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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임을 위한…' 내년 5월 전 노래방서도 부르게 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왼쪽)이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37주년 5·18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 [중앙포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왼쪽)이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37주년 5·18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 [중앙포토]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의 첫머리다. 이 노래는 5·18 2주기를 앞둔 82년 4월 윤상원·박기순 열사의 영혼결혼식에 헌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35년이 흐른 올해는 5·18기념식 때 문재인 대통령이 1만여 명의 참석자들과 함께 불러 노래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겼다.
 
5·18 희생자들을 ‘님’으로 표현한 노래는 이후 전국의 대학가를 넘어 국민적인 ‘가요’가 됐다. 각종 집회나 추모행사의 기념곡은 물론이고 2002년 월드컵 등에서는 공식 응원가로 사용됐다. 현재 홍콩에서 ‘애적정전(愛的征戰)’이라는 제목으로 불리는 노래는 대만과 미얀마 등 해외에도 널리 퍼져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왼쪽)이 지난해 12월 27일 녹음 최초본을 디지털로 복원한 박종화 작곡가와 함께 오월노래음반을 들어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왼쪽)이 지난해 12월 27일 녹음 최초본을 디지털로 복원한 박종화 작곡가와 함께 오월노래음반을 들어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하지만 정작 이 노래는 국내 곳곳에 있는 노래방에선 부를 수가 없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작곡·작사자들이 노래에 대한 저작권을 등록해놓지 않아서다. 저작권이 없으니 국내 최대 노래방 반주기 업체인 K사나 T사의 음반 목록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 때문에 노래방 이용자들 사이에선 “노래방에서 부를 수 없는 금지곡이다” “MB(이명박) 지시로 빠졌다” 등의 루머가 떠돌기도 했다.
 
사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저작권이 등록되지 않은 것은 매우 단순한 이유에서 비롯됐다. 이 노래의 작곡자인 김종률(59)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이 ‘개인이 만든 노래가 아닌, 모든 국민의 노래’라며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을 하지 않아서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 행사에서 노 전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등과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 행사에서 노 전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등과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중앙포토]

가사의 원작자인 백기완(85) 통일문제연구소장 역시 1998년 ‘나는 이 노래에 대한 소유권도 저작권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미 이 땅에서 새날을 기원하는 모든 민중의 소유가 됐기 때문’이라며 저작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82년 당시 노래는 백기완의 시 ‘묏비나리’에서 가사를 따오고 당시 전남대 학생이던 김 사무처장이 곡을 붙여 탄생했다.
 
이 노래는 내년 5·18기념식 전까지는 노래방에서 부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작곡자인 김 사무처장이 “올해 내로 저작권을 등록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K사·T사 등 노래방 반주기 업체들에 따르면 저작권이 있는 노래의 경우 빠르면 1개월 안에 노래방 음반 목록에 반영된다. 
김종률 사무처장이 1982년 직접 쓴 악보. [중앙포토]

김종률 사무처장이 1982년 직접 쓴 악보. [중앙포토]

김 사무처장은 “광주시민과 모든 국민이 두루 사용하시라는 의미로 저작권 등록은 생각조차 안 했다”며 “38주기를 앞둔 5·18 정신을 문화·예술적으로 승화시키는 차원에서 저작권 및 노래방 등록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아울러 김 사무처장은 “5·18과 관련된 문화예술 콘텐트는 온전히 80년 5월을 알리는 데 사용돼야 한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저작권료는 5·18 단체나 추후 설립될 5월 관련 문화·예술단체에 전액 전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때 계엄군에 의해 희생된 윤상원과 야학을 운영하다 사망한 노동운동가 박기순을 기리기 위한 노래다. 녹음 당시 신군부의 감시에 걸릴까 봐 담요로 창을 가려 음악 소리가 새나가지 않도록 하고 녹음을 한 일화는 유명하다. 원곡 제목은 ‘님을 위한 행진곡’이지만 맞춤법 표기법에 따라 ‘임을 위한 행진곡’이 됐다. 녹음 후 2000개의 카세트테이프에 복사된 노래는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유가족인 김소형씨를 위로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유가족인 김소형씨를 위로하고 있다. [중앙포토]

앞서 5·18기념재단은 82년 최초로 녹음된 이 노래의 원곡을 디지털 음원으로 복원해 지난해 12월 공개하기도 했다. 광주 지역 문인 10여 명이 황석영(74) 작가의 집에 모여 비밀리에 노래를 녹음한 지 34년 만에 음원이 디지털화된 것이다.‘임을 위한 행진곡’ 등 5월 노래들을 디지털로 복원한 박종화(54) ‘오월 음반’ 총감독은 “노래 중간에 개 짖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생생하게 당시의 현장 상황과 긴박함 등이 담겨있다는 것 자체가 노래가 지닌 가치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5·18을 상징하는 노래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부터 보훈처가 ‘제창’이 아닌 합창단에 의한 ‘합창’으로 바꾸면서 지역 사회의 반발을 샀다. 제창은 한자리에 있는 참석자들이 같은 노래를 동시에 부르는 것을 뜻하지만, 합창은 합창단 외에 참석자들이 따라 부를 필요가 없다.  5월 단체 등은 이에 항의해 국립 5·18민주묘지가 아닌 옛 묘역에서 별도로 기념식을 치르는 등 파행을 빚어왔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왼쪽)이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중앙포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왼쪽)이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중앙포토]

김 사무처장은 올해 5·18기념식 때 문 대통령과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며 지난 9년간의 마음고생을 달랬다. 보수성향의 정권과 보수단체들의 반발로 인해 5·18의 상징곡을 기념식에서조차 마음껏 노래를 부르지 못한 시간이 생각나서다. 당시 김 사무처장은 “보수단체들이 5·18 희생자를 표현한 ‘님’을 놓고 북한의 김일성을 찬양하는 노래라고 할 때마다 억장이 무너졌다”며 “이제야 역사가 바른 자리를 찾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5·18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민주화운동의 정신, 그 자체”라며 김 사무처장 등과 함께 힘차게 노래를 불렀다. 문 대통령은 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은 희생자의 명예를 지키고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억하겠다는 것”이라며 “오늘의 제창으로 불필요한 논란이 끝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인 지난해 5월 17일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제36주기 5·18 민주화운동 전야제 행사장인 광주광역시 금남로 민주광장 앞을 행진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인 지난해 5월 17일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제36주기 5·18 민주화운동 전야제 행사장인 광주광역시 금남로 민주광장 앞을 행진하고 있다. [중앙포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이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37주기 5·18기념식에서 9년 만에 노래를 제창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이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37주기 5·18기념식에서 9년 만에 노래를 제창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스틸컷. [중앙포토]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스틸컷.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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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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