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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유출 사고 10년 … 죽음의 바다였던 태안에 굴 돌아왔다

지난 5일 오후 2시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2리. 만조시간이 되면서 넓게 드러났던 갯벌이 서서히 바닷물에 잠기기 시작했다. 굴 채취에 나섰던 마을 주민들도 하나둘 짐을 챙겨 뭍으로 올라왔다.
 
오전 8시 갯벌에 나가 6시간 만에 돌아왔다는 아주머니는 “한 번 맛봐요”라며 바구니에서 굴을 꺼내 건넸다. 태안 앞바다에서 채취한 자연산 굴이었다. 아주머니는 “이게 의항꺼여. 다른 데 것하고는 달러~”라며 발길을 재촉했다.
 
지난 5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2리에서 김형수·박희자씨 부부가 굴을 까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5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2리에서 김형수·박희자씨 부부가 굴을 까고 있다. [신진호 기자]

해안가 비닐하우스에선 김형수(77)·박희자(73·여)씨 부부가 굴을 까고 있었다. 이날 오전 갯벌에 나가 캐온 굴이다. 50여 년 전 결혼해 줄곧 이 마을에서 살았다는 김씨 부부는 “기름 사고가 난 뒤 6~7년 동안 굴은 보지도 못했다”며 “3년 전부터 조금씩 굴이 모양을 찾더니 올해는 기름 사고 이전보다 수확량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지난 7일은 태안에서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2007년 12월 7일 오전 7시6분. 충남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 해상크레인과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충돌했다. 사고로 유조선에 구멍이 나면서 1만2547㎘의 원유가 바다로 쏟아졌다.
 
원유는 조류를 타고 해안으로 흘러 태안을 비롯해 70㎞에 달하는 충남 서해안 6개 시·군 모래사장과 바위를 검게 뒤덮었다. 전날까지 조개를 캐고 굴을 따던 멀쩡한 바다가 하루아침에 기름 범벅이 됐다.
 
하지만 태안 주민들은 강했다. 생계를 접고 기름과 사투를 벌였다. 국민도 힘을 보탰다. 전국에서 123만명의 자원봉사자가 사고 현장을 찾아 기름을 걷어냈다. 전 세계는 이를 ‘서해의 기적’으로 불렀다.
 
2007년 12월 사고 당시 방제 모습. [중앙포토]

2007년 12월 사고 당시 방제 모습. [중앙포토]

지난 10년간 태안은 놀랄 만큼 빠르게 회복했다. 대표적 수산물인 꽃게와 대하, 우럭 등의 어획량이 예전 수준을 되찾았다. 태안이 주산지인 충남 꽃게 어획량은 2007년 4298t에서 사고 이듬해 3997t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5019t으로 늘었다. 대하 어획량도 2007년 378t에서 2008년 89t으로 급감했지만 지난해는 499t으로 증가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2년 뒤인 2009년 말 바지락 폐사율은 4.7%로 전년 24.6%에 비해 급감했다. 연안 해수 유분농도도 전년의 절반으로 감소했다. 주민들은 “생태계 복원을 의미하는 청신호가 켜졌다”고 반겼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유류오염센터의 ‘생태계 장기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2008년 태안지역 전체 해안의 69.2%에 달하던 잔존 유징(油徵)은 2014년 0%가 됐다. 잔존 유징은 기름이 해변이나 표면 아래로 스며든 정도를 뜻한다.
 
지난해 말 기준 동물성 플랑크톤 출현 종수는 사고 발생 직후보다 37% 증가했다. 다양도 지수도 계절별 변동 폭이 34% 감소했다. 계절별 변동 폭이 줄어든 것은 생태계 오염으로 갑자기 출현했던 종이 사라지고 기존에 서식하던 종이 안정화됐다는 것을 말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성태 박사는 “급변하는 관광 트렌드와 태안지역 특성을 고려해 해양레저스포츠를 활성화하고 낙조 관광 프로그램 등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슬로시티 지정과 드라마·영화촬영 유치 등 정책 개발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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