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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태의 퍼스펙티브] 58년 개띠를 알아야 시장에서 성공한다

인구학으로 읽는 대한민국
#20대 후반 유통 관련 대기업에 입사해 30년을 다니다 2015년 말 상무로 퇴직한 58년 개띠 이모씨. 그는 퇴직 직후 친구들과 부부 동반으로 베트남 패키지여행을 다녀왔다. 시간이 없어 많이 못 간 등산도 지난해 원 없이 했다. 적지 않은 재산으로 노후 걱정은 없지만 일을 하지 않는 게 적응이 안 돼 지난해 5월 사업을 시작했다. 유통산업에서 평생을 닦은 경험이 밑거름이 돼 나름 성공적으로 사업하고 있다.
 
#다음달 말 40년 동안 생산직으로 근무한 직장에서 은퇴하는 58년 개띠 성모씨. 중소기업이어서 연봉이 높지 않았지만 30대에 내 집을 마련했고, 40대 초반 서울 변두리에 114㎡(42평형) 아파트로 갈아탔다. 2000년대 중반 아파트 가격이 급등, 월급은 같은데 재산이 크게 늘었다. 생산직에 젊은이가 없어 회사로부터 계약직으로 더 일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는 생산직 노동자의 삶을 이어갈지, 부부만 사는 큰 집을 정리해 자금을 마련, 자기 사업을 할지 고민에 빠졌다.
 
2018년 개띠 해가 밝았다. 무술(戊戌)은 오행으로 보면 황금 개라고 한다니, 황금 개띠 해가 열린 것이다. 우리에게 개띠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구 집단이 있다. 바로 58년 개띠다. 한 해에 태어난 사람을 태어난 연도와 띠를 묶어 표현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아니 아예 58년 개띠 말고는 없다. 개띠 해가 열렸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데, 60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황금 개띠 해를 다시 맞은 58년 개띠는 올해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58년 개띠가 올해 만 60세, 환갑이 됐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특별난 58년 개띠
 
1958년생들을 58년 개띠라고 부르게 되었는지 이유가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이들이 74년 고교에 진학할 때 이전과는 달리 본고사 없이 연합고사만을 치르고 소위 뺑뺑이로 학교 배정을 받은 평등의식이 높은 첫 세대라는 설(設)과 함께 이런저런 추측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인구학적으로 보면 58년에 태어난 사람들은 특별하다.
 
58년은 출생 신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였다. 출생 신고를 수년간 미루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당연히 정확한 출생 통계 집계가 힘들었다. 당시 인구를 그래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 60년 전국의 모든 가구를 조사한 인구센서스였다. 이 센서스에 따르면 당시 만 2세가 된 58년생이 101만3427명으로 조사되었다. 57년, 56년생이 각각 90만 명 정도였다. 전후 학교를 비롯한 사회자원이 부족한데 인구가 갑자기 한 해 만에 10만 명이 늘어나면 이들의 삶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눈으로 보이는 58년생도 이전 연도 출생자들에 비해 많으니 58년 개띠는 특별하다(outstanding)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더 특별할 58년 개띠
 
런데 인구학이 58년 개띠에 주목하는 이유는 비단 과거의 특별함 때문만이 아니다. 그보다는 이들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사회에 미치게 될 영향력이 그 어떤 세대보다 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을 살아갈 58년 개띠는 76만4000여 명이다. 앞으로 이들은 남자는 약 23년, 여자는 약 28년을 더 살게 된다. 남녀 각각 83세와 88세까지 살아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2016년 기대수명이 남녀 각각 79세와 84세였으니, 58년 개띠의 생이 지금보다 훨씬 길어진다.
 
58년 개띠 임금 근로자는 올해를 끝으로 대개 은퇴한다. 물론 많은 58년 개띠가 이미 수년 전부터 은퇴해 왔다. 그리고 이 연령대 여성의 과반은 가정주부로서 직장 경험을 해 본 적이 없다. 올해 마지막 임금을 받게 되는 58년 개띠는 약 34만 명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도 다음 두 가지 이유로 58년 개띠의 60세는 의미가 남다르다.
 
첫째, 많은 사람이 이미 은퇴했더라도 올해부터는 거의 모든 58년 개띠가 임금 근로자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빠져나간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많은 58년 개띠는 60세 전후로 경제활동의 2막을 열게 된다. 노동시장으로의 재진입은 젊은 인구가 노동시장에 처음 들어오는 것만큼 사회적으로 중요하다. 이들이 어느 산업 부문에 어떠한 형태로 다시 들어오는지는 생산·소비·노동·금융 등 모든 부문의 시장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둘째, 58년 개띠를 시작으로 앞으로 매년 후배 베이비부머가 60세에 도달한다. 이들의 인구 크기는 58년 개띠보다 더 크다. 58년 개띠가 60세를 넘어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후배 베이비부머에게 매우 중요한 준거가 된다. 2019년 60세가 될 59년생은 약 80만 명이고, 매년 증가해 2021년에는 약 93만 명의 61년생이 60세가 될 예정이다. 후배 베이비부머가 젊을 때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60세 이후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는 데 있어 대규모 은퇴 인구집단의 시작인 58년 개띠가 어떤 삶을 만들어 가는지는 중요한 이정표로 작용할 것이다.
 
시장 변화의 첨병(尖兵)
 
규모 인구가 삶을 질적으로 바꾸면 시장도 따라서 변화한다. 그런데 삶의 변화가 이 연령대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뒤에 따라오는 연령대의 인구가 더 크고, 이들도 비슷한 변화를 경험할 것이라면 이것이 시장에 주는 영향력은 격변의 수준이 된다. 이 점에서 58년 개띠는 앞으로의 시장 변화를 주도하는 첨병임이 틀림없다.
 
58년 개띠가 어떻게 시장에 영향을 줄까? 이에 대한 답은 58년 개띠가 은퇴 이후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혹은 살아갈 것인지 알면 쉽게 구할 수 있다. 위에 언급된 두 사례가 보여 주듯 58년 개띠의 현재 삶과 미래 계획이 그 답이다.
 
은퇴하는 58년 개띠가 가장 먼저 할 일이 여행이다. 수십 년 직장생활에 대한 보상이니 해외여행이 선호된다. 마음 같아서는 미국처럼 멀고 이국적인 곳에서 나를 보상해 주고 싶지만 은퇴 이후 줄 소득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너무 이국적인 곳은 시차가 크고 먹는 것도 불편하다는 합리적인 이유로 가까운 아시아를 선택한다. 해외여행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언어의 문제도 있고 현지 예약도 쉽지 않으니 나 홀로 여행보다는 ‘뭉쳐야 뜬다’ 상품을 이용한다. 게다가 저렴해 보이니 합리적이기까지 하다.
 
여행을 마치고 그동안 못했던 취미활동에 몰두할 수도 있다. 하지만 58년 개띠는 국민연금도 62세부터 수령이 가능하고 그마저도 앞으로 20년 넘게 남은 인생에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인생 2막에 어떤 경제활동을 할지 고민한다. 은퇴를 먼저 경험한 이전 세대의 상당수가 치킨집 사장, 즉 자영업자의 길을 택했다.
 
58년 개띠는 선배 세대와 달리 불나방의 길임을 뻔히 알면서 치킨집에 뛰어드는 우(愚)를 범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은퇴 이전에 본인이 하던 일과 관련 있는 영역에서 사업을 도모한다. 사업은 클 필요가 없다. 규모가 작아야 투자 규모도 작다. 58년 개띠는 이전 세대보다 교육 수준도 전반적으로 높다. 53년생 남성 중 조금이라도 대학을 다녔던 사람들은 25%인데, 58년 개띠는 33%나 된다. 58년 개띠는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한 90년대 당시 30대여서 컴퓨터에도 익숙하다. 인터넷·스마트폰은 물론 빅데이터·인공지능(AI)도 58년 개띠와 함께 성장해 왔다. 58년 개띠가 이전 세대와 차별되는 인생 2막을 시작할 가능성이 큰 이유다.
 
하지만 58년 개띠의 자금 사정이 넉넉한 편은 아니다. 현직에 있을 때 자녀들의 교육비 지출이 적지 않았으므로 모아 둔 자금에 여유가 없다. 은퇴했기 때문에 은행 대출도 쉽지 않다. 사업을 위한 자금이 모자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자금원은 한창 일할 때 들어 놓은 생명보험과 적금을 해지하는 일이다.
 
인생 2막의 황금 길을 열 58년 개띠
 
58년 개띠는 한창 아파트가 저렴하게 공급되던 90년대에 내 집을 마련했고, 자녀가 2명은 되므로 중대형 아파트를 선호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재산 증식의 기회를 얻었다. 은퇴 2~3년 후 사업이 어려워지거나 생활비가 부족할 때 부동산을 정리해 자금을 융통한다. 중대형 아파트를 정리하면 상대적으로 관리비가 저렴하고 매매차익을 얻을 수 있는 소형 아파트, 그것도 도심보다는 도시 외곽으로 거주지를 옮긴다. 자녀가 출가해 집에 부부만 있고 도시 외곽이 공기 좋고 살기 편하다는 등의 합리적 이유도 있다.
 
58년 개띠는 2000년대 초반 주말이면 자녀와 대형마트에 가 카트를 가득 채우며 일주일 치 음식과 생필품을 샀다. 이제 자녀는 집에서 보기조차 힘들어졌고 58년 개띠도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더는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이유가 없다. 가까운 동네 수퍼마켓을 이용하게 된다.
 
이처럼 여행·금융·노동시장·부동산·유통 등 많은 산업과 시장이 58년 개띠에 의해 부정적이건 긍정적이건 변화를 경험할 것이다. 여기에 적시된 것 말고도 58년 개띠에 의해 변화를 경험할 산업과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확실한 것은 58년 개띠의 은퇴는 시장의 변화를 이끌 것이고 이는 위기라기보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58년 개띠가 만드는 길을 후배 베이비부머도 따라올 것인데, 그야말로 커다랗고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리는 것이다. 무술년 첫날, 황금 개띠 해의 주인공인 58년 개띠가 인생 2막의 길을 황금으로 포장된 기회의 길로 만들어 주길 희망해 본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리셋 코리아 보건복지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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