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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핵무력 완성 선언, 왜 신년사대신 군수공업대회였나

지난 8일 영하 22도의 날씨에 백두산 정상에 올랐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천지 구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2일 폐막한 제8차 군수공업대회에서 핵무력완성을 주장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2일 폐막한 제8차 군수공업대회에서 핵무력완성을 주장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은 12일 평양에서 열린 제8차 군수공업대회 이틀째 회의 연설에서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국가 핵 무력 완성의 대업을 이룩한 것은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사생결단의 투쟁으로 쟁취한 우리 당과 인민의 위대한 역사적 승리”라고 밝혔다. 북한이 헌법이나 당 대회에서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하고, 또 지난달 29일 화성-15형 미사일 발사 뒤 정부 성명을 통해 “핵 무력 완성”을 언급했지만, 김정은의 육성으로 핵보유국을 선언한 건 처음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의 기술 성숙도나,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이라는 정치적 이벤트를 고려해 내년쯤 핵보유국 선언을 할 것으로 전망해왔다. 특히 1년 정책의 대강을 밝히는 신년사에서 이를 암시하고, 정권 수립 기념일(9월 9일)을 기해 공식 선언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래서 수개월~1년여 정도 북한의 핵개발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기회를 예상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그동안 비공개로 진행해 왔던 군수공업대회 개최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고, 대회 폐막식을 핵 무력 완성의 공식 선언 자리로 택했다. 예상보다 핵 카드 활용이 빨라진 셈이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정은 집권 후 전문가들의 예상이 빗나가고 있다”며 “주변 여건이나 정치적 이벤트보다 날짜는 내(김정은)가 선택한다는 점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정은이 핵무기라는 ‘현실적 위협’을 통한 ‘국면전환’을 시도하기 위해 시간표를 앞당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핵무기 완성의 문턱을 넘기 전 동결이나 비핵화를 추진하려 하자, 김정은은 오히려 ‘완성된 핵’으로 나섰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 속에서도 올해 한 차례의 핵실험과 미국 본토에 닿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화성-15형) 발사를 했다”며 “좌고우면하지 않고 자신들의 시간표대로 상황을 끌고 가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한 수세를 탈피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핵 무력완성 전 동결이나 비핵화를 추진하려던 한·미 당국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올해 핵이나 미사일 개발에 주력했던 북한이 내년에는 핵보유국이라는 전략적 지위를 활용해 평화공세를 펼치면서 국면 전환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핵 무력 완성을 주장함으로써 대내적으로는 주민들의 결집을 유도하고, 대외적으로는 제재 완화나 경제 지원·평화협정 등 구체적인 성과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정은이 내년 신년사에서 자신들의 전략적 지위를 주장한 뒤, 이를 토대로 대북제재 해제, 평화협정 체결 등 미국을 향한 공세를 펼치고 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미사일 실거리 사격 등 추가 도발을 통해 미국을 압박하는 몰아치기식 전략으로 나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김정은의 천지 구상은 핵카드를 통한 ‘모 아니면 도’, 더 추운 냉탕 또는 더 뜨거운 온탕 등 끝장을 보겠다는 결의일 수 있는 셈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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