋은 예다. 처음엔 영문을 몰랐다. 하이타오는 중국 당국이 지난해 11월 28일 베이징과 산둥성 등 두 곳에 한해 한국행 단체관광 제한을 풀었을 때 가장 빨리 32명의 중국인 관광객을 모집해 한국으로의 얼음을 깨는 여행 즉 ‘파빙지려(破冰之旅)’를 성사시킨 업체다.
 
차이나 인사이트

차이나 인사이트

그랬던 이 업체를 비롯해 몇 여행사의 비자 승인 신청이 잇따라 거부되자 모두 의아해했다. 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양국 관계 개선의 의지를 다지는 정상회담을 한지 닷새 만에 한국행 하늘길이 막힐 줄 누가 꿈이나 꿨겠는가.
 
갖가지 억측이 쏟아졌다. 한국행 관광열기가 갑작스레 뜨거워지는 걸 막기 위한 속도 조절, 일부 여행사에 대한 군기 잡기, 심지어 한국언론 보도에 대한 중국 당국의 불편한 심기 노출 등 다양한 추측이 나왔다. 오보란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산둥성이 “이유는 없다”면서도 한때 올해부터 한국 단체관광 금지 지시를 내렸던 게 확인되며 중국의 한국 여행 제한 조치가 사실로 판명됐다. 문제가 불거지자 다시 풀긴 했지만 말이다. 어떻게 된 일인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사드 보복이 풀릴 것”이라던 정부의 발표는 거짓이었나.
 
답은 중국 관료문화의 ‘촤이모상이(揣摩上意)’에 있다. 이는 "상부의 뜻을 깊이 헤아려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는 뜻이다.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 소진(蘇秦)이 처음 제기한 것으로 이후 2000여 년 넘게 중국 행정관료의 뿌리 깊은 관습이 됐다.
 
이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미묘한 안건과 관련된 정책을 하달할 때는 문서를 사용하지 않는다. 구두로 알리거나 언론 등을 통해 넌지시 당의 뜻을 전한다. 그러면 각 하부 기관은 상부의 의중을 스스로 헤아려 자체적인 행동 방침을 정한다.
 
하이타오 여행사는 비자 승인을 거부당하면서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 그럼에도 하이타오를 비롯한 중국 여행사 모두는 이유를 짐작한다. ‘한국행 단체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모집하는 게 현재 중국 당국의 심사에 맞지 않는 일’이란 것을 말이다.
 
이들은 ‘아직은 한·중 관계에 봄이 오지 않았다’고 판단할 것이다. 이는 비단 여행업계에만 한정된 일이 아니다. 한국과의 일을 추진하는 모든 중국 기관과 업체는 스스로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다. 이렇게 중국의 사드 보복은 계속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뭐가 잘못됐나. 3불 합의는 왜 했고, 문 대통령은 중국에 왜 갔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원인은 지난해 10월 31일 합의한 3불에 대해 양국이 서로 다른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3불의 세 가지 내용은 사드 포대를 추가로 배치하지 않고,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 체계에 들어가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맺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두 미래의 내용이다.
 
문제는 3불 앞에 적힌 중국이 ‘한 가지 제한’이라고 말하는 ‘1한(一限)’이다. 이는 ‘양국이 군사 당국간 채널을 통해 중국측이 우려하는 사드 문제에 대해 소통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3불 합의로 ‘사드 문제는 봉인됐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 관계자는 "청와대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중국은 ‘봉인’한 게 아니라 ‘단계적 처리’에 합의했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그 첫 단계가 1한이라는 이야기다. 중국이 사드에 대해 갖는 우려를 한국이 해소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양국 군사 당국간 협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중국은 주장한다. 지난해 11월 22일 문 대통령 방중 조율을 위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방중했을 때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를 요구했고, 강 장관은 우리 국방부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며칠 뒤 중국이 ‘성주 사드 기지에 대한 현지 조사’와 ‘사드 레이더의 중국 방향에 차단벽 설치’를 요구한다는 말이 우리 언론을 통해 흘러 나오자 우리 국방부는 중국과 논의하는 게 없다고 해명했다.
 
결국 문제는 우리는 3불 합의로 사드 갈등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것인데 중국은 이제 사드 문제를 풀기 위한 첫 단계에 들어갔다고 보는 인식상의 차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계속 우리에게 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느냐고 따지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말미에 "한국이 사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적절하게 처리하는 것에 따라 사드 보복의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로선 난감한 일이다. 1한과 관련해 중국의 요구를 들어주는 건 우리의 안보주권 훼손은 물론 미국의 안보주권까지 침해하게 되는 일이니 말이다. 미군이 운용하는 전략 자산을 어떻게 중국 말대로 해주나. 애초에 3불 합의가 잘못된 결과다.
 
중국은 사실 한국이 할 수 없는 일을 알면서도 요구하고 있다. 결국 중국은 사드 처리와 관련해 한국이 성의를 보이라고 계속 밀어붙이며 이것저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한국의 노력에 따라 사드 보복의 고삐를 조였다 풀었다 할 것이다.
 
수교 이후 우리 정부와 중국의 관계를 볼 때 하나의 패턴이 있다. 우리는 새 정부 출범 때마다 중국에 기대가 컸다. 특히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다. 따라서 처음엔 중국에 많은 공을 들인다. 그러나 이내 중국의 미적지근한 행동에 실망하고 관계가 틀어지곤 했다.
 
문재인 정부도 전철을 밟을 공산이 크다. 중국을 ‘높은 봉우리’라 칭하고 우리를 ‘작은 나라’로 낮추는 수사(修辭) 정도로 넘어갈 중국이 아니다. 중국의 실체를 직시하고 우리의 앞길을 고민할 때다. 이제라도 국격(國格)과 국익을 앞세운 외교가 절실하다. 우리 기업이나 개인은 달걀을 중국이라는 바구니 하나에 담는 우(愚)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촤이모상이=유희문 한양대 교수의 지난해 10월 24일자 ‘사드 파고 넘으려면 중국 관료의 촤이모상이 알아야’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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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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