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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변국들의 북핵 대피훈련, 왜 우리 정부만 외면하나

북한의 핵무장 임박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으로 한반도가 전쟁 위기에 들어섰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만 위기를 외면한 채 손을 놓고 있다. 미국은 북한 ICBM이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 예방적 선제공격까지 고민하는 분위기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북한이 3개월 이내에 ICBM을 완성할 것이란 판단을 최근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북한이 핵과 ICBM을 포기하고 대화에 나오지 않는다면 앞으로 석 달 이내에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하면 북한은 남한이나 주한 및 주일 미군에 보복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우려에 따라 하와이에서는 지난 1일 30년 만에 핵공격 대피훈련을 실시한 데 이어 이번 주에 또다시 강도 높은 대피훈련을 할 계획이다. 그동안 북핵 상황을 관찰만 해오던 일본도 조만간 대피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북·중 접경지역에 위치한 중국 지린(吉林)성 기관지는 그제 (북)핵 공격 시 대비 요령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중국의 네티즌들이 동요하자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전쟁이 나더라도 북한의 1차 공격 대상은 한국이므로 걱정하지 말라”는 사설을 실었다. 한반도 주변 국가들이 북핵 충돌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외무성도 그제 “전쟁을 바라지 않지만 결코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5일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ICBM 개발을 축소하는 발언을 내놨다. 강 장관은 “북한이 핵탄두를 장거리 미사일에 장착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완전히 습득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가 북한의 ICBM을 ‘장거리 미사일’로 표현하면서 ICBM이 완성 단계가 아니라고 강조한 이유는 북한이 레드라인(금지선)을 밟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어서다. 북한이 미국의 선제공격 기준선인 레드라인을 밟지 않았다고 해야 북한과 대화와 협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CNN은 강 장관에게 “모두 (위험한 상황을 외면하려) 타조처럼 머리를 모래에 파묻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한술 더 떴다. 어제 청와대 관계자는 주변국의 핵 공격 대피 훈련과 관련된 질문에 “현 시점에서 북한의 핵 공격에 대비한 대대적 대피 훈련 등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처럼 한반도 위기를 둘러싼 주변국과 청와대의 온도 차가 큰 까닭은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긴장을 조성하지 않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평창올림픽도 중요하지만 더 위중한 건 국민의 생명이다. 미국이 북한에 선제공격할 경우 북한 포탄이 수도권으로 날아올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핵 대피 훈련은 고사하고 북한의 장사정포 도발에 대비한 대피 방법을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더 이상 한반도 안보 위기를 외면해선 안 된다. 북핵 위기상황을 투명하게 알리고 대피 훈련 등 비상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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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