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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는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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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이나 기부금 128억원을 사적으로 쓴 ‘새희망씨앗’ 사건으로 기부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 최근 수 년간 이어진 장기 침체로 기부금을 내겠다는 사람도 줄고 있다. 올해 통계청 사회조사에 의하면 지난 1년간 기부 경험이 있는 사람은 26.7%에 불과하다. 2011년 36.4%로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감소 추세다. 향후 기부 의사를 물은 질문에는 41.2%만이 “기부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이 역시 2013년 48.4%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 중이다.
 
비슷한 결과는 또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원봉사나 기부단체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국민은 2015년 응답자의 11.9%에서 2016년엔 9.8%로 역시 감소세가 뚜렷하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도 우리나라의 기부 참여 정도는 낮은 편이다. CAF라는 영국 자선단체가 매년 발표하는 나눔지수(CAF World Giving Index)에서 올해 우리나라는 62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5위, 캐나다는 7위, 영국은 11위였다. 기부는 필요하고 계속돼야 한다.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개인적 효용이 크다. 많은 연구에서 기부의 개인적 효용을 다루고 있다. 기부를 하면 기분이 좋다. 큰 피해가 직접적으로 예상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사람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 돕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앞서 제시한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90% 가량은 ‘어려운 처지의 사람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나를 좋은 사람으로 여기는 것도 좋다. 뿐만 아니라 기부는 기분 좋음 이상의 실질적 효용도 있다. 기부를 해서 얻는 좋은 평판은 사회적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세제혜택은 덤이다. 사회 전체의 차원으로 볼 때도 기부는 효용이 큰 행위다.
 
여기에 기부는 사회의 결속 정도를 높여 사회 통합에 기여한다. 기부는 양극화된 사회에서 사회 분열을 막고 하나의 사회로 유지해 나가는 하나의 동력으로 기능한다. 자본주의가 심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양극화는 갈등과 분열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사회적 불평등의 해결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긴 하지만, 정부 혼자 불평등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기부가 계속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이미 나와있다.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이 실시한 기부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우리 나라 기부 문화 수준이 낮은 이유 중 첫째가 ‘기부를 받는 기관이 투명하지 않아서(응답자의 66.6%)’가 꼽혔다. 이어 ‘사회지도층이 솔선수범해 기부하지 않아서(56.3%)’, ‘기부는 부자들이나 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29.9%)’등이 뒤를 이었다. ‘기부 받는 기관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서(21.4%)’란 응답 역시 다섯 명당 한 명 꼴에 이르렀다.
 
기부단체에 대한 불신은 심각한 문제다. 아직 기부에 참여하지 않는 잠재적 기부자에게 독이 된다. 믿지 못할 사람들에게 내 돈을 기꺼이 내줄 사람은 없다. 기부단체 투명성 제고를 위한 자율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부 방법이나 단체를 몰라서 기부하지 않는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요즘처럼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한 정보 획득이 쉬워진 세상에서 정보 부족을 논할 것은 아니다. 대신 이 문제는 기부 수단과 연결지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기부 수단이 존재하면 그만큼 기부도 쉬워진다. 새로운 형태의 기부 문화는 그래서 더 고무적이다. 개인의 능력에 기초한 재능기부, 돌잔치 대신 하는 돌 기부, 해피빈이나 같이가치와 같은 온라인 기부 등 형식이나 내용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기부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는 기부의 지원자와 규제자로서 기능해야 한다. 지원자로서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훈련 기능이다. 유년기 기부에 대한 교육과 훈련은 기부문화 형성의 원동력이다. 또한 기부 유도를 위한 조세 감면 정책도 중요하다. 실제 많은 연구에서 기부에 대한 조세 감면은 기부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기부단체에 대한 적절한 감시자, 규제자로서 기능해야 한다. 기부단체의 횡령이나 불법적 사용을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 특히 기부단체의 투명성 증진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국민들의 귀한 기부금으로 엉뚱한 사람들이 배룰 불리는 일은 막아야 한다. 기부자 개개인이 어떤 기부단체가 믿을 만한지까지 챙겨야 하는 현실에서 ‘기부를 늘리자’는 말은 구호는 어불성설일 뿐이다.
 
 
윤건
한국행정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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