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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내셔널]"내 일은 내가 만든다"… 전주 '청년상상놀이터'

지난해 12월 27일 전주시가 청년들의 창업 및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청년상상놀이터'에서 이곳에 입주한 청년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해 12월 27일 전주시가 청년들의 창업 및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청년상상놀이터'에서 이곳에 입주한 청년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청년들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직업을 찾거나 창업을 돕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요."  
지난달 27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시 남노송동 '청년상상놀이터'. 핑크색 건물 3층 사무실에서 만난 예비 창업가 유민수(27)씨의 말이다. '청년상상놀이터'는 전주시가 청년들의 창업 및 취업을 지원하는 곳이다. 한 해 1000만 명이 찾는 전주 한옥마을에서 걸어서 3분 거리의 도로변에 있다. 
 

김봉정 전주시 창업청년지원과장은 "청년들이 자신만의 아이디어와 콘텐트로 창업하고, 성공 창업이 다시 청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핵심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건물 3층에 있는 '공동 창직·창업지원실(이하 공동 창업지원실)'은 지난 2016년 12월 먼저 문을 열었다. 건물 1, 2층까지 '청년상상놀이터' 전용 공간으로 구축한 건 지난해 12월 19일이다.
 

전주시가 만든 '청년상상놀이터'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전주시가 만든 '청년상상놀이터'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다음달 전주대 법학과를 졸업하는 유씨는 공동 창업지원실에서 사회적기업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공동 창업지원실에는 유씨를 포함해 창업을 준비하거나 이미 창업한 20~30대 남녀 12명이 입주해 있다. 법학도인 유씨는 대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경찰을 꿈꿨다고 한다. 하지만 의경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인생 항로를 바꿨다.  
 

유씨는 "그동안 히말라야도 오르고 해외봉사도 다녀왔다. 포장마차 장사도 해봤다. 또래 청년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취업보다 청년들의 진로 탐색을 돕는 회사를 창업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유씨가 공동 창업지원실에 들어간 첫째 이유는 창업 초기 자본금을 아낄 수 있어서다. 그는 "집안 사정이 넉넉지 않아 당장 사무실 빌릴 돈도 없다"며 "공동 창업지원실에서는 사무공간뿐 아니라 컴퓨터와 프린터, 책상, 냉·난방기, 정수기 등 각종 기기와 시설을 나눠 쓰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사업자 등록을 할 때 공동 창업지원실 주소를 쓸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27일 '청년상상놀이터' 3층 공동 창업지원실에서 창업을 준비 중인 한 여성이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해 12월 27일 '청년상상놀이터' 3층 공동 창업지원실에서 창업을 준비 중인 한 여성이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공동 창업지원실에 입주한 청년들은 사진작가부터 웹툰 작가·그래픽디자이너·문화기획자까지 분야가 다양하다. 이들은 웹툰으로 엽서를 만드는 사업, 드론을 고치는 사업, 플래시몹(불특정 다수인이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모여 주어진 행동을 하고 곧바로 흩어지는 것)을 이용한 마케팅 사업, VR(가상현실) 고글을 종이로 만드는 사업, 전주 전통 문양으로 타투(문신)를 새기는 사업 등을 준비하거나 이미 하고 있다.  
 

전공이 제각각인 청년들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 웹디자이너가 행사 기획자의 블로그 제작을 도우면 기획자는 웹디자이너를 자신이 따온 프로젝트의 팀원으로 참여시켜 수입을 나누는 식이다. 대부분 창업 초기여서 완성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각자의 상품과 서비스를 '원플러스원(1+1)'처럼 엮어 시너지를 내기도 한다. 플래시몹을 기획할 때 드론을 띄워 항공 촬영을 하는 게 대표적이다.  
 

'청년상상놀이터' 3층 공동 창업지원실에 입주한 유민수(26)씨가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청년상상놀이터' 3층 공동 창업지원실에 입주한 유민수(26)씨가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공동 창업지원실은 주로 낮보다는 밤에 청년들로 북적인다고 한다. 직장에 다니면서 창업을 준비하거나 외부에 매장이 있는 청년들이 많아서다. 성격이 활달하고 붙임성 좋은 유민수씨와 함께 '맏형' 격인 강선구(36)씨는 공동 창업지원실의 '반장'으로 불린다. 사무실에서 청소를 제일 많이 하고, 라면 등 간식거리를 자주 챙겨서다.  
 
강씨는 이미 2011년부터 전주 한옥마을에서 '청년마을'이란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도시기획을 하는 회사다. 그동안 한복 모델 선발 대회와 한복 패션쇼 등을 기획해 온 강씨는 앞서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사비 2억원을 들여 전주 한옥마을 한복판에 495㎡(150평) 규모의 땅을 빌려 지역의 청년 예술가와 창업가들에게 공간을 내주고 이들의 물건을 파는 프리마켓을 열어 주목을 받았다.  
 

'청년상상놀이터' 3층 공동 창업지원실에서 강선구(35·사진 오른쪽)씨 등이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청년상상놀이터' 3층 공동 창업지원실에서 강선구(35·사진 오른쪽)씨 등이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청년상상놀이터'의 원조 격이다. 전주의  '핫플레이스'인 한옥마을과 청년 창업을 결합한 강씨의 아이디어를 전주시가 받아들여 '청년상상놀이터'가 탄생했다. '청년상상놀이터' 1층은 소통과 만남의 장소로서 청년 창업가들을 위해 24시간 개방한다. 2층은 소모임 및 회의를 할 수 있는 방 3개로 구성돼 있다. 
 
전주시는 특히 1층에 요식업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셰프들을 위한 '공유주방'을 꾸밀 예정이다. 예비 셰프들에게 음식을 개발하고 요리할 수 있는 주방과 조리 도구 등을 제공하는 곳이다. '공유주방'에선 예비 셰프들이 만든 음식도 판다. 김지은 전주시 창업청년지원과 주무관은 "요식업 창업은 많지만 사전에 마케팅 조사 없이 이뤄지다 보니 폐업률이 높다"며 "재료비만 받고 저렴하게 주방을 제공하면 음식에 대한 시장 분석이나 고객 선호도 분석도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7일 '청년상상놀이터'에서 공동 창업지원실에 입주한 청년들이 한복을 입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지난해 12월 27일 '청년상상놀이터'에서 공동 창업지원실에 입주한 청년들이 한복을 입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청년상상놀이터'에서 청년 예비 창업가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주시는 '청년상상놀이터'를 만들 때 새 건물을 짓거나 건물을 사지 않았다. 대신 매달 월세 100만원을 내고 건물을 빌려 쓰고 있다. 1층은 70만원, 2층은 30만원, 3층은 무료다. 각 층 면적이 92.4㎡(28평)밖에 안 되고 세모꼴이지만, 주변 시세의 3분의 1 수준이다. 건물주가 사업 취지에 공감해 임대료를 대폭 깎아준 덕분이다. 이 건물주는 매달 전주시로부터 받는 월세 100만원도 청년 활동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전주시는 '청년상상놀이터'의 리모델링비로만 5000만원을 투자했다. 여기엔 국비도 포함된다. 지난해 4월 고용노동부가 공모한 '지역 산업 맞춤형 일자리 창출 지원 사업'에 전주시가 제안한 '전주다운 청년 창업·창직 지원 사업'이 선정돼 1000만원을 받았다. 리모델링비가 예상보다 적게 든 데에는 페인트칠이나 철거 작업 등을 공동 창업지원실에 입주한 청년들이 직접 했기 때문이다. 김 주무관은 "'청년상상놀이터'는 전주시가 만들었지만, 공무원들은 측면에서 지원하고, 이곳을 쓰는 청년들이 직접 공간을 관리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청년상상놀이터' 1층에 조성 중인 '공유주방'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청년상상놀이터' 1층에 조성 중인 '공유주방'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청년상상놀이터' 2층에 마련된 소모임 및 회의 장소. 프리랜서 장정필
전주시는 '청년상상놀이터'에서 '청년쉼표' 사업도 진행한다. 취업준비생뿐 아니라 날로 늘어나는 '니트족'을 위한 심리 치료와 활동 보조금 지원을 통해 사회 참여를 이끄는 사업이다. 니트(NEET)는 영어로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줄임말로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말한다. 석 달간 이뤄지는 이번 사업에는 48명이 참여하고 있다. 전주시는 청년 1인당 11가지 임상심리검사와 총 27시간 집단상담을 진행한다. 매달 활동 수당으로 50만원씩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전북대를 졸업한 취업준비생 유창모(27)씨도 '청년쉼터'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유씨는 "지난해 하반기 취업에 실패하고 개인적으로 가족과 이성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단순히 활동 수당만 지원하는 게 아니라 나와 처지가 비슷한 청년들과 고민을 나누고, 전문가 상담을 통해 내 심리가 어떤 상태인지 객관적인 피드백을 들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년상상놀이터'에서 진행 중인 '청년쉼표' 사업 안내판. 프리랜서 장정필청년들의 직업 탐색을 돕는 사회적기업 창업을 꿈꾸는 유민수(26)씨가 '청년상상놀이터'에서 청소하는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청년들의 직업 탐색을 돕는 사회적기업 창업을 꿈꾸는 유민수(26)씨가 '청년상상놀이터'에서 청소하는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이날 '청년상상놀이터'에서 만난 청년들은 대학 새내기 때부터 공무원 시험에 올인하거나 대기업 입사를 위한 '스펙 쌓기'에 혈안인 분위기에 대해 하나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유민수씨는 "정보와 지식을 자본으로 하는 4차 산업 시대에 창의적이고 능력 있는 인재들이 적성과 상관없이 고연봉이나 안정적인 직군에만 쏠리는 것은 본인들도 손해고, 국가적으로도 낭비"라고 지적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많은 청년이 잦은 취업 실패와 부모님에 대한 죄스러움 등으로 더욱더 냉혹한 현실로 내몰리고 있다"며 "'청년상상놀이터'는 청년들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는 기지이자 실의에 빠진 청년들이 사회에 나오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는 쉼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지난해 12월 19일 청년들의 취업 및 창업을 지원하는 공간인 '청년상상놀이터' 개소식에서 김승수 전주시장이 마이크를 잡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전주시]

지난해 12월 19일 청년들의 취업 및 창업을 지원하는 공간인 '청년상상놀이터' 개소식에서 김승수 전주시장이 마이크를 잡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전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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