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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저커버그 우주탐사 나선 이유

2016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통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외계행성 1284개를 새롭게 발견했다. 이 중에는 온도나 중력 등의 조건이 지구와 비슷해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큰 외계행성 9개도 포함됐다. [NASA]

2016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통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외계행성 1284개를 새롭게 발견했다. 이 중에는 온도나 중력 등의 조건이 지구와 비슷해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큰 외계행성 9개도 포함됐다. [NASA]

“저 하늘 너머에도 사람이 살고 있을까”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소련(현 러시아)의 한 시골 마을에 살고 있던 소년은 언제나 우주를 꿈꿨습니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외계문명이 존재하는 행성이 있을 거라고 상상했죠. 마침 그가 태어나던 해인 1961년에는 소련이 세계 최초로 유인 우주선을 쏘아 지구 밖으로 나가는데 성공했습니다. 당시 우주선에 타고 있던 비행사는 인류의 첫 번째 우주인인 유리 가가린(Yury Alekseyevich Gagarin)이었죠. 부모님은 그의 명칭을 따 소년의 이름을 짓습니다.
 
 바로 러시아 출신의 억만장자 유리 밀너(Yuri Borisovich Milner)입니다. 소련이 붕괴되고 미국으로 이주한 유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땁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졸업한 바로 그 곳이죠. 이후 벤처 투자가로 변신해 초창기 페이스북·트위터·샤오미 등에 펀딩하며 막대한 부를 손에 쥡니다. 현재 그의 재산은 약 2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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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나가던 사업가였던 그가 2012년 전 세계의 최상위 부호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어린 시절 자신의 꿈이었던 우주 탐사를 실현하기 위한 첫 걸음이었습니다. 먼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등을 찾아가 본인의 뜻을 설명합니다. 이들과 함께 거액의 돈을 마련한 그는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 재단을 만듭니다.
브레이크스루재단의 설립자인 러시아 출신 갑부 유리 밀너와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 [유튜브]

브레이크스루재단의 설립자인 러시아 출신 갑부 유리 밀너와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 [유튜브]

 브레이크스루는 원래 ‘돌파구’라는 뜻인데요. 엔지니어들 사이에선 컴퓨터 시스템을 개발할 때 기술적으로 어렵던 문제가 어느 순간 해결책을 찾게 되는 걸 뜻합니다. 이들은 제일 먼저 과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기초과학상’을 제정합니다. 생긴지 5년밖에 안 됐지만 과학계에서 차지하는 이 상의 권위는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2016년 4월 브레이크스루 재단은 ‘스타샷 프로젝트’라는 우주탐사 프로젝트를 가동하게 되는데요. 세계 최고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책임을 맡았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1000개의 나노 우주선을 쏘아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인 ‘알파 센타우리’를 탐험하는 게 목적입니다. 각각의 우주선엔 항법장치와 통신장비, 카메라 등이 설치돼 있습니다. 센타우리를 탐사하는 스타샷 프로젝트는 연구 개발에서 실제 탐험까지 40년 이상 걸린다고 합니다. 대략 100억 달러(약 11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으로 전망되고요.  
알파 센타우리 상상도. [나무위키]

알파 센타우리 상상도. [나무위키]

 센타우리는 봄과 여름 사이 지구에서 관측되는 별입니다. 남쪽 하늘 지평선 근처에서 관측되는 가장 밝은 별로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4.37광년),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이죠. 그러나 아직 인간의 기술로 닿기에는 매우 먼 곳에 있습니다. 빛의 속도로 달려도 4.37년이 걸리는 어마어마한 거리(43조7000억㎞)죠.  
 
 그럼 그 멀리까지 어떻게 날아가느냐고요? 먼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물체를 알아보겠습니다. 미국 록히드사가 개발한 정찰기 SR-71 블랙버드는 마하 3.32의 속도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비행깁니다. 마하는 음파의 전달 속도를 이야기하죠. 시속으로 치면 1224km/h에 해당합니다. 즉 블랙버드는 1시간에 4063km를 날아간다는 뜻입니다. 서울에서 런던까지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속도죠.
전략정찰기 SR-71 블랙버드. [사진 록히드마틴]

전략정찰기 SR-71 블랙버드. [사진 록히드마틴]

 그러나 제 아무리 빠른 블랙버드도 이렇게 날아간다면 센타우리까지 가는데 100만년이 넘게 걸립니다. 그래서 스타샷 프로젝트에서 호킹 박사가 고안한 방법은 소형 우주선에 마치 바다에 떠 있는 배처럼 돛을 다는 겁니다. 반도체 크기의 우주선에 빛을 반사하는 소형 돛을 탑재하고 지표면에서 레이저를 쏴 가속시켜 밀어내는 원립니다. 우주는 공기가 없기 때문에 한번 가속되면 계속 빠른 속도로 날아갈 수 있죠. 1g 무게의 초소형 나노 우주선 1000개를 쏘아 올리는 게 스타샷의 핵심입니다.  
스타샷 프로젝트에서 구상중인 나노 우주선. 돛을 활짝 펼쳐 지표면에서 쏜 레이저를 동력삼아 우주로 나아간다. [sciencealert.com]

스타샷 프로젝트에서 구상중인 나노 우주선. 돛을 활짝 펼쳐 지표면에서 쏜 레이저를 동력삼아 우주로 나아간다. [sciencealert.com]

 그럼 이 경우 속도를 얼마까지 높일 수 있을까요? 호킹 박사는 이론적으로 광속의 20%까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광속의 20%는 시속 2억1만6000km, 마하 17만6470에 달하는 엄청난 빠르기입니다. 블랙버드보다 5만3153배 빠른 거죠. 우주선이 센타우리까지 도착하는데 약 22년, 센타우리에서 지구로 신호를 보내는데 4년이 조금 더 걸립니다. 우주선이 지구에서 출발한 후 대략 26년 후면 결과를 알 수 있는 거죠.
지표면에서 쏜 레이저가 나노 우주선의 돛을 밀면 그 힘으로 가속도를 높인다. [space.com]

지표면에서 쏜 레이저가 나노 우주선의 돛을 밀면 그 힘으로 가속도를 높인다. [space.com]

 밀너는 스타샷에 대해 인간이 우주의 지적 문명을 탐사하기 위해 내딛는 첫 발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정말 우주에 우리와 같은 문명을 가진 외계인들이 존재할까요? 과학자들은 이를 뒷받침하는 논리로 크게 3가지 근거를 제시합니다. 첫째로 우주는 무한하다는 겁니다. 셀 수 없이 많은 별(태양 같은 항성)이 있고 그에 딸린 행성(지구처럼 항성을 도는 천체)의 숫자는 더욱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기 적합한 행성이 존재할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둘째는 슈퍼지구(Super Earth)의 발견입니다. 항성으로부터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어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는 행성들이죠. 물과 대기 등 지구와 비슷한 조건을 갖췄으면서 질량은 지구보다 2~10배 큽니다. 가장 최근에 발견된 슈퍼지구는 ‘케플러-442b’입니다. 크기는 지구의 1.3배 정도이며 공전주기는 112일입니다. 지구로부터 1100광년 떨어져 있고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90%가 넘는다고 합니다.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외계 행성들. 생명이 존재하는 행성을 찾겠다는 미 우주항공국의 케플러 프로젝트에 따라 케플러 우주 망원경이 발견한 것들이다. 왼쪽에 표시된 별 주변을 도는 행성은 25배로 확대한 크기다. 오른쪽 위에 있는 지구와 크기를 비교할 수 있다.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외계 행성들. 생명이 존재하는 행성을 찾겠다는 미 우주항공국의 케플러 프로젝트에 따라 케플러 우주 망원경이 발견한 것들이다. 왼쪽에 표시된 별 주변을 도는 행성은 25배로 확대한 크기다. 오른쪽 위에 있는 지구와 크기를 비교할 수 있다.

 셋째는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생명체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는 거죠. 깊은 바다 속에서 지각 활동으로 생긴 열수구(熱水口·심해저 대양저산맥에서 뜨거운 액체가 분출되는 구멍)에도 미생물과 새우 부류가 살고 있는 것으로 관찰됩니다. 이 곳은 심해 화산에서 터져나오는 용출수로 최고 온도가 350℃나 된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양잿물보다 유독성이 강한 폐수에서 사는 미생물 등이 있죠. 물곰은 영하 273도에서 영상 151까지의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고 생명체에게 치명적인 농도의 방사성 물질의 1000배에 달하는 양에 노출되도 죽지 않습니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물곰. [두산백과]

극한의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물곰. [두산백과]

 이런 이유들로 과학자들은 외계에는 분명 또 다른 생명체가 있을 거라고 예측합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태양계 끝자락에서 우주 탐사선과 비슷한 천체를 발견하면서 외계 생명체가 정말 존재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설이 제기됐습니다. 길이 100m 가량에 궐련모양의 소행성인 ‘오무아무아(Oumuamua)’가 바로 주인공입니다.  
 
 하와이어로 ‘먼 과거에서 온 사자’라는 뜻인 오무아무아는 미국 하와이대 캐런 미치 박사 연구팀이 ‘판-스타스(Pan-STARRS)’ 망원경으로 발견했습니다. 미치 박사는 2017년 11월 20일자 ‘네이처’에 ‘길쭉한 형상의 붉은 성간 소행성의 짧은 방문(A brief visit from a red and extremely elongated interstellar asteroid)’이라는 논문을 실었습니다.
오무아무아 상상도. [AFP=연합뉴스, ESO, M. Kornmesser]

오무아무아 상상도. [AFP=연합뉴스, ESO, M. Kornmesser]

 논문에 따르면 길이 100m 폭 10m 가량의 소행성은 거문고자리의 1등성 직녀성 쪽에서 태양계로 유입됐습니다. 태양계 밖에서 유입된 최초의 천체인 셈이죠. 현재는 지구로부터 약 2억㎞ 떨어진 곳에서 시속 13만7900㎞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 쪽으로 다가오지 않고 태양계를 벗어나 인터스텔라(interstellar·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계와 또 다른 항성계 사이의 공간)로 돌아가는 궤도에 오른 것으로 예측됩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소행성과 혜성의 수는 약 75만개에 달합니다. 그러나 이중 태양계 밖에서 온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브레이크스루재단은 지난 11일 이 소행성이 태양계로 찾아온 외계문명의 우주선일 수 있는 가능성을 두고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오무아무아에서 온 전파 신호를 잡기 위해 세계 최대의 망원경을 동원하는 ‘브레이크스루 리슨(Listen)’ 프로젝트입니다. 세계 최고의 망원경 중 하나인 ‘로버트 C.버드 그린 뱅크’를 통해 1~12GHz 범위의 4개 주파수 대역에서 오무아무아를 관측하는 것이죠.
영화 프로메테우스에서 인간을 창조한 외계문명 '엔지니어'의 행성을 찾아가는 우주탐사선 프로메테우스호. [영화 프로메테우스]

영화 프로메테우스에서 인간을 창조한 외계문명 '엔지니어'의 행성을 찾아가는 우주탐사선 프로메테우스호. [영화 프로메테우스]

 과학자들이 오무아무아를 우주선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근거는 독특한 생김새 때문입니다. 영화 속에서 묘사되는 우주선을 보면 보통 둥그런 구나 직각의 직육면체 대신 궐련 모양의 기다란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성간 가스와 먼지에 의해 생기는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죠. 오무아무아는 기존에 발견된 다른 소행성들과 달리 기다란 담배 같은 외형이며 최초의 성간 천체라는 점에서 외계문명이 만든 인공물일 거라는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앤드류 시미온 미국 버클리 외계지적생명체탐사(SETI) 연구소장은 “이 천체가 인위적이든 자연적이든 상관없이 오무아무아는 과학계의 중요한 연구대상”이라고 말합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기술적인 신호나 전파 등이 관측되지 않더라도 아직 미확인된 우주 전파 스펙트럼의 일부를 알아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브레이크스루 리슨’은 100만개의 별·비행체와 100개의 은하를 조사해 외계문명의 증거를 찾을 계획입니다.
미국 존스 홉킨스대 응용물리연구소가 공개한 파커 태양 탐사선. [AP연합뉴스]

미국 존스 홉킨스대 응용물리연구소가 공개한 파커 태양 탐사선. [AP연합뉴스]

 이처럼 우주 탐사를 향한 인간의 노력은 언젠가는 성과를 얻게 될 겁니다. 문명이 시작된 이후에 하늘 위 별들의 세상을 그리는 인간의 작업은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최근 들어 우주탐사의 목적이 식민지 또는 이주 행성 건설, 우주 자원 확보 등 다양한 용도로 목표가 세분화되긴 했지만 그 밑바탕엔 한 가지 궁극의 질문이 깔려 있습니다. 바로 ‘우리는 어디에서 왔느냐’ 하는 것이죠.
 
 “일찍이 사람들은 먼 바다를 바라보고는 신을 이야기했다”는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Wilhelm, 1844~1900)의 말(‘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처럼 인간은 보이지 않고 닿을 수 없는 저 멀리 어딘가에서 신의 근원을 찾아 왔죠. 물론 인간의 탄생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만 신을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인간은 어떻게 태어났으며 만물은 무엇으로부터 기원했는가에 대해 질문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된 경북 영양군 수하면 반딧불이생태공원 내 반딧불이천문대 밤하늘 풍경. [중앙포토]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된 경북 영양군 수하면 반딧불이생태공원 내 반딧불이천문대 밤하늘 풍경. [중앙포토]

 결국 우리가 우주를 탐사하는 궁극의 목적은 인간의 근원에 대한 것입니다. 니체가 살던 시절까진 ‘먼 바다’를 보고 신을 이야기 했다면 지금 인류는 저 하늘 너머 우주를 바라보며 신을 생각합니다. 고대 수메르 문명이 외계에서 기원했다는 주장부터 지금의 스타샷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우주를 연구하고 탐사하는 것은 곧 인간은 어디에서 왔는가 하는, 본질적 고민을 풀기 위한 일련의 과정입니다.  
 
 그러나 궁극의 질문을 찾아가는 과정에선 또 다른 위험이 존재합니다. 인간의 욕심이죠. 이를 잘 다룬 영화가 바로 ‘에이리언’ 시리즈입니다. SF영화의 거장 리들리 스콧이 감독했습니다. 그는 1편을 만든 ‘에이리언’의 창시자이며 최근 ‘프로메테우스’, ‘커버넌트’로 이어지는 독특한 세계관을 만들어낸 명감독이죠. 그의 접근은 살펴본 유리 밀너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외계문명에 대한 탐사, 그로 인해 얻고 싶은 해답은 그의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핵심 코드입니다.
 먼저 ‘프로메테우스’는 먼 옛날 엔지니어라 불리는 외계문명이 지구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엔지니어는 검은 액체로 된 약을 먹고 자신을 분자화해 물속으로 녹아들어가 유기체를 만들어냅니다. 이 때부터 생명이 처음 시작됐다는 설정이죠. 먼 훗날(21세기 후반) 한 고고학자가 수메르 문명이 남긴 유적을 통해 힌트를 얻어 엔지니어 행성의 존재를 깨닫습니다. 고고학자는 그의 탐사를 후원해줄 사람을 찾기 시작하죠.
 
 마침 세계 최대의 부호 웨이랜드는 이 소식을 듣고 외계문명 탐사를 지원키로 합니다. 그에겐 항성 간을 왕복할 수 있는 우주선 ‘프로메테우스호’와 사람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 로봇 ‘데이빗’이 있습니다. AI 로봇을 발명한 웨이랜드는 스스로를 인간을 뛰어넘는 새로운 종을 창조한 ‘신’이라고 생각하는 오만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도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인간보다 뛰어난 AI를 만든 세계 최고의 갑부인 웨이랜드도 죽음 앞에선 무력하다. 그는 불사의 비밀을 얻기 위해 엔지니어를 찾아간다. [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

인간보다 뛰어난 AI를 만든 세계 최고의 갑부인 웨이랜드도 죽음 앞에선 무력하다. 그는 불사의 비밀을 얻기 위해 엔지니어를 찾아간다. [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

 웨이랜드의 막대한 자금과 기술력을 동원해 탐사대는 우주여행을 떠납니다. 그러나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는 웨이랜드는 우주탐사의 목적을 자신의 ‘불사’를 위해 사용합니다. 원래 우주선에 타선 안 됐지만, 탐사대원들을 속이고 냉동 수면상태로 몰래 우주선에 탑승한 것이었죠. 엔지니어를 만나 자신의 수명을 연장시켜달라는 요청을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몇 년 후 이들은 엔지니어의 행성으로 생각되는 LV-223에 도착합니다. 하지만 행성은 파괴돼 있었고 거대한 우주선만이 남아 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지만 이곳은 엔지니어의 행성이 아니라 엔지니어의 우주선이 불시착한 곳이었습니다. 탐사 일행은 이곳에 동면중인 엔지니어를 깨우게 됩니다. 그 때 웨이랜드가 거만한 표정으로 이야기합니다. “나도 당신처럼 AI라는 존재를 만들었다. 결국 나도 신인 것이다. 그러니 내게도 영생의 비밀을 알려 달라.”
 
 엔지니어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웨이랜드의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다음 장면에선 그의 머리가 뽑힌 채 나뒹굴고 있죠. 이때부턴 엔지니어와 인간들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가까스로 엔지니어를 물리친 인간들은 AI 데이빗이 운전하는 외계문명의 우주선을 타고 그들의 행성으로 갑니다.  
 영화의 묘미는 이때부터 펼쳐집니다. 인간보다 뛰어나지만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시당했던 AI 로봇 데이빗의 반란이 시작된 거죠. 그 스스로가 새로운 창조주가 되려는 겁니다. 데이빗은 엔지니어에게서 훔쳐온 검은 액체를 인간들에게 투여해 또 다른 생명체인 ‘에이리언’을 만들어냅니다. 이후 엔지니어의 행성에 도착한 그는 하늘 위에서 검은 액체를 뿌려 행성의 모든 엔지니어들을 죽입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강대한 자들아, 내 위업을 보라. 그리고 절망하라”입니다. 이때 배경음악으로 바그너의 ‘신들의 발할라 입성’이 묵직하게 깔립니다.
 
 영화는 인간을 창조한 신, 즉 엔지니어가 인간이 창조한 AI에 의해 멸망하는 결말을 제시합니다. 신과 피조물 간에 뫼비우스의 띠처럼 엮인 창조와 파괴의 역설입니다. 그 가운데에는 웨이랜드라는 캐릭터로 대표되는 인간의 욕심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불멸에 대한 욕망, 그리고 스스로 신이 되고자 했던 오만 말이죠.
인간이 창조한 AI 데이빗은 인간과 그의 창조주인 엔지니어를 뛰어넘으려 한다. [영화 프로메테우스]

인간이 창조한 AI 데이빗은 인간과 그의 창조주인 엔지니어를 뛰어넘으려 한다. [영화 프로메테우스]

 마치 오이디푸스의 콤플렉스처럼 아버지인 신을 극복하고자 했던 웨이랜드는 우주탐사로 대변되는 인간의 근원에 대한 물음을 자신의 불멸을 추구하는 방편으로만 삼았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아들이면서, 아버지를 똑 닮은 AI 또한 인간을 뛰어넘고자 창조의 시작이었던 신(엔지니어)을 죽이고 에이리언이라는 새로운 종을 만들어 냈고요. 아마도 AI 데이빗은 스스로 ‘위버멘시(Ubermensch·초인)’라고 생각했던 것일 지도 모릅니다. ‘신은 죽었다’는 차라투스트라의 외침처럼 구시대를 파괴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초인이 되기 위해서 말이죠.
 
 기술의 발전은 늘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가치 판단의 문제를 낳습니다. 그 안에는 늘 번영과 멸망의 두 길이 공존하고 있죠. 그러나 ‘이카루스의 날개’처럼 끝이 없는 번영도, 한계점 없는 욕심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인간이 궁극의 질문을 찾아가는 과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물음이 있었기에 지금과 같은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고, 또 앞으로 눈부신 문명을 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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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물음에 대한 완벽한 해답을 꼭 찾아야 할까요? 마치 머지않은 미래엔 인간복제와 수명연장 등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적 가치 판단의 문제가 될 것처럼 말이죠.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가면서 할 수 있어도 굳이 하지 않는 일이 있는 것처럼 우리의 문명과 제도도 그런 한계를 설정해놓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적어도 인간의 근원을 찾아가는 물음에 있어선 더욱 경건해야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우주탐사를 떠나기 전 웨이랜드는 AI 데이빗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인간이 AI를 만들고 그 어떤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더라도 하나의 질문 앞에선 모든 게 의미가 없지. 바로 ‘누가 인간을 창조했느냐’는 물음이지.” 만일 그의 욕망을 미완의 상태로만 남겨두었다면 어땠을까요. 지나치면 미치지 아니한 것보다 못한 법이죠. 오늘 인간혁명은 여러분에게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조용한 질문을 던져 봅니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그러나 어디로 가야 하는가."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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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만 기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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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기자는 2010년부터 교육 분야를 취재했다. 특히 인성·시민 교육 및 미래와 관련한 보도에 집중했다. 앞으로는 성적과 스펙보다 협동과 배려, 공감 같은 인성역량이 핵심능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를 주제로 ‘휴마트(humanity+smart) 씽킹’이란 책을 냈다. 유네스코가 15년마다 주최하는 세계교육포럼에서 세계시민교육 심포지엄의 기조발표자로 나서기도 했다. 중앙인성연구소 사무국장을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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