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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귀화 커플 민유라·겜린, 한복 입고 아리랑 댄싱

민유라(왼쪽)와 겜린은 한국 전통의 미를 표현하기 위해 개량한복을 입고 배경음악으로 아리랑을 쓰기로 했다. 지난 3일 평창올림픽 2차 선발전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는 민유라와 겜린. [사진 대한빙상경기연맹]

민유라(왼쪽)와 겜린은 한국 전통의 미를 표현하기 위해 개량한복을 입고 배경음악으로 아리랑을 쓰기로 했다. 지난 3일 평창올림픽 2차 선발전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는 민유라와 겜린. [사진 대한빙상경기연맹]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선 한복을 입은 남녀선수가 멋진 공연을 펼친다. 아이스댄스에 출전하는 민유라(22)-알렉산더 겜린(24) 조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개량한복을 입고 아리랑에 맞춰 4분간 공연을 펼친다.
 
민유라와 겜린 조는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네벨혼 트로피에서 4위를 차지하며 극적으로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쇼트 댄스에선 55.94점을 받아 7위에 머물렀지만 프리 댄스에서 87.86점을 받아 18팀 중 4위로 뛰어올랐다. 경기 뒤 점수를 확인한 둘은 부둥켜 안고 기뻐했다. 이 대회 상위 5팀에게 주어지는 평창올림픽 티켓을 따냈기 때문이다. 한국이 올림픽 아이스댄스에 출전하는 건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 올림픽(이천군-양태화 조) 이후 16년 만이다.
 
민유라는 199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난 재미동포다. 싱글로 활동하던 그는 2011년 아이스댄스로 전향했다. 평창에서 열리는 올림픽 무대를 밟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국내엔 아이스댄스에 관심을 보이는 선수가 거의 없었다. 고심 끝에 민유라는 외국인 선수 파트너를 찾기 위해 눈을 돌렸다. 이고르 오게이(우즈베키스탄), 티모시 콜레토(미국)와 호흡을 맞췄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그 때 만난 게 겜린이었다. 2005년부터 쌍둥이 여동생 대니얼과 함께 아이스댄스 선수로 활동했던 겜린도 대니얼이 은퇴한 뒤 새 파트너를 찾던 중이었다. 두 선수 모두 이고르 시필반트(러시아) 코치의 지도를 받았던 터라 서로를 잘 아는 사이였다. 두 사람은 결국 힘을 합쳐 평창올림픽에 도전하기로 뜻을 모았다.
 
미국 출생인 겜린(왼쪽)과 민유라는 이제 한국 여권을 쓰는 한국인이 됐다. [겜린 SNS]

미국 출생인 겜린(왼쪽)과 민유라는 이제 한국 여권을 쓰는 한국인이 됐다. [겜린 SNS]

문제는 국적이었다. 국제빙상경기연맹이 주관하는 그랑프리, 세계선수권 등의 국제대회에는 국적이 달라도 출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올림픽은 국적이 같아야만 나갈 수 있다. 미국과 한국, 이중 국적을 갖고 있던 민유라는 올림픽 도전을 위해 한국 국적을 선택했다. 하지만 미국 보스턴 태생인 겜린은 엄연한 미국인이었다. 겜린은 올림픽의 꿈을 위해 한국인으로 귀화를 선택했다. 그는 지난 7월 법무부의 특별귀화 허가를 받아 마침내 한국인이 됐다.
 
겜린은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데 직원이 나를 외국인 대기선으로 안내한 적도 있다. ‘나는 한국인’이라고 말했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겜린은 아직 우리말이 익숙하지 않다. 기자회견 때는 한국어와 영어에 능통한 민유라가 통역을 맡는다. 그래도 틈틈이 한글 공부를 한 덕분에 종종 소셜미디어에 한글로 메시지를 남긴다.
 
민유라-겜린 조는 지난 시즌 K팝을 쇼트댄스 배경 음악으로 사용했다. 빅뱅의 ‘뱅뱅뱅’과 투애니원의 ‘내가 제일 잘 나가’를 섞은 음악이었다. 평소 K팝을 즐겨듣던 겜린이 “우리는 한국 팀이니 K팝을 배경음악으로 써보자”고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둘은 올림픽 무대에선 더욱 한국적인 곡을 배경음악으로 쓰기로 했다. 가수 소향이 부른 ‘홀로 아리랑’에 맞춰 연기를 펼칠 예정이다. 김연아가 여자 피겨스케이팅에서 2011년 아리랑을 재해석한 ‘오마주 투 코리아’를 사용한 적은 있지만 아이스링크에 아리랑이 울려퍼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유라-겜린 조는 또 개량한복을 입고 연기를 펼치기로 했다. 코치는 “외국 심판이 대다수이기에 어필하기 어렵다”며 말렸지만 둘의 뜻은 확고했다. 민유라는 “배경음악을 고르기 위해 아리랑을 처음 듣는 순간 ‘이거다’하는 느낌이 왔다. 운명이라고 생각했다”며 “한국을 대표해서 아이스링크에 서는데 이보다 좋은 배경음악은 없다고 생각했다. 한복으로 만든 의상도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겜린은 “매일 훈련하면서 아리랑을 듣는데 무척 감성적이다. 한국의 아리랑에 얽힌 사연을 알고 나니 더욱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물론 내년 평창올림픽에서 아리랑을 들으려면 첫날 성적이 중요하다. 아이스댄스는 이틀에 걸쳐 열리는데 첫날 쇼트댄스에서 24개 팀 중 20위 안에 들어야 둘째날 아리랑을 배경음악으로 한 프리댄스에 나설 수 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민유라-겜린 조의 성장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올림픽 테스트이벤트로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4대륙 선수권에서도 민유라-겜린 조는 8위에 올랐다. 민유라는 “테스트이벤트에서 ‘대한민국 출신’이라는 소개 멘트만 들어도 가슴이 찡했다. 겜린과 호흡을 맞추면서 기량도 좋아지고 있어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둘은 아이스링크 바깥에서도 많은 대화를 나눈다. 호흡을 잘 맞추기 위해선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항상 붙어다니는데 두 사람이 사귈 의향은 없는지 묻자 민유라는 “우린 베스트 프렌드” 라고 대답했다.
 
민유라
●생년월일 : 1995년 8월 15일(미국 캘리포니아주 토렌스)
●국적 : 한국(미국 국적은 포기)
●경력 : 6세 때 피겨스케이팅 시작해 2011년까지 싱글 활동
2012년부터 아이스댄스 전향
2015년부터 갬린과 파트너
2017 세계선수권 20위, 네벨혼 트로피 4위
알렉산더 겜린(Alexander Gamelin)
●생년월일 : 1993년 2월 22일(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국적 : 한국(미국에서 귀화)
●경력 : 2006년부터 15년까지 쌍둥이 여동생 대니얼과 파트너
2009년 미국 주니어선수권 우승
2012년 주니어 그랑프리 9위
2015년부터 민유라와 파트너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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