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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칼럼] 그 아이가 서울대를 자퇴한 이유

배주은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1학년

배주은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1학년

강원도 화천군에서 태어나 20년 가까이 자랐다. 변변한 학원조차 없는 작은 시골 동네다. 그 때문에 우리 고향에서 서울로 대학을 진학한다는 것은 굉장한 경사다. 그런 화천에서 한 선배가 대한민국에서 단연 최고의 대학에 입학하는 경사가 일어났다. 하지만 기쁨의 소식도 잠시, 1년 후 선배의 휴학 소식을 듣게 되었다. 농어촌전형으로 입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변 동기로부터의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처음 들을 땐 잘 이해가 안 됐다. 하지만 내가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해 보니 학내에서의 농촌에 대한 인식은 그야말로 심각했다.
 
동기나 선배들이 나를 지칭하는 말은 ‘감자’였다. 처음 보는 선배가 첫 인사로 ‘감자는 묵어봤나?’ 하고 말을 걸어오기까지 했다. 농어촌전형으로 입학한 친구들이 비교적 성적이 낮은 이유가 그들이 교육열이 낮은 시골에서 왔기 때문이라는 편견이 캠퍼스를 물들이고 있었다. 입학 후 언젠가부터 동기들도 농어촌전형으로 입학한 친구들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SNS를 살펴봐도 강원도를 비하하는 사진들이 빈번하게 보인다. 감자로 버스표를 교환하는가 하면, 남녀 간의 사랑 고백을 감자와 고구마를 주고받는다고 한다. 물론 전혀 근거가 없는 사진들임에도 네티즌들은 친구들을 태그하며 조소하는 듯한 댓글을 작성했다.
 
어쩌다가 농촌은 이렇게 지적이지 못한 사회부적응자들이 사는 곳으로 변질된 것일까. 한 세대 전만 해도 서울의 대학생 중 절반 이상은 지방 출신이었다. 하지만 이제 지방, 특히 농촌 출신 대학생의 비중은 크게 떨어졌다. 수도권과 도시에서만 나고 자란 많은 학생은 이제 지방의 역할과 소중함을 인정하지 않는다. 왜 농촌이 지속돼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도 없다.
 
대한민국은 세계 주요 20개국에 들 만큼 발전한 나라다. 하지만 진정한 선진국은 아직 아니다. 가장 개방적이고 통합적이어야 할 대학조차 나와 다른 것을 포용하고 인정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도시, 특히 서울의 발전은 지방의 오랜 희생이 있어 가능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교육과 인프라 격차다. 이를 보완하는 작은 제도를 ‘공정하지 않다’고 내치는 건 역사적 맥락을 모르는 너무 단편적인 사고가 아닐까.
 
배주은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1학년
 
◆ 대학생 칼럼 보낼 곳=페이스북 페이지 ‘나도 칼럼니스트’(www.facebook.com/icolumnist) e메일 opinionpag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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