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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계상태서 생기는 지진, 대기 현상과 달리 예측 불가

[기후변화 리포트] 인간이 모르는 땅 속 사정
지진이 강타한 포항시 흥해읍의 한 아파트. 프리랜서 공정식

지진이 강타한 포항시 흥해읍의 한 아파트. 프리랜서 공정식

인간은 불확실한 상태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아야 자신에게 주어진 바에 따라 삶을 결정하고 영위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연재해를 미리 가늠하는 것은 우리의 안전을 위해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모든 재해를 예측할 수 있지는 않다.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날씨는 예측하지만, 지진은 예측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날씨는 예측할 수 있게 하고 지진은 예측할 수 없게 하는가? 지진을 예측하지 못한다면, 지진과학은 실용적 측면에서 어떤 가치가 있는가?
 
대기에서 관측된 운동에너지를 분석해 보면, 크기에 따라 대표적인 봉우리가 3개 나타난다. 첫 번째 봉우리는 수평 공간 크기가 수천㎞이며 고기압과 저기압이 번갈아 지나감에 따라 생겨난다. 다음 봉우리는 수백㎞이며 눈과 비의 생성발달소멸 과정과 관련된다. 제일 작은 운동에너지의 봉우리는 난류에 의해 발생한다. 대기 현상은 이 밖에도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각 원인에 따라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응력이 풀리는 과정에서 지진 발생
지구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끈적한 맨틀은 지각 조각을 끊임없이 흔든다. 이 흔들림으로 지각에 응력(스트레스)이 쌓여 있다가 응력이 풀리는 과정에서 지진이 발생한다. 지진은 이 한 가지 원인으로 발생하므로 구텐베르크와 리히터가 밝혀낸 지진 분포는 봉우리가 없는 매끈한 선으로 드러난다. 그러므로 대기 현상처럼 여러 이름이 있지 않고 작은 지진이나 큰 지진이나 모두 다 지진이라 한다.
 
지진 발생과 강도 간에는 규칙이 있다. 지진 에너지양이 강도를 결정하며 이를 ‘규모’라 한다. 매년 전 세계에서 규모 3 이상 지진은 대략 10만 번 발생하고, 규모 6 이상은 약 100회, 그리고 규모 8 이상은 2~3회 일어난다. 규모가 1이 커질 때마다 발생 건수는 약 10분의 1씩 줄어든다. 강한 지진은 약한 지진보다 항상 드물게 일어난다. 지진 발생 횟수는 강도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거듭제곱 분포’로 나타난다.
 
거듭제곱 분포는 탁자가 흔들리는 정도부터 도시를 뒤흔드는 정도까지 모든 규모의 지진에 같게 적용된다. 이것은 큰 지진이나 작은 지진이나 같은 원인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진의 특성을 밝히려면 작은 지진은 무시하고 큰 지진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작은 지진이 더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작은 지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거듭제곱 분포가 나타나는 이유를 복잡계 과학자인 페르 박과 탕의 모래쌓기 실험으로 살펴보자. 모래알을 떨어뜨려 모래더미를 쌓는 경우, 처음에는 모래알이 서로 간의 마찰로 경사면에서 흘러내리지 않는다. 모래알을 계속 떨어뜨려 모래더미가 급한 경사를 이루면, 떨어진 모래알이 다른 모래알과 충돌하여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결국, 모래더미의 빗면 전체가 미끄러지는 사태에 도달한다. 모래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에 떨어뜨린 모래알이 사태를 일으킬지 아닐지를 알려주는 징조가 없다. 즉, 모래알의 운동만을 알고서는 모래더미의 전체 변화를 이해할 수 없다.
 
 
원인과 결과 크기 간에 상관 관계없어
모래 사태에 적용되는 원리는 지진에도 적용된다. 지진도 원인 크기와 결과 크기 간에 아무 상관관계가 없다. 직관적으로 작은 원인이 작은 결과를 낳고, 큰 원인이 큰 결과를 낳는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서로 다른 두 상태를 가르는 임계점에서는 작은 원인에도 연쇄반응이 일어나 전체가 변화된다. 임계점 가까이에 있을 때를 임계상태라 한다. 임계상태에서는 큰 지진이라고 해서 반드시 그 원인까지 특별해야 할 이유는 없다. 큰 지진은 단지 임계상태에서 일어나는 큰 변이일 뿐이다. 임계상태에서의 변이가 거듭제곱 분포로 드러난다.
 
모래 사태가 일어난 후에는 모래더미의 경사가 완만해져 안정을 되찾는다. 여기에 모래알이 더해지면 다시 사태가 일어날 수 있는 임계상태로 복원된다. 모래더미는 임계상태를 피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임계상태로 돌아가려 한다. 즉, 모래더미는 자기 조직적으로 불안정한 자리로 가려 한다. 지진도 임계상태에서 발생하는 자기 조직적 현상이므로 주로 발생한 곳에서 반복된다.
 
임계상태는 여러 요소의 관계가 밀접하여 서로에게 영향을 크게 미칠 때 나타난다. 이를 과학전문 칼럼니스트인 마크 뷰캐넌은 그의 저서 『우발과 패턴』에서 자석으로 설명하였다. 자석을 이루는 철 원자는 그 자체가 자석이다. 상온에서 원자자석은 한 방향으로 작동한다. 반면, 온도가 임계점인 770℃보다 훨씬 높으면 원자자석 방향은 마구잡이로 이리저리 움직인다. 이 경우 개별 원자자석의 움직임은 이웃 원자자석과 상관이 없다.
 
온도가 임계점에 가까울 때는 원자자석이 완전히 질서 잡힌 형태도 아니고 완전히 마구잡이도 아닌 방식으로 움직인다. 이때 어느 한 원자자석의 움직임이 이웃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원자자석의 자기장이 더 강해지거나 더 멀리 뻗어서가 아니라 원자자석의 행동이 집단성을 띠기 때문이다.
 
인간사회에서도 평시에는 기존 체계가 잘 변하지 않는다. 소요가 발생한다 해도 그 영향이 전체로 퍼져 나가지 않고 바로 가라앉는다. 그러나 사회적 불합리에 대해 긴장과 불만족이 임계 가까이에 도달하면, 작은 소요가 사태로 발전되어 사회 변혁이 일어난다. 임계상태를 훨씬 넘게 되면 사회 구성원 간의 연대감이 낮아져, 개인은 마구잡이로 자신의 생존만을 추구하여 공동체가 붕괴한다.
 
임계상태에서는 질서와 무질서 또는 과거 질서와 미래 질서가 서로 다툰다. 이때는 개별적인 활동보다는 요소 간의 상호작용이 지배적이다. 구성요소들끼리의 상호작용이 부분 자체보다 더 중요해서 부분의 합이 전체 이상이 된다. 부분만을 봤을 때 전혀 알 수 없었던 결과가 격변의 형태로 일어난다.
 
 
대기 운동은 모든 요소 예측할 수 있어
대기 현상은 각 원인에 따라 작용하는 크기와 에너지가 다르고 이를 기술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지진은 한 가지 원인으로 발생하므로 대기 현상보다 단순하게 기술된다. 하지만 지진은 대기와는 달리 예측하지 못한다. 왜 그런가?
 
지진과 대기의 움직임은 결정론적이다. 결정론적이란 시스템의 행동을 방정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뜻이다. 방정식이 있고 초기와 경계 조건이 정해지면, 모든 요소를 예측할 수 있다. 대기 운동은 방정식으로 나타낼 수 있고 초기와 경계 조건을 정할 수 있으므로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대기는 완벽하게 관측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초기오차는 예측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초기오차의 증폭 정도가 예측 가능성을 결정한다. 예측 가능성은 대기 현상에 따라 다르다. 번갈아 지나가는 고저기압에 대한 예측 가능성은 2주 정도이고 강수과정은 몇 시간 정도이다. 이것이 앞으로 1주일 동안 따뜻하거나 추운 날씨는 잘 맞힐 수 있어도 강수 예측은 잘 안 맞는 이유이다.
 
지진의 경우, 현재 관측기술로는 보이지 않는 땅속의 모든 요소에 대해 개개의 성질과 움직임을 측정하지 못한다. 즉, 지진은 초기와 경계 조건이 정해지지 않는다. 설사 두 조건을 안다 해도 지진은 임계상태에서 일어나므로, 땅속 요소가 얽혀 있는 전체가 어떻게 거동하는지 예측하지 못한다.
 
 
지진 이해만으로도 재앙 피하는 데 기여
언제 어디서 어떤 크기로 지진이 발생하는지를 예측하지 못한다면, 지진 과학은 재해 대응에 어떤 가치가 있는가? 지진의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없다고 해서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과학으로 밝혀진 지진 이해만으로도 재앙을 피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지진은 무작위로 아무 곳에나 발생하지 않는다. 지진이 발생한 곳에는 내부에너지가 밖으로 뿜어져 나올 수 있는 단층이 있다. 단층 위치는 지진이 일어나기 쉬운 곳이 어디인지를 알려 준다. 단층 크기는 발생 가능성이 있는 강도를 알려 준다. 이를 통해 해당 지점에서 시설물이 지진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알 수 있다. 건물의 취약함에 따라 내진 설계를 강화해야 한다.
 
지난해와 올해 경주와 포항에서 규모 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해 전 국민을 놀라게 했다. 일본에서는 매년 규모 5 이상이 수십 개 발생한다. 하지만, 규모 7 이상의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받지 않는다. 이는 지진 예측을 잘해서가 아니라 피해 대비를 잘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고도 기술 사회에서 자연재해는 자연적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이다. 재해는 혼돈과 피해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이에 대응하는 사회시스템의 문제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는 예측 불확실한 재해를 깊이 성찰하게 한다. 자연재해에 대한 예측 불확실성은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지만, 동시에 미리 대비하게도 한다. 그만큼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 우리의 저력은 확실한 상황에서가 아니라 불확실한 상황에서 드러난다.
 
 
지진 규모는 진원에서 방출한 에너지 척도
포항 지진 지진파

포항 지진 지진파

지진 세기는 ‘규모’와 ‘진도’로 표현된다. 규모는 지진 발생 지점의 거리와 상관없는 ‘절대적’ 개념이고 진도는 발생한 곳으로부터 거리가 멀면 멀수록 작아는 ‘상대적’ 개념이다.
 
규모는 지진이 발생한 진원에서 방출한 에너지의 척도이며 지진계에 관측된 지진파로 산출한다. 1935년 미국 과학자 찰스 리히터가 창안한 규모를 보편적으로 사용하는데, 규모가 1씩 커질 때마다 지진 에너지는 32배 증가한다. 진도는 지표에서 느껴지는 흔들림이나 시설물 파손 정도를 바탕으로 정해 놓은 지진 크기다. 같은 규모의 지진이라도 진도는 진앙에서 떨어진 거리에 따라 다르다.
 
 
조천호 국립기상과학원(책임운영기관) 원장
국립기상과학원 원장. 연세대 대기과학 박사. 국립기상연구소 지구대기감시센터장, 지구환경시스템연구과장, 기후연구과장 역임. 미국 지구시스템과학원 지구대기감시연구소 탄소순환연구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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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