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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온 외벽청소 사다리차 3명 살렸다

1층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상가건물을 타고 올라갔다. 화마가 9층짜리 건물을 집어삼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화염에 휩싸인 건물 창밖으로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소방대원들이 도착했을 때 건물 옥상에는 시민 20여 명이 대피해 있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헬기 2대가 이들을 구조했지만 건물 내부에는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남아 참변을 당했다.
 
화재 현장에서 사람들은 건물을 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건물 주변에 있던 한 남성은 “아내가 2층 사우나에 갇혀 있다. 어서 구해달라”며 출동한 소방대원을 향해 절규했다.
 
한 20대 여성은 “우리 아빠 어떻게 해”라며 가족을 끌어안고 울었다. 우모(56·여)씨는 “함께 에어로빅을 하는 언니가 오후부터 연락이 되지 않아 이곳에 왔다. 5~6년 함께 운동을 한 언니가 변을 당하지 않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자신이 아는 지인 2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고 했다.
 
민간 회사 사다리차(원 안)가 연기로 뒤덮인 화재 현장으로 접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간 회사 사다리차(원 안)가 연기로 뒤덮인 화재 현장으로 접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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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 최진만(50)씨는 “화재 건물 근처에서 수퍼를 운영하는 지인이 연락이 닿지 않는다. 지인 가족들도 초조하게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연배(65)씨는 “화재가 나기 30분 전 건물 옆에 설치돼 있는 LP가스 탱크를 충전하는 작업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화재로 여동생을 잃은 한 유가족은 “평소에는 불이 난 건물 바로 옆의 목욕탕을 다녔는데 하필 오늘 그곳에 가서 변을 당했다”며 울부짖었다. 그가 말한 다른 목욕탕은 불이 난 건물에서 도보로 수분 거리에 있었다.
 
건물 외벽 청소와 유리 설치 일을 하는 이양섭(54)씨는 오후 5시쯤 화재 현장을 목격한 뒤 자신의 회사 사다리차를 투입해 건물 베란다 난간에 대피했던 3명을 구조했다.
 
옥상으로 대피했던 한 시민이 지상에 설치된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옥상으로 대피했던 한 시민이 지상에 설치된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씨는 “멀리서 연기를 보고 큰불이라고 생각해 화재 현장 부근의 친구에게 전화했더니 건물 옥상에 여러 명이 매달려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서둘러 사다리차를 몰고 건물 외벽에 붙였다”며 다급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씨는 “연기가 너무 심해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었지만 목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탑승한 것을 확인한 뒤 밑으로 끌어내렸다”며 “얼굴이 새까만 3명의 얼굴을 보자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고 말했다. 그가 구조한 3명은 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유가족 등이 제천서울병원에서 사상자 명단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가족 등이 제천서울병원에서 사상자 명단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망자와 부상자가 대거 이송된 제천서울병원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응급실 로비에 피해자 가족 100여 명이 모였다. 로비 안내판에 새로운 이름이 쓰일 때마다 곳곳에서 통곡이 쏟아졌다.
 
어머니의 죽음을 확인한 40대 여성은 응급실 입구에서 주저앉아 “엄마~ 엄마~”라고 외치며 울었다.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학생들은 응급실 로비를 오가며 친구의 생사를 확인했다. 여학생들은 친구의 이름이 안내판에 적히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살아 있을 거야”라며 두 손을 꼭 잡았다.
 
장례식장 안치실 입구에는 경찰 20여 명이 배치돼 유족과 관계자를 제외한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통화를 하던 한 50대 여성은 “도저히 실감이 안 나 눈물도 안 나온다”고 울먹였다. 최윤화(64)씨는 “교회 신도 1명과 다니고 있는 교회 목사님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고 말했다.
 
사고 소식을 접한 문재인 대통령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중심으로 신속한 화재 진압과 구조로 인명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만전을 기해 주기 바란다. 안타깝게도 이미 사망한 분들에 대해서는 빨리 신원을 파악해 가족들에게 신속히 소식을 전달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강원도 강릉에서 경강선 고속철도 개통식에 참석 중이던 이낙연 국무총리는 화재 보고를 받고 서울로 돌아와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해 “가용한 모든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신속한 인명 구조와 화재 진압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김 장관은 이날 헬기를 타고 제천으로 이동했다. 김 장관은 장례식장을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조종묵 소방청장과 이시종 충북도지사도 사고 현장으로 갔다.
 
이날 화재로 22일 제천에서 열릴 예정이던 2018 평창 겨울올림픽대회 성화 봉송 일정이 취소됐다. 평창 올림픽조직위는 “현재 충북 지역을 지나는 성화가 22일 제천에서 봉송될 예정이었으나 화재로 일정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직위 관계자는 “22일 하루 동안 제천 화재의 희생자를 추모하기로 했다. 제천에서 뛰기로 했던 성화 봉송 주자들에게는 취소 소식을 통보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제천=신진호·최종권 기자,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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