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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중 논란은 중국에 던져야 할 돌을 대통령에 던진 꼴"

[배명복의 토요 인터뷰]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외교가 실패하면 전쟁…국민적 결기 뒷받침 돼야 외교도 성공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우리 외교에서 결기가 많이 사라졌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내면서 ’외교도 목숨을 걸 때는 걸고, 베팅을 할 때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인섭 기자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우리 외교에서 결기가 많이 사라졌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내면서 ’외교도 목숨을 걸 때는 걸고, 베팅을 할 때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인섭 기자

 “요즘 뭐 하며 지내냐”고 사람들이 물으면 송민순(69)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잠 잘 자고 구름 같이 지낸다”고 말한다. “앞으로 뭐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뭘 하긴요, 책 읽고 놀아야지요”라고 대답했다. 그는 요즘 새벽에 일찍 일어나 책을 읽는다. 최근에는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역사가인 헤로도토스가 쓴 『역사(Historia)』를 영역본으로 읽었다. 
 유유자적(悠悠自適)하면서도 그는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날그날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 형식으로 일기장에 기록한다. 한사코 뿌리치는 그를 어렵사리 설득해 토요 인터뷰에 불러냈다. 정식으로 언론 인터뷰에 응한 것은 지난 4월 회고록 파문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인터뷰는 지난 26일 서울 장충동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 라운지에서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놓고 아직도 말이 많습니다. 홀대 논란을 어떻게 보십니까.
“홀대 받았다고 생각한다면 홀대한 쪽을 비판하는 게 먼저입니다. 방중 기간에 벌어진 홀대 논란은 중국에 던져야 할 돌을 우리 대통령의 등에 던진 꼴 밖에 안 됩니다.”  
굴욕 외교 논란도 있습니다.
“방중에 앞서 중국에 큰 기대를 하지 말고, 국민의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국빈방문은 양국 관계의 잔치입니다. 안타깝게도 지금 한ㆍ중 관계는 잔치를 할 분위기가 아닙니다. 이런 마당에 3박4일이라는 긴 일정을 잡은 것 자체가 좀 무리 아니었나 싶습니다.”
청와대는 큰 성과를 거뒀다고 자랑합니다.
“한ㆍ중 관계에서 문재인 정부가 좀더 당당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한ㆍ중 관계가 허물어진 게 문재인 정부 탓은 아니지 않습니까. 전 정부에서 무너진 것을 물려받았습니다. 중국에 대해서도 그렇고, 우리 국민에 대해서도 실상을 있는 그대로 당당하게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문제가 잘 봉합됐다고 발표했는데 나중에 중국 지도부에서 다른 얘기가 나오면 다 잘 됐다더니 이게 무슨 소리냐는 반응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우리 정부의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사드 추가 배치, 미사일방어(MD) 체계 참여, 한ㆍ미ㆍ일 동맹 가담 등 세 가지를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3불(不) 약속’을 어떻게 보십니까.
“이런 걸 외교용어로 ‘단정적 입장 표명(categorical statement)’이라고 합니다. 위안부 문제의 ‘불가역적 해결’처럼 피해야 할 외교 언어입니다. 3불 약속으로 인해 중국은 한국이 넘어서는 안 될 금지선을 그을 수 있는 빨간 펜을 손에 쥐게 됐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동맹에 꼭 ‘조약 동맹(treaty alliance)’만 있는 건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군사협력도 동맹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또 사드는 기본적으로 MD의 한 부분입니다. 이런 점들에 대한 충분한 인식을 갖고 협상을 한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당초 외교부 안에는 ‘현재로서는(for the time being)’이라는 표현이 있었지만 청와대 조율 과정에서 빠졌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외교부 후배들이라면 그런 단서 조항을 안 넣었을 리가 없어요. 일부러 그걸 뺐다면 너무나 이상한 일입니다. 한ㆍ중 정상회담 후 발표한 4대 원칙에서 반핵(反核)보다 반전(反戰)을 앞세운 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전쟁 얘기는 북핵 때문에 나오는 겁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반전반핵’보다 ‘반핵반전’으로 갔어야 합니다. 그래야 중국한테 ‘사드 문제도 다 북핵 때문이니 그 쪽이 북핵 문제 해결에 좀 나서라’고 말할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2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지난 4월 회고록 파문 이후 첫 언론 인터뷰다. 신인섭 기자

2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지난 4월 회고록 파문 이후 첫 언론 인터뷰다. 신인섭 기자

시진핑 주석의 특사인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평양에 갔지만 김정은은 접견조차 안 했습니다. 중국을 대하는 남북한의 자세가 너무나 다른 것 같습니다.
“제가 김정은이라도 안 만났을 겁니다. 쑹타오는 미ㆍ중 정상회담 결과를 갖고 방북한 걸로 돼 있습니다. 그 안에 북한이 원하는 알맹이가 있었다면 김정은은 쑹타오를 직접 만나 얘기를 듣고 북한식 ‘통 큰’ 결정을 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먼저 만나 얘기를 들어본 결과 별 내용이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김정은이 쑹타오를 만나면 북한이 대화에 나가려고 안달이라는 인상을 국내외에 심어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시진핑의 친서를 휴대한 특사인데, 외교 관례란 게 있지 않습니까.
“중국에 대한 우리 시각에는 좀 낭만적인 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성의를 보이면 중국도 뭘 좀 해주겠지 하는 생각 말입니다. 북한은 중국을 굉장히 현실적으로 보고 있어요. 북한은 중국과 피로써 서로 돕고 도움을 받은 역사적 관계도 있지만 1300km의 국경을 맞대고 있어요. 중국과 육상 국경을 맞대지 않은 한국이 중국을 보는 시각과 북한이 보는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미국과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그래서 나오는 게 ‘균형외교’입니다.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할까요.
“균형이란 말 자체는 참 좋은 말이지만 한국 외교에서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우리 현실에 맞질 않아요. 어떻든 우리는 미국과 조약상 동맹 관계이고, 주한미군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균형외교보다는 차라리 협력외교가 낫습니다.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미국과 중국의 협력을 도모하는 ‘촉진자(facilitator)’ 역할을 하는 것이 한국 외교의 기본 스탠스가 돼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데 동의하십니까.
 “현재의 조건과 미래의 조건을 나눠서 봐야 합니다. 현재로서는 당연히 포기하지 않겠지요. 그러나 앞으로 10년 또는 20~30년 후에는 자의적 또는 타의적으로 포기하는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봅니다. 그 전제 하에 불안정하더라도 평화를 유지하면서 장기적 과정을 밟아나가야 합니다. 말하자면 ‘롱 피스 앤 롱 프로세스(Long Peace & Long Process)’입니다.”
중국이 말하는 ‘쌍중단(한ㆍ미 연합훈련과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 동시중단)’이 긴 과정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문 대통령이 NBC와의 회견에서 밝힌 평창올림픽 기간 중 연합훈련 중단 제안이 쌍중단의 입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정부가 미국과 협의해 훈련 시기와 방식을 조정할 테니 북한도 올림픽 기간 중에는 핵이나 미사일 실험을 하지 말라는 제안을 중국을 통해 북한에 전했고, 중국이 북한의 이행을 보장하는 패키지 방안을 당연히 짰을 것으로 봅니다. 그런 주도면밀한 준비 없이 불쑥 훈련 연기 카드를 던진 것이라면 경우에 따라 미국 내 강경파의 목소리만 자극하는 우려스런 결과가 올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달 29일 사거리 1만3000km급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기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이 사실상 완성 단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위기를 막을 수 있는 시간이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다고 보십니까.
“고각 발사로 예상되는 추정 사거리와 정상각도로 발사했을 때의 실제 사거리는 다릅니다. 북한은 아직까지 한 번도 정상각도로 ICBM 시험발사를 하지 못했습니다. 과거 미국과 소련은 100회 이상씩 정상각도로 발사해 대기권 재진입 시험을 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북한의 화성-15형 ICBM이 추진체를 세운 상태에서 48시간에 걸쳐 액체 연료를 주입한다는 점입니다. 눕힌 채로 연료를 주입한 뒤 현장에 싣고가 세워서 바로 발사할 수 있게 되면 그 때부터는 진짜로 위험해집니다. 하지만 지금 북한의 기술 수준이 아직 그 단계에 도달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북한 ICBM이 아직은 미국에 현실적 위협이 아니란 뜻입니까.
“북한의 ICBM이 정상각도로 1만3000km를 날아가고, 대기권 재진입에 성공하고, 탄두를 정확하게 목표지점까지 유도하고, 거기다 ‘수평 연료주입(horizontal fueling)’까지 성공하는 징후가 확실해지면 미국도 더이상 기다리기 어려울 겁니다. 그 때까지가 우리의 외교적 노력이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적 공간입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3년 정도 남았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북한의 핵 능력 발전 곡선과 핵 억지를 위한 미국의 무력 사용 문턱 조정이라는 두 개의 곡선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두 곡선이 만나면 전쟁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결국 시기의 문제란 말씀이군요.
“전쟁에 대한 개념 자체가 한국과 미국은 달라요. 어떤 경우에도 전쟁은 안 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면 외교는 군사력으로 뒷받침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입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미국의 외교관들이 협상을 잘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게 군인들의 임무’라고 강조하고 있어요. 미국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전쟁은 준비가 진행될수록 막기가 어려워진다’는 말을 했습니다. 강도 높은 외교의 성과 없이 현재의 양상으로 굴러간다면 전쟁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는 당장 북한 핵의 실질적 위협 아래 놓여 있습니다. 우리도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킬체인도 만들고, KAMD(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도 갖추고, 대량응징보복(KMPR) 능력도 갖추려고 하는 것 아닙니까. 일종의 한반도형 ‘매드(MADㆍ상호확증파괴)’ 시스템입니다. 큰 바퀴는 처음 1~2mm를 움직이기가 어려워요. 평창 올림픽 기간 중 훈련 시기와 방식을 조정해 바퀴가 굴러가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중국이 제안한 쌍중단에 중국의 이행보증을 보태서 우리의 카드로 만들어야 합니다. 중국의 ‘쌍중단ㆍ쌍궤병행론’을 우리 것으로 변형시켜 중국을 태우고 함께 굴러가게 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팀 얘기로 넘어가죠. 약체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외교안보의 힘든 유산을 물려받은 상태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봅니다. 지난 7개월여 동안 위기 관리에 치중하다 보니 손발이 잘 안 맞는 경우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더이상 위기 관리 차원만의 외교안보 정책으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그럼 무얼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이대로 가면 둘 중 하나가 될겁니다. 전쟁으로 가거나 마지막 순간에 협상으로 가겠지요. 전쟁이 나도 큰일이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도 우리가 모퉁이 구석 자리에 앉게 되면 그것도 큰일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게 대통령의 인식입니다. 남북관계는 우리가 주도하고, 북한 핵은 북ㆍ미 간에 해결한다는 인식 구도를 바꿔야 합니다. 북한은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주도하도록 놓아두질 않습니다. 우리가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가도록 움직일 수 있을 때 북한도 우리 말을 듣습니다. 그러려면 우리 나름대로 확실한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미국과 한국이 외교가 실패하면 전쟁으로 간다는 입장과 외교가 실패해도 전쟁은 결코 안 된다는 입장으로 갈라지면 안 됩니다. 외교가 실패하면 전쟁으로 갈 수 있다는 국민적 결기가 뒷받침 돼야 외교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초당적 외교 말씀인가요.
“문 대통령이 중국에 가 있을 때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일본에 가서 아베 신조 총리와 만나 또다른 ‘굴욕 외교’ 논란을 낳았습니다. 이래서는 풍비박산 납니다. 이제부터라도 문 대통령이 외교안보 정책에서 국내의 반대 세력을 감싸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합니다.”
어떻게 하란 말씀입니까.
“자주 만나서 이야기 듣고, 필요하면 돌아가는 사정도 브리핑 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위원회 같은 거 만들어 야당에도 기회를 주고 그러면 야당도 내미는 손을 뿌리치기 어려울 겁니다.”
청와대에서 같이 밥 먹자고 해도 빠지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하지 말고 미국이나 유럽 정치에서처럼 개별적 접근을 해야 합니다.”
그게 비단 외교안보 정책 뿐이겠습니까. 다른 정책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외교안보 정책은 다른 정책하고는 다릅니다. 다른 정책들은 좀 더 잘 먹고 잘 사는 문제이지만 외교안보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대화를 구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ㆍ미 동맹을 북한의 남침을 억제하고,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군사적 역할에 국한할 게 아니라 한국이 추구하는 외교안보 정책이 굴러가게 하는 수레바퀴, 즉 대화의 축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게 안 되면 남북 관계에서 북한이 칼자루를 쥐고, 우리는 칼끝을 잡게 됩니다.”
청와대가 다 틀어쥐고, 외교부는 들러리 노릇만 한다는 ‘외교부 패싱’ 논란도 있습니다.
“강경화 외교장관 임명을 위해 전직 외교장관들이 좀 나서줬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고 제가 단서를 달았어요. 외교부에 무게를 실어준다는 전제 하에 지지한다고 했어요.”
그러나 돌아가는 사정을 보니 그런 것 같지가 않습니다.
“외교장관의 맥이 빠지면 나라의 맥이 빠지는 겁니다. 외교장관은 그 나라의 얼굴입니다.”
대통령이 외교장관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사실 사회나 경제 문제 이런 것은 대통령이 장관들에게 맡겨놓으면 됩니다. 방향을 정해주고, 당신이 대통령이라고 생각하고 소신껏 하라고 하면 됩니다. 하지만 외교안보는 그럴 수가 없어요. 더구나 우리만큼 외교안보에 국민의 안위와 생사가 걸려 있는 나라가 있습니까. 외교안보 문제에서 대통령이 외교장관을 비롯한 외교안보 분야 각료들과 늘 깊이 고민하고 토론해서 정책을 같이 짜야 합니다.”
문 대통령의 리더십을 어떻게 보십니까.
“평가는 아직 이르다고 봅니다. 평가는 임기가 끝난 뒤에 하는 게 맞습니다. 4년 남짓 후 물려줄 레거시(유산)에 대해 생각하면서 정책 구도를 짜야 하겠지요.”
노무현은 어떤 리더였습니까.
“노무현은 토론과 논쟁을 좋아했어요. 나는 나대로 생각이 있지만 네가 그걸 한번 뒤집어 보라는 식이었어요. 치열한 토론과 논쟁 끝에 ‘아, 내가 이 친구를 못 이기겠다’ 싶으면 그때부터는 확실하게 밀어줬습니다. 반대로 장관이나 참모가 대통령을 못 이기면 대통령의 생각을 따라가야 합니다. 누구도 자기 확신이 없으면 대통령과 그렇게 논쟁을 못 합니다. 그는 그걸 허용한 리더였습니다. 또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중심을 잡으려고 굉장히 애를 썼습니다. 2006년 10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했을 때 기억이 생생합니다. 세상이 온통 뒤집어진 것처럼 난리가 났지만 노 대통령은 의외로 차분한 반응을 보였어요, ‘드디어 올 것이 왔네. 이래서 동북아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 유지되겠나. 그렇더라도 흥분해서 성급한 반응은 보이지 맙시다.’ 이게 그의 첫 반응이었어요.”  
겉으로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지금 국민들 사이에는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큽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 지지율은 70%를 넘나들 정도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전 정부의 기저(基底) 효과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문 대통령이 국민과 함께 울고 웃는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힐러리 클린턴도 대선 실패 이유를 실토했잖아요. 자신이 미국을 어디로 이끌고 갈지 열심히 정책을 짜고 있을 때 트럼프는 유권자들 안으로 들어가 같이 울고 웃고 했다고. 그러나 일단 대통령이 되고 나면 좀 달라질 필요는 있습니다.”
끝으로 문재인 정부를 위해 한 말씀 한다면.
“헤로도토스가 쓴 책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땅이 비옥하면 사람들이 나약해진다. 좋은 과일과 좋은 군인을 동시에 배출하는 땅은 없다. 비옥한 땅에서는 달콤한 과일을 수확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배하기보다 지배당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외교에서 결기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외교와 국방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외교도 목숨을 걸 때는 걸고, 베팅을 할 때는 해야 합니다.” 
 
배명복 칼럼니스트ㆍ대기자

bae.myungbok@joongang.co.kr
 
정리=이영현 
 
S-BOX 회고록 파문 무혐의에도 문재인 정부선 아무런 반응 없어
송민순 전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참여정부의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아 2005년 9ㆍ19 공동성명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그 공로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으로 발탁됐고, 이어 외교통상부 장관에 임명됐다.

 
6자회담의 경험을 토대로 지난해 10월 회고록,『빙하는 움직인다』를 펴냈다. 그러나 2007년 유엔의 대북 인권 결의안 표결 당시 노무현 정부가 기권표를 던지기로 최종결정을 내리기 전 북한 측에 의견을 물었고, 당시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후보가 관여했다는 대목이 문제가 돼 지난 4월 대선 정국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문 후보 진영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대선 후보자 비방, 공직선거법 위반,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그를 검찰에 고발했다. 그 바람에 북한대학원대학 총장직에서도 물러났다. 하지만 지난 11월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사건은 종결됐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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