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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 숨진 2층 여성 목욕탕 … 불난줄도 모르고 당했다

왜 인명 피해 컸나
21일 충북 제천시 하소동의 9층 복합상가(노블 휘트니스 앤 스파)에서 발생한 화재는 목욕탕·헬스클럽·음식점 등이 들어선 다중 이용 시설인 데다 유독가스가 건물 전체로 삽시간에 번지면서 피해가 컸다. 건물 주변 주차 차량으로 소방사다리 등 장비 진입이 지연되고 건물 내장재도 화재에 취약한 소재가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대원들이 21일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에서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이날 변을 당한 상당수는 2~3층 목욕탕 시설에 있던 사람들이다. 건물 외부에 설치된 대형 LPG 저장통이 보인다. [뉴시스]

소방대원들이 21일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에서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이날 변을 당한 상당수는 2~3층 목욕탕 시설에 있던 사람들이다. 건물 외부에 설치된 대형 LPG 저장통이 보인다. [뉴시스]

 
해당 건물은 목욕탕(2~3층), 헬스장(4~6층), 스포츠댄스장(7층), 음식점(8~9층) 등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시설(연면적 3813 ㎡)이다. 이용객 대부분이 무방비 상태에서 화재를 당해 미처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유독가스가 2층 목욕탕 입구로 몰려오면서 이용객들이 대피할 시간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 목욕을 하던 여성들은 화재 발생을 금방 알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목욕탕은 창문도 거의 없는 밀폐된 공간이다. 유독가스가 진입하면 피해가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모(50)씨 등 사망자 29명 가운데 20명은 2층 여성 목욕탕에서 나왔다. 나머지는 6~7층에서 8명, 6~7층 사이 계단에서 1명이 발생했다. 현장에 출동했던 한 간호사는 “화재 현장에 목욕탕이 있다 보니 옷도 제대로 못 입고 숨진 분들이 많았다. 시신에 불에 탄 흔적은 없는 걸 보면 대부분 질식사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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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불은 이날 오후 3시53분쯤 건물 1층 주차장에 있던 차량에서 시작됐다. 불이 나면서 발생한 유독가스가 건물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충청북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주차장 쪽에서 발화가 된 것까지는 확인했다. 신고는 화재 직후 목욕탕 관계자가 했다. 신고가 접수된 뒤 현장으로 소방대원들이 바로 출동했다”고 말했다. 옥상으로 대피했던 20여 명은 사다리차와 헬기로 구조됐다.
 
참사는 건물 주변에 주차된 차량으로 소방차 진입이 늦어진 탓에 초동 진화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가 난 4분 뒤인 오후 3시56분에 제천소방서 소방차 등이 출동했다. 하지만 건물 주변 주차 차량 때문에 신속히 구조작업을 할 수가 없었다. 화재 진압에 필수적인 초기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소방차가 진입하는 데 필요한 7∼8m의 도로 폭도 확보되지 않아 화재현장 접근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굴절 소방차량이 고장 나 고층에 대피해 있던 주민들 대피가 지연되기도 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날씨가 너무 추워 밸브가 터지면서 한동안 굴절차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했다.
 
화재가 발생한 복합상가 외벽이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 소재였던 점도 피해를 키웠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소재는 2015년 화재로 13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의정부시 도시생활주택에 사용된 건물 마감재다. 불에 너무 취약해 불쏘시개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고, 유독가스도 뿜어낸다. 이 소재는 대리석이나 벽돌 마감에 비해 가격이 최대 3분의 1로 저렴하고 시공 기간이 짧아 건설현장에서 많이 이용되고 있다. 이 건물은 드라이비트 위에 페인팅 작업을 했다.
 
2015년 말부터 6층 이상 건물 외벽에 불연재·난연재를 쓰도록 소방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화재가 난 건물은 2015년 이전(2011년)에 지어져 단열재로 불연재 등을 쓰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소방 당국의 설명이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불이 급속도로 번지는 데 영향을 줬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이 건물이 최근 리모델링 한 것도 불길이 빠르게 번지는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건물은 전 주인이 경영난을 겪다 2016년 경매에 들어갔다. 올해 3명이 공동 인수해 지난 10월 다시 문을 열었다. 새로 칠한 페인트와 내부 장식재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순식간에 번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게다가 건물 내부가 미로처럼 복잡해 안에 있던 사람들이 쉽게 나오기 어렵고 유독가스가 빠져나가기 어려운 구조인 것도 인명 피해를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는 출입문이 잠겨 나오지 못했다는 목격자 진술도 나오고 있다. 스포츠센터가 새로 문을 열면서 할인행사로 고객을 끌어모은 것도 피해를 키운 요인이 됐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50대 주민 윤모씨는 “스포츠센터가 요금할인 행사를 하면서 최근 부쩍 사람이 몰렸다”고 했다.
 
화재가 건물 아래에서 시작됐다는 점도 피해를 키웠다는 게 소방 당국의 지적이다. 화재는 필로티 방식으로 지어진 1층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화재가 아래에서 시작해 위로 번진 탓에 사람들의 탈출이 쉽지 않았다.
 
일부 목격자는 취약한 건물 구조와 구조작업의 실수 등을 지적했다. 목격자들은 “소방대원들이 목욕탕 창문을 깨고 구조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고 말했다.
 
화재 당시 건물에 있던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는지도 의문이다. 박충화 대전대 안전방재학부 교수는 “모든 건물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화재의 피해 규모로 볼 때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소방법에 따르면 이번 화재가 난 복합시설의 경우 연면적 5000㎡ 이상이어서 스프링클러 설치 규정을 적용받는다. 
 
제천=김방현·박진호·김민욱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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